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마침내 구단의 역사를 상징할 '레전드 동상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오랜 세월 동안 '경기장 외부에는 동상을 세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구단이 방침을 바꾸며, 팬들의 오랜 염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축구를 상징하는 인물이자, 토트넘의 길이 남을 레전드인 손흥민의 동상이 세워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 현지의 토트넘 전문 매체 '스퍼스웹'은 20일(한국시간) "토트넘이 구단 전설들을 기리는 동상 건립 계획을 준비 중이며, 팬 자문 위원회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의 비나이 벤카테샴 CEO는 최근 열린 공식 팬 포럼 자리에서 "동상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직접 밝혔다.
그는 "현재 구단은 장기적인 비전을 두고 팬 자문 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 경기장 주변에서 동상 설치에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는 중이며, 첫 번째 동상의 주인공은 팬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상 제작에는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반드시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오랫동안 독특한 철학을 유지해왔다. 다른 구단들이 외부에 전설적인 인물들의 동상을 세우며 과거를 기념하는 것과 달리, 토트넘은 오랫동안 '무동상 정책'을 고수했다.
이는 '현재 중심의 클럽'이라는 슬로건 하에, 구단이 역사적 상징물보다는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는 행보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변화의 신호탄이 포착됐다. 구단이 과거 팀의 상징적인 인물인 빌 니콜슨 감독의 이름을 딴 '빌 니콜슨 게이트'를 재설치한 것이다.
니콜슨은 1960-1961시즌 잉글랜드 구단 최초로 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제패한 '더블'을 이끈 감독으로, 토트넘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다. 팬들은 '오랜만에 구단이 과거의 가치를 존중했다'며 환호했고, 이 조치는 이후 동상 건립 논의의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벤카테샴 CEO는 이에 대해 "빌 니콜슨 게이트의 복원은 팬들과의 협력을 통해 추진된 프로젝트였다. 팬 자문 위원회의 의견이 큰 역할을 했다"며 "동상 건립 역시 같은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팬들의 의견이 토트넘의 결정 과정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동상 프로젝트가 단순한 상징이 아닌 팬 중심 철학의 연장선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팬들 사이에서는 '누가 첫 번째 주인공이 될 것인가'를 두고 활발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스퍼스웹'은 "팬들은 수십 년 전 구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들과 최근 구단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한 인물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빌 니콜슨 감독과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 지미 그리브스다.
니콜슨 감독은 1958년부터 1974년까지 팀을 이끌며 FA컵, 리그컵, 유럽대항전에서 모두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그의 이름은 지금도 구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언급된다.
그리브스는 1961년부터 1970년까지 266골을 넣으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던 인물로, 지금까지도 토트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잡이로 언급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팬 커뮤니티 내에서 가장 뜨겁게 언급되는 이름은 다름 아닌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2015년 입단 이후 10년간 토트넘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구단 통산 454경기에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으며,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기준으로 구단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 중 하나다.
특히 그는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구단의 17년 무관을 끝냈다.
주장을 맡은 마지막이었던 지난 시즌, 손흥민은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키며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루카스 모우라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난 뒤에도 그는 끝까지 남아 팀을 재건했고, 그 결실이 유럽 제패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인 주장, 첫 아시아인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그리고 첫 푸스카스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모두 가진 유일한 선수다.
팬들 역시 손흥민을 '현대 토트넘의 상징'으로 평가한다. '스퍼스웹'은 "팬들은 손흥민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니콜슨'이라고 부른다. 그는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팀의 가치와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흥민이 올여름 토트넘과 아름다운 작별을 한 뒤 미국 LAFC로 이적한 이후에도 팬들은 구단 SNS를 통해 그의 이름을 계속 언급하고 있으며, 실제로 동상 설치를 바라는 글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UEFA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손흥민의 동상 합성사진이 팬들 사이에서 공유됐고, 팀 동료였던 히샬리송이 자신의 SNS에 "스퍼스, 제발(Spurs, please)"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손흥민의 동상 이미지를 게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흥민 동상 설치가 단순히 팬들의 바람이 아닌 현실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인 이유다.
한편, 손흥민은 이제 LAFC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도 10경기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토트넘 홋스퍼/SNS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