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9 13:19
스포츠

[평창 ON-AIR] 작별 앞둔 남북 단일팀, 그 짧고도 길었던 여정

기사입력 2018.02.22 10:19


[엑스포츠뉴스 강릉, 조은혜 기자] "하나, 둘, 셋, 팀 코리아, 화이팅!"

논란 속에 발을 내디뎠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모든 경기가 종료됐다. 예선 3경기과 순위 결정전 2경기까지 5전 전패, 2점을 올렸고 28점을 실점했다. 숫자로 본다면 초라한 성적일 수 있지만 올림픽에서 처음 남북이 호흡을 맞춘 이번 단일팀의 의미를 단순히 숫자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대회 20일을 남겨둔 시점의 혼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결성은 지난달 1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논의 됐고,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창 회의에서 확정이 됐다. 올림픽 개막까지 단 20일이 남아있는 시점, 올림픽 만을 바라보고 4년을 땀 흘린 선수들에게는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팀 스포츠, 북한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세라 머리 감독의 혼란도 당연했다.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는 일 밖에 없었다. 북한 선수단은 2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들어오며 한국 선수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어색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남북 선수들은 대회를 준비하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벽을 허물기 위해 서로 노력했다. 신소정은 "처음 단일팀을 한다고 했을 때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휘둘리지 않고 훈련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남북 단일팀은 이번 올림픽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다. 개회식에서는 주장 박종아와 북한의 에이스 정수현이 함께 손을 맞잡고 성화 봉송을 함께하기도 했다. 남북 공동입장과 더불어 평창올림픽이 개회식부터 평화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 장면이었다.


◆다섯 번의 게임 : 역사적인 첫 경기, 첫 골


그리고 개회식 이튿날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가 치러졌다. 국내외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역사적 경기의 결과는 0-8 대패였다. 조직력이 완전하지 못했던 단일팀은 강호 스위스를 만나 공수에서 열세를 보였다. 2차전인 스웨덴전도 마찬가지였다. 스웨덴을 상대로도 0-8 완패를 당한 단일팀은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상황이었지만, 첫 골과 첫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마지막 예선 경기였던 일본전에서 첫 골이 터졌다. 랜디 희수 그리핀이 0-2로 끌려가던 2피리어드 9분31초에 박윤정의 어시스트를 받아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이후 순위 결정전에서 스위스, 스웨덴과 다시 만난 단일팀은 비록 0-2, 1-6로 패하긴 했지만 예선과는 달라진 경기 내용을 보여주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단일팀의 두 번째 골이자 대회 마지막 골은 맏언니 한수진이 기록했다.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다

'우리는 하나다'. 경기 내내 울려퍼진 그 말처럼, 선수단은 남측, 북측 선수로 나눠진 것이 아닌 한 팀으로 경기에 임했다. 첫 경기가 끝나고도,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도 선수들은 "우리는 한 팀으로 싸웠다"고 말했다. 

북한의 정수현은 "경기 전부터 두 측의 생각은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경기에서도 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경기 뛰는 동안 개별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수연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가 정말 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같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가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진도 그랬다. 모든 경기를 마무리한 후 머리 감독은 "박철호 독님이 없었다면 단일팀 운영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개회식에서 박철호 감독이 먼저 손을 잡고 입장하자며 손을 내밀었다는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머리 감독은 또 "라인이나 선수 교체에 대한 나의 어떤 결정도 잘 받아줬다"고 얘기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 결정 이후 우리는 남과 북으로 나눠지지 않았고, 그저 한 팀이었다. 물론 어려운 결정이고, 어려운 전환이긴 했지만 최선을 다해 한 팀으로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모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머리 감독은 비디오를 통한 미팅을 여는 등 폐회식까지 함께 하는 북한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가르침을 주겠다"고 말한다.


◆단일팀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현재 머리 감독은 2년 재계약 제안을 받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깝고도 먼 2022 베이징올림픽을 바라보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이다. 대회 내내 단일팀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받았던 머리 감독은 몇 차례 단일팀 기회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선수의 말이 정답이 될 수 있겠다. 골리 신소정은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역사적 취지나 의미는 좋지만 지금처럼 3주 만에 단기간에 한다는 건 사실 구기 종목에서 말이 안된다"면서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최소 3~4년은 환경을 마련해주셔야 거기에 대해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강릉,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