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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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말렸지만…故 전유성, "한물갔다"는 김신영에 "축하한다"고 말한 사연 [엑's 이슈]

기사입력 2025.09.29 15:10

김신영 계정. 엑스포츠뉴스DB
김신영 계정.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한물가고 두 물가고 세 물가 면 보물이 되거든. 너는 보물이 될 거야. 두고 봐"

김신영이 '진정한 어른'이자 '오랜 스승',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전유성을 떠나보냈다. 눈물을 흘리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려 먹먹함을 자아냈다.

지난 28일, '코미디계 대부', '개그맨 용어 창시자'로 불리던 코미디언 전유성이 영면에 들었다. 1949년생인 전유성은 지난 25일 오후 9시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고인은 지난 6월 기흉 시술을 받은 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고, 끝내 숨을 거뒀다.

하늘도 슬픔에 잠긴 듯 비가 내리는 날, 고인은 후배들의 눈물 속에 마지막으로 KBS를 둘러봤다. 노제는 KBS 2TV ‘개그콘서트’ 회의실이 위치한 KBS 신관 연구동과 녹화 스튜디오에서 엄수됐다. 생전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녹화장을 끝으로 둘러본 고인은 무대에도 마지막으로 올랐다.

'1호 개그맨', '개그맨의 조상'으로 불리던 전유성의 발인 날. 고인과 김신영의 인연도 주목받았다. 김신영은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읽으며 오열했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먹먹함을 안겼다.

김신영은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전유성 밑에서 제자로 있었다. 졸업 후에도 이들의 인연은 이어졌다. 부모님이 말려서 개그맨은 안된다고 했지만, 전유성은 "신영아 너는 된다", "너는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 지금의 김신영을 있게 했다. 김신영은 진로를 반대하는 부모님이 대학 등록금을 주지 않아 막노동부터 병아리, 생수, 월드컵 티셔츠를 판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읽으면서, 김신영은 감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자를 넘어 '친구'라고 불러주셨다. 그 따뜻한 마음, 저는 평생 간직하겠다. 교수님은 제가 힘들 때 '한물가고 두 물가고 세물이 가면 보물이 된다'고 해주셨다. 모든 이들이 허무맹랑하다고 했던 아이디어를 밤새 즐거워해주시던, 아무것도 아닌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분. 어린 제자라도 존중해 주시던 분, 바로 우리 교수님이셨다"라고 전해 먹먹함을 자아냈다.


김신영은 관련 일화를 2022년 '문명특급'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전유성 교수님 밑에서 배웠다. 공황장애 겪고 다이어트할 때 땅으로 내려 꽂혔을 때  '교수님 저 한물갔어요' 이랬더니 '축하한다'고 하더라. 왜 축하하냐고 물었더니 '한물가고 두 물가고 세 물가 면 보물이 되거든. 너는 보물 될 거야. 두고 봐'라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김신영
김신영

최양락, 팽현숙
최양락, 팽현숙

김학래, 이홍렬, 표인봉
김학래, 이홍렬, 표인봉


이들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우정이 알려졌고, 대중들은 은혜를 갚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 물수건 간호를 하며 끝까지 곁을 지킨 김신영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네티즌들은 "김신영 참 멋지네", "김신영 진짜 다시 봄. 친척이어도 의리로도 힘들 일을 도맡아 보살폈네",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 함", "글만 읽어도 눈물 나네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 전유성은 김신영 외에도 후배 양성에 열정을 다했다. '코미디 시장'을 통해  신봉선, 황현희, 박휘순 등 많은 방송인을 배출했다. 실제로 고인의 계정에 들어가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개그맨 지망생이나 비연예인들이 고인을 태그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추모를 이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개그를 꿈꾸는 이들에게 고인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후배들이 진심 어린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모습만 보아도, 고인이 생전에 후배들을 위해 얼마나 애쓰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는지 알 수 있다.

사흘간 빈소에는 심형래,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남희석, 이경실, 지석진, 신봉선, 이봉원, 이수근, 김경식, 이동우, 윤성호, 오나미, 허경환, 김지민 등 수많은 후배가 찾아와 조문했다. 배우 송승환, 가수 서수남, 박상철 등도 고인을 추모했으며, 영결식에는 김학래, 이수근, 최양락, 팽현숙, 이경규, 조세호, 이영자, 김신영, 허안나, 이철용, 김원효, 심진화, 오나미, 박준형, 임하룡 등이 참석했다.

이는 고인이 개그계의 대부로서, 또 후배들의 귀감으로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며 먹먹한 울림을 더했다. 김신영은 "병원에 계시면서 ‘서울 가서 일하라, 내가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저에게는 병원에서 함께한 4일이 40년 중 가장 진실되고 진심이었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희석 또한 고인을 추억하며 "선배님답게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예전에 ‘묘비에 어떤 문구를 새길 거냐’고 물으셨는데, 제가 '웃지 마, 너도 곧 와'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선배님 다운 이야기 아닐까 싶다"고 회상했다.

끝까지, 자기 전에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슬로우 개그'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떠난 전유성. 전유성은 희극인을 ‘코미디언’이라 부르던 시대에 처음으로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개그를 하나의 전문 공연 장르로 자리매김시키며, 한국 대중문화 속에서 개그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배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어른'으로 남은 그의 유머와 따뜻한 마음은 개그계의 소중한 유산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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