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이-백, 톱시드 충격 제압.'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공식 인증한 대이변이었다.
배드민턴 여자복식 세계랭킹 7위 이소희-백하나 조가 세계 1위이자 1번 시드인 홈코트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를 무너뜨리며 2025 BWF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 복식 결승 무대에 진출하자 배드민턴계가 바로 반응했다.
특히 한 때 7점 차로 뒤지던 마지막 게임에서 만들어낸 역전극은 BWF가 직접 '충격적이다'라고 표현할 만큼 강렬했다.
이 대회 2연패 찬스도 잡았다.
이소희-백하나 조는 20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 복식 준결승전에서 류성수-탄닝 조를 상대로 게임스코어 1-2(15-21 21-16 21-19)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갔다.
경기 전 분위기는 명백히 중국 조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이소희-백하나 조는 류성수-탄닝 조와의 상대 전적에서 5승 6패로 열세였고, 특히 최근 세 차례 맞대결에서는 모두 패배를 당했다. 불과 이틀 전 열린 조별리그에서도 0-2(7-21, 10-21)로 완패하며 세계 1위의 벽을 실감한 바 있었다.
실제 경기 초반 흐름 역시 쉽지 않았다. 1게임에서 이소희-백하나 조는 8-8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였고, 11-9로 앞선 채 인터벌(중간 휴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기 재개 뒤 중국 조에게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흐름을 빼앗겼고, 결국 15-21로 1게임을 내줬다. 강력한 우승 후보를 상대로 또다시 끌려가는 전개였다.
하지만 2게임에서 한국 조는 달라졌다. 14-14까지 이어진 팽팽한 승부에서 중요한 순간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이를 끝까지 유지해 21-16으로 승리하며 게임스코어를 1-1로 맞췄다.
승부는 마지막 3게임에서 극적으로 갈렸다. 백하나-이소희 조는 초반 5-3으로 앞섰지만 곧바로 상대의 매서운 공격 흐름에 밀리며 8-15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소희-백하나 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긴 수비와 랠리 속에서 점수 차를 조금씩 좁혔고, 마침내 18-18 동점을 만들어냈다. 흐름을 완전히 되찾은 이소희-백하나 조는 이후 다시 리드를 잡았고, 21-19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무려 80분에 걸친 혈투의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 1위, 1번 시드를 상대로 한 극적인 대역전승이었다.
BWF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백하나-이소희 조의 역전극을 집중 조명했다.
BWF는 "백하나와 이소희가 기복이 있었던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해 우승했던 바로 그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세 차례 연속 스트레이트 패배를 당했던 상대를 상대로, 이날은 훨씬 더 적극적이었고 치열한 3게임 막판의 압박을 끝까지 견뎌내며 결국 돌파구를 열었다”고 경기 내용을 설명했다.
또한 "이날 한국 조는 이전 맞대결보다 훨씬 더 투지 있고 전술적으로 준비된 모습이었다"면서 "지난해 이 대회 우승팀다운 저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경기"라고 평가했다.
BWF는 경기 후 백하나의 소감도 전했다.
백하나는 "3게임에서 우리가 긍정적이지 못했지만, 점수 차를 조금씩 좁혀가면서 올바른 전술을 찾을 수 있었고 결국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는 매우 빠른 팀이다. 조별리그에서의 맞대결을 바탕으로 충분히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을 놀라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백하나-이소희 조는 결승전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마쓰모토 마유 조와 우승을 놓고 맞붙게 된다.
한편, 이날은 한국 배드민턴에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
여자 단식에서는 안세영이, 남자 복식에서는 김원호-서승재 조 역시 결승에 진출하며 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파이널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이소희-백하나 조도 예상밖 결승행을 이루면서 한국은 5개 종목 중 3개 종목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