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8년 만에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고 있다. 4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만나봤다.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36년 만에 메달권 진입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을 심층 조명했다.
또한 한국이 반드시 이겨야하는 상대인 일본과 태국을 살펴봤고 선수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한국여자배구의 문제점과 희망을 짚어보는 것은 물론 세계 배구의 흐름도 살펴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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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V ②] '최강 전력' 女배구 전력 심층 분석
[매거진V ③] '숙적' 일본 그들은 왜 女배구에 열광하나
[매거진V ④] 여자배구 스타들이 말하는 '런던행 가이드'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2년 런던올림픽 세계여자예선전'에 출전하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숙적'인 일본을 꺾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제압했다. 이 경기 이후 8년 동안 일본 1진을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한국은 일본에 우위를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아테네올림픽 이후 일본의 1승 상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일본은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부 세계랭킹 3위에 올라있다. 여자배구의 열기가 그 어느 곳보다 뜨거운 일본은 '탈 아시아'를 선언하고 '세계 제패'에 목표를 두고 있다.
'숙적' 일본 그들은 왜 女배구에 열광하나
대표선수에 대한 지원과 미디어의 관심 그리고 여자배구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이번 올림픽예선전에서 반드시 이겨야하는 상대인 태국도 이에 못지않다.
일본과 태국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대표팀을 양성하고 있을 때 한국은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승리에 급급해 경쟁력 있는 유망주들을 육성하지 못했다. 국내 프로리그의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대표팀의 훈련 기간은 단축됐고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과정에 대한 결과는 냉정하리만치 솔직하다.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한 한국여자배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실패라는 참담한 현실을 맞이했다. 쓰디쓴 좌절을 맛본 한국여자배구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4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의지는 런던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한국 여자배구는 모처럼 주전 선수들이 빠지지 않은 '최정예 멤버'를 꾸릴 수 있게 됐다.
▲도쿄 요요기국립체육관을 가득 채운 일본 배구팬들 (C) FIVB 제공
배구에 대한 열정이 오늘날의 일본 배구를 완성하다
지난 1976년.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구기종목 역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할 때, 일본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났지만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한국대표팀의 중심이었던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은 "우리는 하루에 11시간 동안 훈련을 했는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일본 선수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우리는 하루에 13시간 연습했다'고 말하더라"고 회상했다.
한국여자배구가 구기 종목 최초의 메달을 획득했다는 자부심이 있듯이 일본은 세계를 제패했다는 명예심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배구에 대한 열기를 드높였고 인기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여자배구의 환경은 여러모로 한국과 비교해 앞서있다. 선수층은 비교가 되지 않고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시스템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2010~2011 시즌까지 흥국생명을 이끌었던 반다이라 마모루 전 흥국생명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신체 조건은 한국 선수들이 뛰어나다. 문제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한국은 대표팀 감독이 자주 바뀌고 훈련 기간도 짧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다. 재능이 있는 주니어 대표 선수들을 시니어 대표팀의 시스템에 맞춰서 일찌감치 육성한다. 또한 성적과 관계없이 대표팀 감독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 일본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인 마나베 마쓰요시 감독은 일본에 머물러있지 않다. 큰 대회에서 맞붙을 팀은 물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국제 흐름을 주시한다. 지난 2011~2012 V리그가 열리고 있던 현장에서도 한국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마나베 감독을 목격할 수 있었다.
터키리그에서 활약하던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은 터키까지 와서 세세하게 세계배구를 공부하는 일본 지도자들을 목격했다. 터키에 진출하기 전 일본리그에서 뛰었던 김연경은 이들 중 알고 있었던 일본 코치를 만났다.
"제가 일본리그에 있을 때, 알고 지냈던 코치 분이 터키 리그를 구경하러 오셨어요. 그 분에게 '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라고 여쭤봤죠. 그랬더니 그 분은 '이렇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씀했어요. 세계 배구의 흐름을 읽고 더욱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일본 여자배구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과 수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일본은 신장이 작은 대신 스피드가 빠르고 기술이 좋다. 박미희 KBSN 해설위원은 "냉정하게 말해 스피드와 기술은 일본이 한 수 위다. 그러나 높이에서는 우리가 앞선다. 이번 올림픽예선전에서는 하고자하는 열망이 뜨거운 만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돌 스타를 동원하는 치밀한 마케팅, 여자배구를 인기종목으로 만들다
"일본 여자배구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철저한 마케팅 때문인 것 같아요. 여자배구 국가대표 경기가 열릴 때 일본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 스타들을 배구장에 초대해 공연을 펼쳤습니다. 스타들을 보기 위해 관중석을 채운 이들은 자연스럽게 배구를 보면서 응원하게 됐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한유미(30, 인삼공사), 한송이(28, GS칼텍스), 그리고 황연주(26, 현대건설)는 모두 목소리를 높여 일본배구의 인기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아이돌 스타를 활용한 배구 마케팅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여자배구 최고의 스타인 기무라 사오리(26, 도레이)는 CF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일본대표팀은 인기 아이돌 그룹인 아라시와 함께 예능프로에 출연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국제배구 공인구인 미카사를 비롯해 유니폼과 운동화 등 배구와 관련된 대부분의 용품은 일본에서 제작한다. FIVB를 지원하는 스폰서 중 일본 기업이 절반 이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의 영향력은 강해질 수밖에 없으며 월드컵과 세계올림픽예선전 같은 국제대회는 모두 일본에서 열리고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태국도 배구 열기가 뜨거운 나라다. 특히 현재 뛰고 있는 태국대표팀은 주니어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멤버들이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왔기 때문에 조직력이 탄탄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 태국은 탄탄한 시스템으로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아테네올림픽 이후 체계적인 대표팀 육성을 거치지 못했다. 그러나 김연경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고 높이에서는 이들을 압도하고 있다.
기본기와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넘어서 한국배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체계적인 대표팀 시스템과 유망주 발굴이 매우 절실하다.
[사진 = 일본여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기무라 사오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