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광복 80주년을 한 달 앞두고 한·일전 패배를 맛봤다.
특히 축구사 처음으로 일본에 3차례 연속 패한 셈이어서 2025년 7월15일이 치욕적인 하루가 됐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전반 8분 만에 실점한 뒤 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졌다.
앞서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치른 평가전과 2022년 7월 나고야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맞대결에서 거푸 0-3으로 진 한국은 이날로 한일전 3연패를 떠안았다.
한일전에서 한국이 3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같은 해 8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던 친선 경기, 2013년 7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동아시안컵 경기에서 한국이 3번 연속 고개를 숙인 적이 있지만 아시안컵 준결승은 한국이 승부차기로 패한 것이어서 대회가 끝나면 무승부로 기록된다.
한국은 일본과 상대 전적에서 42승 23무 17패로 여전히 우위에 있으나 최근 10경기에서는 2승 3무 5패로 크게 밀리게 됐다.
홍 감독도 자신의 두 번째 대표팀 사령탑 임기에서 처음으로 쓴 맛을 봤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선임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6승 4무)부터 이번 대회 2차전까지 연속으로 한 번도 지지 않고 8승 4무를 기록 중이었다. 숙적 일본을 넘지 못하면서 13경기 만에 패배의 쓴맛을 봤다.
홍 감독은 자신의 대표팀 첫 임기 때도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패해 우승에 실패했다.
홍명보호는 이날 백3를 섰다. 주전 골키퍼로 조현우(울산)가 나섰고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이 좌우 윙백으로 섰다. 김주성(서울), 박진섭(전북), 박승욱(포항)이 중앙 수비수 3명으로 낙점 받았다. 나상호(마치다)와 이동경(김천)이 측면 공격을, 서민우(강원), 김진규(전북)가 미드필더를 맡았다. 지난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베테랑 스트라이커 주민규(대전)가 선발 명단에 들어 한일전에 처음 출격했다.
일본도 같은 전형으로 맞섰다. 오사코 게이스케 골키퍼를 비롯해 안도 도모야, 아라키 하야토, 고가 다이요가 백3를 구축했다. 윙백은 모치즈키 헤로키 헨리, 소마 유키가 맡고 중원에 가와베 하야오, 이나키 쇼가 중심을 잡는다. 2선은 저메인 료, 미야시로 다이세이, 최전방에 가키타 유키가 나와 득점을 노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닌 때 열리다보니 자국 리그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릴 수밖에 없는 두 팀은 실제 한국 대표팀의 J리거 나상호를 제외하고 양국 리그에서 뛰는 간판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이뤄 K리그와 J리그의 올스타 맞대결 같은 성격을 띠었다.
한국은 전반 7분 역습 상황에서 왼쪽을 돌파한 나상호가 수비수 하나를 앞에 두고 날린 오른발 땅볼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이후 한국은 곧장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을 내줬다.
1분 뒤 J리그 득점 1위 미야시로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저메인이 왼발 발리로 마무리해 한국 골대를 갈랐다.
지난 9일 홍콩과의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러 전반전에만 4골을 폭발, 일본 축구 역사에서 95년 만에 A매치 데뷔전 '포트트릭'을 폭발한 저메인은 이번 대회 5호골을 라이벌 한국을 상대로 집어넣고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젖혔다.
한국은 공수 간격이 좁은 일본의 중원을 패스워크로 공략하는 데에 애를 먹었고 몸싸움에서도 밀리면서 갈수록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홍 감독은 전반에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주민규를 불러들이고 이호재(포항)를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이호재의 포스트 플레이, 그리고 J리그에서 활약하며 일본 수비수에 익숙한 나상호의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다.
후반 18분엔 돌파와 재치가 넘치는 문선민(서울)을 나산호 대신 투입하면서 공격 쪽에서 승부수를 걸었다.
이어 후반 29분엔 중국전 선제골 주인공 이동경을 빼고 역시 J리그 마치다에서 뛰는 오세훈 등을 들여보내며 동점포 넣기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백3를 서면서 중앙에서의 공간을 내주지 않은 일본 방어망을 뚫지 못했다. 후반 39분 오세훈이 헤더로 넘겨준 공을 이호재가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마무리한 것이 아쉽게 상대 골키퍼에 막힌 게 한국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한국전 결승포를 터트린 저메인은 이번 대회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연승 뒤 일본에 치면서 승점 6을 기록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이 대회 최다 우승국이다. 2003년 초대 일본 대회에서 우승한 뒤 2008년 중국 대회에서 다시 우승했다. 2015년과 2017년, 2019년엔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각각 열린 대회에서 3연패를 일궈냈다.
그러나 이후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일본에 우승컵을 내주면서 동아시아 축구의 왕좌가 바다 건너 라이벌 국가임을 인정해준 꼴이 됐다.
2013년 한국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일본은 3년 전 자국 나고야에서 열린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더니 한국에서 사상 첫 이 대회 2연패 위업을 이뤘다.
사진=용인, 고아라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