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양정웅 기자)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은 박해민(LG 트윈스)을 두고 한 말일까. 현역 최고의 대도(大盜) 박해민이 KBO 리그 역사를 새로 쓰는 대기록을 자신의 발로 만들어냈다.
박해민은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팀의 2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부터 박해민의 활약이 빛났다. 1회말 첫 타자 홍창기가 안타로 나간 가운데, 박해민은 롯데 선발 이민석과 6구 승부 끝에 2루수 옆을 뚫고 우익수 쪽으로 향하는 안타를 터트렸다. 홍창기가 3루로 진루하며 LG는 무사 1, 3루가 됐다.
이후 박해민은 3번 오스틴 딘 타석에서 초구에 2루 도루를 시도했다. 154km/h의 강속구가 들어왔지만, 롯데 수비진이 더블 스틸을 의식하면서 그는 여유있는 타이밍에 도루를 성공했다.
이 도루로 박해민은 13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했다.
2025년 KBO 역대 최초 12시즌 연속 20도루를 달성한 박해민은 자신의 기록을 연장하면서 도루의 역사를 쓰고 있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14년 5월 4일 시민 NC전에서 첫 도루를 성공한 이후, 매 시즌 꾸준히 20도루 이상을 기록해 왔다.
최전성기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연속 40도루를 달성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도루를 시도했다. 4년 연속(2015~2018년) 도루왕 타이틀을 따낸 그는 지난해 35세의 나이에도 49번이나 베이스를 훔치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480개의 도루를 기록 중인 박해민은 전준호(549도루), 이종범(510도루), 이대형(505도루)에 이어 역대 4번째 500도루 고지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후 박해민은 2회에도 우중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올렸고, 본인도 오스틴의 적시타로 홈을 밟으면서 팀이 초반 앞서나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한 박해민의 활약 속에 LG는 5-3으로 승리, 전날 5-16 대패를 만회했다. 그러면서 40승 고지에 선착해 61.9%(42회 중 26회)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을 잡았다. 염경엽 LG 감독도 "박해민이 13년 연속 20도루와 함께 2안타 1타점으로 전체적인 팀을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해민은 "KBO 최초의 기록에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너무 뜻깊다. 작년에 기록을 세웠는데, 제 기록을 뛰어넘는 넘는 게 처음이다. 그런 것도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박해민은 3경기 연속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는 "타격감하고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1루에 많이 나가니까 뛸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며 "기회가 생기면 움직이려고 하다 보니 타격감과 도루의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1회 초구부터 도루 시도를 한 부분에 대해 박해민은 "타자들을 위해 최대한 빠른 카운트에 가주려고 한다. LG에는 뛰면 안 치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최대한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기 전에 빠른 카운트에 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전날 경기에서 8회 점수 차가 벌어지자 빠르게 경기를 마쳤다. 더그아웃에서 마지막을 지켜본 그는 "1-0으로 지나 이렇게 지나 똑같은 1패다. 어제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분위기를 만드는 건 우리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초반에 분위기를 띄우면서 가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테이블세터와 중견수를 하면서 도루까지 많이 시도하는 박해민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그는 "잘 먹고 잘 쉬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부모님이 건강한 몸으로 낳아주셨고, 아내가 내조를 잘해주고 있어서 체력 비축이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해민의 연속 시즌 20도루 기록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는 "이제 13년 했으니까 계약기간(2029년)까지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갈 수 있을 때까지 가고 싶다. 깰 수 없는 기록이 되게끔 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잠실, 양정웅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LG 트윈스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