(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라이언 와이스가 자신의 한화 입단 1주년을 '완벽투'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6주 대체 외인으로 한국땅을 밟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반전이다. 몇 주 활약하고 떠날 선수로 여겨졌던 그가 이젠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외인 투수로 올라섰다.
와이스가 한화의 5연승을 이끌면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서 6-0 완승을 챙겼다.
마운드가 좋은 한화와 화력이 빼어난 롯데가 '창과 방패'의 형태로 격돌하면서 시선을 모았던 경기는 의외로 한화가 압승했다. 최근 5연승을 거둔 한화는 42승 1무 27패를 기록, 단독 1위를 유지했다. 같은 날 NC 다이노스에 패한 LG 트윈스와의 간격을 1.5게임 차로 벌리면서 올시즌 우승 후보임을 입증했다.
한화는 0-0으로 맞선 3회초 공격 2사 1·3루에서 그간 부진했던 베테랑 타자 안치홍이 롯데 선발 터커 데이비슨의 초구 130㎞/h 포크볼을 퍼 올려 중월 3점 홈런을 날렸다.
한화는 3점 차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엔 문현빈과 노시환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 때 채은성의 희생 번트를 롯데 3루수 김민성이 1루에 악송구하는 틈을 타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고 승기를 굳혔다.
이어진 1사 1·3루에서 이재원이 중견수 쪽 큼지막한 희생타를 쳐 1점을 추가하고 6-0으로 달아났다.
타선이 3회와 8회 3점씩 쏙쏙 뽑아내 홈팀을 혼냈다면 마운드에선 와이스가 8회까지 KBO리그 팀타율 1위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으면서 포효했다.
와이스는 이날 8이닝을 피안타 3개, 삼진 9개를 기록하고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시즌 9승째를 따내며 같은 팀 KBO리그 최고 투수로 평가받는 코디 폰세, NC 다이노스의 삼진제조기 라일리 톰슨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가 됐다.
와이스는 평균자책점 2.83으로 7위, 탈삼진 109개로 4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97로 폰세(0.86)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퀄리티스타트(QS)도 11회를 기록, 삼성의 파나마 국적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12회)에 이어 2위다.
와이스는 2024년 6월17일 한화에 입단했다.
당시 팔꿈치 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리카르도 산체스가 재활하는 동안 그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6주 총액 10만 달러(1억3800만원) 조건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대만에서 뛰다가 한화에 오기 직전엔 미국 독립리그 투수에 불과했던 와이스는 KBO리그에서 실력 하나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코리안 드림'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와이스는 대체 외인으로 계약한 6주간 6경기에 등판, 초반 5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지고 1승 1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한 끝에 산체스를 밀어내고 정식 계약(옵션 포함 26만 달러)에 성공했다.
지난해 16경기에서 5승 5패, 평균자책점 3.73을 찍은 그는 2025시즌을 앞두고 계약 연장에 성공, 계약금 15만 달러와 연봉 60만 달러를 챙기는 조건으로 다시 한 번 한국땅을 밟았다.
와이스는 KBO리그에 적응한 올해 더욱 위력을 뽐내고 있다. 153km/h 안팎의 빠른 공과 함께 최근 KBO리그에서 '마구'로 각광을 받고 있는 스위퍼를 날카롭게 던지는 중이다. 개막 뒤 3경기를 치르고 0승 1패 평균자책점 6.89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4월10일 두산전부터 5월11일 키움전까지 6연승을 챙기면서 업그레이드 면모를 유감 없이 선보였다.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 17일 사직 롯데전에선 각각 7이닝과 8이닝을 던지며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고 한화의 5연승 행진 처음과 끝이 됐다.
와이스는 자신은 물론 메니저처럼 동행하고 있는 아내의 행보로도 한국에서 한화 팬들은 물론 국내 야구팬 전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내인 헤일리 브룩 와이스 씨는 남편과 함께 온 첫 날부터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SNS로 전파하며 '민간인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엔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뒤 위안부 등 일제의 만행을 알려 박수를 받았다. 그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수천 명의 한국인이 강제 노역과 '위안부'로 끌려갔다.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며 "한국인들의 독립 과정에서 '용감한 저항'과 '끝없는 회복력'을 배웠다"고 감탄한 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독일)나치보다 더 악랄했다"고 고발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한화 이글스 / 헤일리 브룩 와이스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