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티모 베르너가 토트넘 홋스퍼 입성을 앞두고 있다. 런던에 도착해 금일 내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영국 '커트 오프사이드'에서 활동하며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9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베르너는 토트넘 임대 이적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늘밤 런던으로 향할 예정이다. 베르너의 임대 이적은 지난 토요일 합의됐으며, 여기에는 임금 전체 지불 옵션과 1,700만 유로(약 245억)의 구매 옵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베르너의 메디컬 테스트도 예약된 상태다"라고 전했다.
로마노는 자신의 시그니처 문구이자 선수의 이적이 다가왔을 때 사용하는 'Here We Go'를 외치며 베르너의 토트넘 이적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로마노의 보도 이후 영국 현지에서 베르너가 런던에 도착해 토트넘으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전하는 '홋스퍼 리포트'는 로마노의 보도가 나오고 몇 시간 뒤 "베르너는 런던에 착륙했고, 토트넘으로 향하는 중이다"라며 베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토트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을 고려하면 베르너는 토트넘의 겨울 이적시장 1호 영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토트넘은 니스의 센터백 장-클레어 토디보를 빠르게 영입해 센터백 보강을 마친 뒤 다른 포지션을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니스가 토디보를 지키기로 결정하면서 베르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스트라이커 영입도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이 여름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뒤부터 줄곧 스트라이커 영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즌 중반까지는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고, 살아난 히샬리송을 스트라이커로 배치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케인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손흥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차출 일정을 고려해 겨울에 공격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초기 토트넘의 타깃은 베르너가 아닌 브렌트퍼드 공격수 이반 토니였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0골을 터트리며 엘링 홀란드와 케인에 이어 리그 득점 3위에 올랐던 토니는 뛰어난 공중볼 경합 능력과 준수한 골 결정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격수지만, 최근에는 불법 베팅에 가담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토니가 그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는 점, 많은 클럽들이 토니를 노리는 팀이 다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토니의 토트넘 이적설은 점점 힘을 잃었다. 토니는 한동안 토트넘의 지역 라이벌인 아스널과 연결됐고, 최근에는 브렌트퍼드의 사령탑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토니를 매각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토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트넘이 토니를 대신해 영입을 추진한 선수가 바로 베르너다. 베르너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애스턴 빌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복수의 PL 클럽들과 이적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 토트넘과 강하게 연결되며 토트넘행 급물살을 탔다.
베르너의 토트넘행은 빠르게 진행됐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 소속이자 독일 축구 소식에 정통한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베르너가 6개월 임대 계약으로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다. 최종 협상 단계에 있으며, 베르너는 라이프치히 훈련 캠프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로마노도 자신의 SNS를 통해 "베르너는 향후 48시간 이내에 토트넘에 임대로 합류하기 위해 오늘 열리는 라이프치히의 경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협상은 최종 단계에 있으며, 구매 옵션을 두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6월까지 베르너의 임금 100%를 책임질 예정이다"라며 베르너가 토트넘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토트넘 내부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한 토트넘의 ITK(In The Known) 폴 오 키프도 베르너가 곧 런던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보도했고, 영국 'BBC', '스카이 스포츠' 등 다수의 매체들 역시 베르너의 토트넘행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라이프치히의 마르코 로제 감독도 베르너의 이적을 인정했다. 로제 감독은 "베르너가 임대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은 맞다. 그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뛰고 싶어 한다. 우리는 베르너가 최선을 다하길 바라고, 그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라고 말했다.
로제 감독의 말처럼 베르너는 출전 시간을 위해 이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내년 여름에 베르너의 모국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 2024에 출전하려면 경기를 꾸준히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르너는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에서 8경기 출전에 그쳤고, 8경기 중 선발 출전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했다. 베르너가 이번 시즌 소화한 시간은 204분이 전부다.
