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한화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개막 이후 13연패를 당하며 국민적 연민(憐憫)의 대상이 됐다. 타 팀 팬들도 응원하던 팀을 잠시 팽개치고, 한화의 1승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기현상이 일어날 정도였다.
한화는 현재 4승1무16패로 8위를 기록하고 있다. 9위 NC와 1게임차라 까딱하다간 다시 꼴찌로 떨어질 수 있다. 7위 SK와는 5경기차로 이미 간극이 벌어졌다.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보다 급선무는 마운드와 수비의 안정을 발판으로 승패를 반복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 선발로 나서는 안승민의 어깨는 그래서 무겁다.
안승민은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의 마무리투수로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한 안승민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마무리를 송창식에게 넘겼다. 안승민은 개막전인 지난달 30일 사직 롯데전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다 잡은 승리를 날렸고, 두 번째 등판인 4일 기아전에서도 ⅓이닝 동안 4실점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불펜으로 보직을 이동한 안승민은 3경기 동안 호흡을 가다듬었고, 17일 NC전에서 마침내 4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가장 최근 등판인 26일 SK전에서 ⅔이닝 동안 3안타 1볼넷으로 4실점을 하며 다시 패전을 기록했다. 아직은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로 잠시 시계추를 돌려보면 정반대 상황이 보인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안승민이 4연패 뒤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해 3승3패 16세이브 5홀드를 기록한 건 고무적이었다. 이번 시즌은 오히려 순서가 바뀌었지만 새롭게 재출발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불펜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안승민이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마운드에 남아있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안승민이 호투하면서 이닝이터의 역할까지 해준다면 9.31까지 치솟은 평균자책점도 확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원정팀 롯데는 송승준을 선발로 예고했다. 9승1무10패로 6위에 올라있는 롯데는 오늘 승리로 승률 5할을 맞춰놓고 4월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롯데 역시 4월에 7연패에 빠지며 수난을 겪었지만 그나마 지난주에 옥스프링과 고원준이 살아나면서 5월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송승준은 이번 시즌에 선발로 5차례 나와 1승(무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고 있다. 송승준이 등판한 5경기에서 팀은 3승1무1패로 성적이 괜찮았다. 단, 두 가지가 걸린다.
하나는 송승준이 지난달 30일 시즌 개막전인 사직 한화전에서 3⅔이닝 동안 7안타 4실점으로 물러나며 한화 타선에 약점을 보였다는 점과, 최근 등판인 24일 사직 SK전에서 5⅓이닝 동안 10안타(2홈런) 5실점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오늘 등판은 송승준에겐 터닝포인트인 동시에 설욕의 기회다.
한화나 롯데 모두 이번 주중 시리즈는 중요하다. 우선 홈팀 한화는 휴식 이후 가진 SK전에서 이브랜드와 바티스타를 내고도 1승을 챙기지 못한 만큼 이번 롯데와의 시리즈에서 반드시 승리를 만들어내야한다. 자칫 잘못하다 또다시 연패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개막전에서 연속으로 역전패하며 잘못된 출발을 했던 상대인 롯데를 만나 분위기를 바꾼다면 미소짓는 5월을 만들 수도 있다.
롯데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화를 상대로 송승준-옥스프링-유먼이 차례로 나올 예정인 만큼 승수를 최대한 쌓아 상위권을 바짝 추격해야 한다. 여기서 밀리면 상위권 도전의 기회가 멀어질 수도 있다.
오늘 경기는 초반 기선제압이 상당히 중요하다. 두 팀 모두 뒷심이 약한 만큼 선발이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토대를 타선에서 집중력으로 풀어줘야 한다. 먼저 도망가는 팀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어이없는 수비와 주루플레이가 경기 향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순간의 판단 실수가 나와 팀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집중력이 요구된다. 화려한 플레이로 영웅이 되는 것보다 안정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두 팀의 시점이다.
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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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승민(위)과 송승준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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