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망쳐버리고 떠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관중석에서 포착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에 있는 스포츠 칠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축구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18분과 43분 터진 손흥민과 이동경의 연속골을 앞세워 한국은 홍 감독의 첫 원정 평가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백3 시스템 아래서 유럽파 수비수 주전 조합이 가동된 한국은 미국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손흥민의 킬러 본능이 빛을 발했다.
이날 경기 관중석에선 클린스만 전 감독의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테이블석에서 아내와 함께, 자신의 아들인 조너선 클린스만이 벤치에 앉아 있던 이 경기를 지켜봤다.
1997년생인 조너선은 클린스만과 중국계 미국인 어머니 데비 클린스만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너선의 외조부모가 중국 이민자다. 현재 조너선은 미국과 독일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나단은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B(2부) 체세나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체세나에서 2023-2024시즌부터 활약하며 팀의 세리에B 승격, 그리고 지난 시즌 세리에A(1부)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 출전에 이바지한 주전 골키퍼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년 미국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이후 외면당했던 조너선을 다시 발탁하며 그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는 뉴욕시티FC에서 활약하는 맷 프리즈를 골키퍼로 세웠다.
아들의 데뷔전이 무산됐지만, 클린스만은 이 경기에 빠질 수 없는 뜨거운 인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해 2월까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끈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은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으로 차두리 현 화성FC 감독과 함께 활동했다.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대한민국 지휘봉을 내려놓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뒤를 이어 클린스만이 새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비 조직력은 신경쓰지 않은 채 공격에만 치중하면서 조금만 전력이 비슷해도 수비에서 실점이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아시안컵 조별리그부터 드러났다. 요르단, 말레이시아에게 2실점, 3실점을 하며 무승부를 내줬다. 토너먼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승부차기, 연장전까지 가는 졸전을 펼쳤다.
4강에서 한국은 요르단에게 0-2 완패를 당했고 선수단 내홍까지 드러나며 전술과 관리 모두 낙제점을 받고 경질됐다.
한국이 요르단에게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수모였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2026 월드컵을 다시 얘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택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곧잘 돌아가서 업무를 보는 등 한국에 체류하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2006 독일 월드컵 때 독일 대표팀을 맡고서도 지적받았던 내용이다. 실력은 물론 태도 면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게다가 요르단전 패배 직후 주축 선수들의 분열까지 알려지면서 감독직에서 쫓겨났다.
대한축구협회가 해고했기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은 큰 위약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5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클린스만은 이후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 패널로 활동하면서 축구계에서 계속 활동해왔다. 지난 6월에는 2025 클럽월드컵 TSG 위원으로 다시 이름을 올리며 축구계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클린스만은 지난달 29일에는 모나코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페이즈 대진 추첨식에 모나코 레전드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전 9시 30분 미국 테네시 내슈빌로 장소를 옮겨 제오디스 파크에서 멕시코 축구 대표팀과 두 번째 평가전을 갖는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중계화면 캡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