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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결산③] "편파 판정 심해", "해설할 수 없다"…해설위원들의 말말말

기사입력 2022.02.21 11:41 / 기사수정 2022.02.21 11:41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국민들을 웃고 울렸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16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여느 대회보다도 많은 스토리와 논란으로 가득했던 대회였다. 편파 판정부터 도핑 논란까지. 굵직했던 이슈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했던 해설위원들의 해설로 들어본다.

“모든 게 예정돼 있던 건가요” 분노의 편파 판정

7일 열린 남자 쇼트트랙 1,000m 경기는 한국팬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준결선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하고, 그 자리에 중국 선수 2명이 구제되면서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이어진 결승에서는 헝가리의 류 사오린과 중국의 런쯔웨이가 격한 몸싸움을 펼쳤음에도 1위로 들어온 류 사오린에게만 실격이 주어지며 중국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쓸어 담게 됐다. 앞서 열린 '노터치' 혼성 계주 금메달까지 묶어 개최국 중국을 위한 편파판정이 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쇼트트랙 해설위원들도 분노를 금치 못했다.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야~”라며 탄식한 뒤 “저렇게 메달을 가져가는 게 가치가 있는 걸까요”라며 반문했고, 박승희 SBS 해설위원도 “모든 게 예정돼 있던 건가요”라며 분노했다. 진선유 KBS 해설위원도 “이번 올림픽은 편파 판정이 심한 것 같다. 같은 선수 출신으로서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1,000m 경기의 파장은 컸다. 선수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판정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대한체육회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해 공정한 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이후 경기에선 판정 시비가 나오지 않았고, 편파 판정에서 자유로워진 쇼트트랙 대표팀도 이후 메달 5개(금2, 은3)를 쓸어 담으며 쇼트트랙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민규야!" 방송사고급 반말 리액션, 그 뒤에는..

12일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 차민규의 은메달이 확정되자 3사 해설위원 모두 소리를 지르며 방송사고급 리액션을 펼쳤다. 모태범 MBC 해설위원은 확정 순간 “잘했다! 잘했어!”라고 소리치며 “차민규 선수도 이제 형이에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차민규가 태극기를 들고 중계석 앞을 지날 땐 이상화 KBS 위원과 제갈성렬 SBS 위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기도 했다. 중계도중 해설위원의 본분을 잊은 반말 해설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으나, 선배로서 후배의 결실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차민규의 노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대회 차민규의 메달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 참가는 물론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최근 국제대회 성적도 좋지 않았기 때문. 한때 6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도 51위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2021-2022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도 500m 최고 순위가 7위일 정도로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차민규는 올림픽에서 깜짝이 아닌 깜짝 메달로 다시 날아올랐다. 

제갈성렬 위원은 차민규의 메달에 눈물을 흘렸다. 제갈 위원은 "(차민규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있어 많은 굴곡이 있었다"라면서 "골반이 아파서 재활하면서 훈련하는데 밤 11~12시까지 못 자고 애썼다"라며 차민규의 고충을 대신 전했다. 결과는 2연속 '깜짝' 메달이었지만, 그동안의 노력과 고충은 '깜짝'이 아니었다. 


“어떤 멘트도 할 수 없습니다” 도핑 선수 향한 해설 보이콧

원래 피겨 해설 자체가 조용하고 잔잔한 특징이 있지만 침묵만큼은 드물다. 하지만 15일 열린 여자 피겨 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에선 달랐다. 이례적으로 특정 한 선수의 연기에서 공중파 3사 해설위원이 모두 침묵하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도핑 의혹을 안고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여자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 카밀라 발리예바의 연기 때였다. 

발리예바는 대회 전 도핑에 적발됐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자국 대회에서 제출한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돼 RUSADA(러시아반도핑기구)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RUSADA가 징계를 철회하면서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 ISU(국제빙상연맹)가 CAS(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으나 CAS가 14일 이를 기각하며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도핑 적발 선수의 올림픽 출전. 시선은 곱지 않았다. 피겨 선수 출신의 공중파 3사 위원들도 해설을 보이콧하며 침묵을 지켰다. 이호정 SBS 위원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에서 연기한 선수에게 어떤 멘트도 할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해진 MBC 위원 역시 “이런 경기를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고, 곽민정 KBS 위원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화가 나는 건 다른 출전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곽 위원의 말대로 발리예바의 출전은 다른 선수들에게 큰 민폐를 끼쳤다. 선수의 노력을 폄훼하는 허무함은 물론, 발리예바가 메달을 획득할 경우 간이 시상식과 메달 수여식을 열지 않겠다고 IOC가 밝혔기 때문. 다행히 발리예바가 메달에 실패하면서 시상식은 열렸다. 발리예바는 쇼트 프로그램을 1위로 통과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세 차례나 넘어지며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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