베르너가 토트넘에 합류할 경우 출전 시간에 대한 고민은 해소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당장 히샤를리송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질 선수가 필요하다. 또한 베르너가 측면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만큼,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베르너가 토트넘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영국 '스포츠 렌즈'는 8일 "베르너가 토트넘으로 깜짝 이적할 수 있었던 데에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역할이 컸다. 베르너는 맨유,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그리고 크리스탈 팰리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목요일 토트넘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떠올랐고 현재 임대 이적이 임박했다"라고 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특정 목표를 지향하는 팀이 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베르너를 강력한 타깃으로 설정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가 팀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고, 토트넘의 스카우트 스태프들도 베르너의 데이터가 토트넘이 공격진에 포함시키려는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확신했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토트넘은 1월 이적시장이 열린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연결됐던 베르너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이번 영입을 통해 토트넘은 이번 달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며, 베르너가 남은 시즌을 순조롭게 보낸다면 저렴한 가격의 완전 영입 옵션은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라며 토트넘의 베르너 영입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베르너는 자신을 향한 의심의 시선을 지우는 게 우선이다. 골드는 "물론 베르너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첼시에서 뛰며 프리미어리그(PL)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첼시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득점 기록이 실망스러웠다. 베르너는 첼시에서 뛴 두 시즌 동안 PL에서 단 10골을 넣는 데 그쳤다"라며 베르너가 첼시 시절 PL에서 실패한 경력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골드의 설명처럼 베르너는 두 시즌 동안 PL에서 60경기에 가까운 기회를 받았지만, 초라한 득점 기록을 남긴 채 독일로 떠났다. 첼시는 베르너를 신뢰하며 베르너에게 상당히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했는데, 베르너는 첼시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장점이 확실한 선수였지만, 그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 시절부터 정확한 타이밍에 침투를 시도해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라인 브레이킹 능력과 주변 동료들을 활용하는 연계 능력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첼시에서는 이런 장점들도 살리지 못했고, 단점이었던 부족한 골 결정력만 눈에 띄었다.
부진이 이어지자 본인조차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했다. 베르너는 지난 2021-22시즌 도중 인터뷰에서 "때로는 팬들이 왜 나를 응원해주는지 모르겠다. 난 스트라이커지만 득점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베르너의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공교롭게도 베르너는 이 인터뷰를 남긴 시즌을 마지막으로 첼시를 떠났다. 첼시는 베르너가 살아나길 기다렸지만 결국 2022-23시즌을 앞두고 베르너의 이름을 방출 명단에 올렸다. 여러 클럽들이 베르너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베르너는 친정팀인 라이프치히 복귀를 선택했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뒤 치른 첫 번째 시즌 27경기(선발 23경기)에 출전해 9골 3도움을 기록, 준수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 개막한 뒤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베르너를 대신해 로이스 오펜다, 유수프 폴센, 사비 시몬스, 베냐민 세슈코 등 어리고 유망한 자원들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베르너는 이미 한 차례 PL에서 실패한 경력이 있고, 최근 경기력까지 좋지 않다. 또한 베르너가 토트넘에 합류하려는 목적도 다른 게 아닌 내년 열리는 유로 2024를 바라보고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토트넘이 완전 이적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기는 했으나, 베르너와 동행하는 6개월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올 만하다.
베르너가 토트넘의 기대처럼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던 베르너와 달리 손흥민은 이번 시즌 PL에서만 12골 5도움을 기록하며 현재 리그 득점 3위, 공격 포인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록 외에 당장 최근 경기력만 보더라도 베르너에 비하면 손흥민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베르너의 토트넘 이적이 임박했고, 토트넘은 베르너를 다가오는 맨유전부터 기용하길 바라고 있다.
베르너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손흥민이 오기 전까지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질 전망이다. 토트넘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 결승전까지 오른다면 맨유전과 브렌트퍼드전, 에버턴전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전까지 손흥민과 함께할 수 없다. 맨유는 물론 다른 세 팀 모두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들이다. 브라이턴은 최근 토트넘의 상승세를 끊은 팀이기도 하다.
사진=파브리시오 로마노 SNS,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