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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차승원, 벗 유해진으로 비춰본 좋은 사람과 배우

기사입력 2016.09.19 15:52 / 기사수정 2016.09.21 21:5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한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인터뷰 시간 동안 차승원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 중 하나는 '나이'라는 말이었다.

1970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 마흔일곱이다. 차곡차곡 세월의 겹을 쌓아오며 지나온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 조금은 날 섰던 시선, 생각들도 부드럽게 변해갔다. 자신의 직업인 연기를 대하는 마음도, 훨씬 더 진중하고 깊어진 것은 물론이다.

차승원과 만난 때는 3일간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햇볕이 쨍쨍한 늦은 오후, 맥주를 함께 마시자고 제안한 그는 "요새 이런 게 정말 좋더라고요. 밤늦게까지 안마시고 이렇게 무리하지 않는 내에서 한 잔 두 잔 하는 거요. 한 입씩만 마시고 하시라"며 특유의 너스레와 함께 웃는 얼굴로 건배를 제안한다. 평소 집에서도 밤 9시 즈음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차분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그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차승원의 지난 시간, 앞으로 그리는 그림들로 이어졌다.

"다음엔 현대극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밌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역사에도 관심이 있는 편이어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재미있게 했죠. 그런데 나이가 좀 들고, 아이도 키우다 보니 이제 극단적이거나 너무 어두운 작품은 좀 꺼려지더라고요. 이게 한편으로는 배우로서는 별로 안 좋은 건데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제 성향이 코미디를 좋아하고, 심심한 것을 잘 못 견뎌요. 지금은 나이가 좀 있으니 블랙 코미디 같은, 어두운 단면이 있는데 그것을 약간 돌아서 트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죠."

차승원은 자신의 나이 정도가 되면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도 현실적이 된다면서 웃음 지었다. 또 그것은 시간이 가져다주는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9월 7일 '고산자, 대동여지도' 개봉과 함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던 것을 떠올리며 실제로는 TV를 보다가도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나오면 얼른 채널을 돌린다고 얘기했다. 다만, 인간 차승원과 배우 차승원이 갖는 간극이 너무 크지 않도록 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둘 때는 있다고 전했다.

"'내가 어떻게 했는지 다 기억이 나는데 특별히 본다고 재미가 더 있겠나?' 이런 생각이에요.(웃음) 아, 그래도 가끔씩 볼 때는 있어요. 내가 모르는, 카메라로 찍었을 때만 볼 수 있는 제 모습이 있잖아요. 그 차이가 너무 심하면 괴리감이 느껴지니까, 그런 건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보죠. (다행히) 요즘엔 '내가 저런 얘길 왜 했지?'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내 일상이랑 비슷하구나'란 생각을 하죠. 그래서 거기(TV)에 있는 차승원과 지금의 나, 영화에서 연기하는 나의 모습. 이런 부분의 접점을 찾아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한 명의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는 다양한 길 중 차승원은 모델 출신 배우의 길을 개척한 이로 꼽힌다. 매 순간 '나와 잘 어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연기는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체득해왔던 시간들이었다.

차승원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다 보면 몸에서 살아온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연기라는 것이 내가 아닌 모습이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어떤 분들은 정말 연기력이 너무나 출중한 DNA가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느 정도 이렇게 배우들을 보면, '살아온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얘기가 뭐냐면, 연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편적이고 올바른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연기를 잘한다는 건 보는 사람들이 이해를 한다는 거거든요. '너의 연기에 공감이 된다'는 것인데, 공감이 된다는 것은 보편적인 사고방식에 자기의 색깔을 입히는 거예요. 그러려면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을 잘 이해해야 된다는 거죠. 그래야 (사람들이) 어떤 것을 이해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은연중에 자신이 알게 되는 것이고, 그게 연기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 예로 차승원은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동료 유해진을 꼽으며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예능 '삼시세끼' 속 조화로 많은 사랑을 받기 이전부터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1999), '신라의 달밤'(2001), '라이터를 켜라'(2002), '광복절 특사'(2002), '혈의 누'(2005), '국경의 남쪽'(2006), '이장과 군수'(2007) 등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다.

"그래서 (유)해진 씨가 부러운 점이 있어요. 아주 일상적이고 또 일상에 착 붙는, 그리고 그것 뿐만이 아니라 태생적인 그 사람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또 연기에 대한 갈증과 갈망 이런 게 포괄적으로 있죠. 그래서 해진 씨는 무슨 캐릭터를 맡아도 잘 어우러지면서 아주 일반적인 캐릭터에도 그 힘을 갖게 해요. 또 해진 씨를 향한 대중의 지지도 있죠. 그건 그 사람이 잘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고 슬프게 하는 것들이 가능하다고 봐요. 어떤 배우들을 보면 자기 혼자 재밌고 슬플 때가 있어요. 물론 대본일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많아요. 그건 배우에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배우의 연기도 물론 그렇겠지만, 이 이전에 일상적으로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찰을 하고, 질문도 많이 던져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차승원은 "사실, 그래서 배우는 힘들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저 사람 연기 정말 잘 해', '발성, 발음 좋다' 그 외에 '저 사람이 하면 설득력이 있다'는 게 있어요. 사람을 탐구해야 한다는 게, 세상과 내가 더불어서 잘 살아나가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연기를 해도 공감이 되니까요. 연기가 일취월장하는 게 어디서 신내림을 받고 왔어서 그럴까요? 그건 아니잖아요.(웃음) 살아온 습관들도 다 다르고, 만나는 사람들도 다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배우는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지점들이 있어요. 똑같은 대사를 해도 어떤 배우가 하는 게 확 정겹게 느껴지는 게 왜일까요. 그건 그 사람이 탐구했던 사람들, 아니면 그 사람이 누군가와 얘기를 했을 때 공감이 됐던 부분들이 은연중에 숙지됐다는 거죠. 그래서 개인의 생활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에요."

꼭 배우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직업에 함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이다. 들으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생 선배가 전해주는 삶의 지침 같은 이야기에 "이런 깨달음은 언제 얻은 거냐" 농을 던지니 차승원은 "지금도 깨닫고 있다"면서 다시 웃음 짓는다. 이미 좋은 사람이자, 또 좋은 배우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바로 그 모습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영화 '국경의 남쪽'·'이장과 군수' 스틸컷, 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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