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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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리뷰] '미저리' 김상중X길해연, 연극의 제한성을 극복하다

기사입력 2018.03.06 09:19 / 기사수정 2018.03.06 09:1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야. 내가 너의 넘버원이니까." 

연인에게 집착하는 스토커, 연예인에게 집착하는 ‘사생팬’은 흔한 얘기가 됐다. 자신은 사랑한다고 믿지만 이는 애정이 아닌 상대를 괴롭히는 집착일 뿐이다. 이를 조금 더 엽기적이고 병적으로 담아낸 작품이 ‘미저리’다. 폴과 그의 넘버원 팬이라고 자청하는 애니의 이야기다. 

드라마 '심야식당', '돌아온 일지매', '궁', '러브어게인' 등의 황인뢰PD가 연출하는 '미저리'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이다. 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을 동경하는 팬 애니의 광기 어린 집착을 담았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연극으로는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액션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눈길에 사고를 당한 폴이 애니의 집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저리’의 애독자이자 간호사 출신 애니는 어딘지 수상하지만, 상냥한 말투로 폴을 대한다. 폴도 애니 덕분에 목숨을 구했단 생각에 호의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애니는 광적인 집착을 가진 여자였다. ‘미저리’의 미저리가 죽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분노하고 탈출을 시도한 폴의 다리를 망설임 없이 망치로 내리찍는다. 


뛰어난 원작이 있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원작 덕분에 대중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비교는 꽤 큰 부담이다. 원작의 탄탄한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면서도 차별화를 줘야 한다. 더구나 연극 장르의 특성상 원작 소설의 상상력과 정서의 깊이, 영화의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도 ‘미저리’는 이런 한계를 덜 느끼게 한 작품이다.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천둥소리, 빗소리 등 음향적 효과로 몰입을 돕는다. 회전 무대 역시 적절하게 활용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는 공포,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다. ‘미저리’는 연극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고 빠른 전개와 집약된 구성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외적인 장면과 설명은 걷어내고 두 사람의 핑퐁 같은 감정 대결에 집중한다. 

다만 폴과 애니가 서로를 죽이려고 사투를 벌일 때 영화보다 단순하게 처리됐다. 클라이막스에 올라야 할 부분인데 막판에 맥이 풀리는 느낌이다. 긴 암전도 아쉬운 부분이다.

배우의 연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김상중과 길해연은 영화 속 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으로 호흡한다. 김상중이 1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폴 셸던은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는 생각에 애니의 말에 다정하게 귀 기울여준다. 하지만 이내 생명의 위협을 당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미저리’를 다시 쓰거나 탈출을 도모하는 폴을 완급을 조절하며 연기한다. 

“네가 감히 미저리를 죽이다니”라고 분노하는 애니는 책 속의 인물의 행복과 자신의 행복을 지나치게 동일시한다. 삐뚤어진 집착을 보이는 비정상적인 인물이다. 길해연은 그런 애니를 사이코패스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극도의 외로움을 불어넣어 다른 시각에서 보도록 한다.

4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110분. 만 13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스토리피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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