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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워야 하는 '홈런왕' 박병호를 위하여

기사입력 2016.07.05 06:50 / 기사수정 2016.07.04 16:4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해외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는 이들은 매일매일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박병호(30,미네소타)가 첫번째 관문 앞에 놓였다. 

미네소타 트윈스 구단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박병호의 트리플A행을 공식 발표했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미네소타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유망주 미겔 사노가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하면, 현재 엔트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박병호였기 때문이다. 

개막전부터 꾸준히 선발로 출전해온 박병호는 처음부터 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꾸준히 2할 중반대 타율을 유지하면서 펀치력을 보여줬다. 스윙에 걸리면 담장 밖으로 넘기는 괴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했다. 4월 9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자신의 빅리그 첫 홈런을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4월 한달간 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박병호의 활약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열악한 팀 성적 덕분이었다. 조 마우어, 미겔 사노를 비롯해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박병호가 빨리 입지를 굳혔다. 

물론 이때부터 패스트볼 대처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거론됐다. 주로 변화구를 공략해 장타로 연결시키면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강속구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그 부분은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영입할 때부터 어느정도 감안했던 사실이다. 타고난 스윙이나 타격 스타일상 박병호는 김현수, 강정호 그리고 원체 몸이 유연한 이대호에 비해 컨택 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파워는 압도적이지만, 홈런 갯수에 비례할만큼 삼진이 많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원래' 그런 유형의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5월 18일 디트로이트전을 기점으로 기약 없는 슬럼프에 빠졌다. 넥센 시절 인연을 맺었던 박흥식 현 KIA 타이거즈 타격코치는 "시즌 초반과 스윙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흥식 코치는 "초반에는 스윙이 간결하게 나가면서 어느정도 대처가 되는 모양새였다. 미국에 건너가기 전부터 병호가 한국에서의 스윙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변화를 줬기 때문에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월 중반 이후부터는 스윙이 뒤에서 퍼져나오면서 초반 스윙과 달라졌다. 아마 패스트볼 대처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감이 밸런스를 무너트렸을 수도 있다. 다시 변화된 스윙을 찾아야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에서 뛸 때도 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박병호는 미네소타 클럽하우스에서도 '식구'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넥센 시절 외국인 선수들을 누구보다 많이 챙기며 한국 적응을 도왔고,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미네소타의 테리 라이언 단장 역시 "박병호는 좋은 팀메이트이고 모두가 좋아하는 선수다. 또 정말 많은 노력을 한다. 우리는 그를 포기할 생각이 없고, 그가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폴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가 정신적인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가 흔들리는 이유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멘탈적인 문제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트리플A행을 통보받은 박병호는 규정대로라면 72시간 내에만 합류하면 되지만, 곧바로 내려가 3일 경기에 나섰다. 구단 입장에서도 좋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박병호는 한국에서 줄곧 홈런왕을 차지했던 당시에도 꾸준히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 이상으로 노력하는 '노력파'였다. 현재 그에게 닥친 슬럼프 역시 노력으로 탈출하기 위한 의지가 눈에 선명히 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제부터 더 철저히 고독하게 홀로 싸워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지만, 미국에서 그는 '루키'일 뿐이다. 또 빅리그와 달리 마이너리그에서는 구단의 철저한 관리가 어렵다.

특히 박병호는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강등됐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힘들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박병호지만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오로지 성적으로만 증명해야한다. 메이저와 마이너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주위 환경도 다르다. 더 많은 것을 신경쓰면서 더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 그가 더 힘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만년 유망주'로 불렸던 박병호는 트레이드를 통해 스스로 알을 깨고 고난을 이겨낸 선수였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타자로 성장해 많은 본보기를 남겼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모이는 메이저리그 진출은 그 역시도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다. 그리고 온통 생소한 것 투성이인 그곳에서 다시 한번 고난에 부딪혔을 뿐이다. 그동안 보여준 노력과 성실함 그리고 진실함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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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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