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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주, 일본 대표팀에서 뛴다

기사입력 2005.04.21 01:21 / 기사수정 2005.04.21 01:21

이은정 기자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하은주

하은주 선수가 일본 여자농구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전격 발탁됐다. 2003년 일본 국적을 취득한 하 선수는 일본 여자실업농구 샹송화장품에서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 상대수비를 뚫고 레이업을 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감각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 일본 팀은 하은주 선수에게 기대 이상의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다.

일본 여자 농구에는 유독 한국인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하은주가 속한 샹송화장품의 이옥자 감독을 비롯해 도요타자동차의 정해일 감독, 일본 항공의 임영보 감독 등이 지도자로서 한국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옥자 감독은 한 때 국내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던 선수로 일본감독으로 처음 데뷔한 첫해 팀을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뛰어난 한국인 지도자와 초특급 한국인 센터가 독식하고 있는 샹송화장품은 5시즌 만에 일본여자농구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는 성과를 이뤘다. 팀의 골밑을 확실히 책임지고 있는 하은주는 팀의 전략을 수비농구로 전향할 정도로 막대한 비중을 지니고 있다.


하은주의 이유있는 귀화, 일장기를 가슴에 달기까지

그러나 한국 농구계는 하은주 선수의 일본 대표팀 발탁이 그리 반갑지 않은 눈길이다. 뛰어난 선수를 놓친 것도 그렇지만 '일장기'를 가슴에 달게 됐다는 것이 영 심기가 불편하기만 한 것.

한국 최초로 NBA에 진출한 하승진 선수의 친누나로 잘 알려진 하은주 선수는 농구 선수였던 아버지 하동기씨의 뒤를 이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매해 전 경기를 우승을 이끈 주역으로 활동했으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연골이 다 닳아 없어져 선수로서의 위기를 겪으며 중학교 1학년 재학 시절, 큰 수술을 하게 된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힘든 시기였으나 더욱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학교 측의 태도. 팀의 주역이었던 선수의 수술에도 감독은 물론 선후배까지 눈길을 주지 않았다.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소 하은주 선수와 학교측과의 갈등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팀에서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까지 하 선수를 외면했다는 것은, 라이벌 의식으로 평소 동료들과 불화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학교 측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 선수는 일본에 진출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돌아가면 뭐하느냐, 한국엔 친구들도 없지 않느냐'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입게 된 하은주는 전학을 둘러싼 학교 측과의 대립으로 다시 한번 가슴에 깊은 골을 남기게 된다. 전학가려면 선수 포기 각서를 쓰라는 학교 측의 압력에 더이상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농구선수로서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최선의 선택이었다.

2m가 넘는 최장신인 하은주의 가능성을 높이 산 일본은 무상으로 재활수술과 학업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고 오오카 고등학교에 스카웃 되면서 재활훈련에 성공했다. 다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큰 키와 감각 있는 플레이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일본 측은 언제 한국으로 빼앗길지 모르는 하은주 선수에게 지극정성을 다해 투자했고 그것은 하은주 선수가 일본으로 귀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요소가 된다.  

한편 한국 측은 하은주의 재활이 성공하여 일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자 뒤늦게 일본 귀화를 막기 위한 시도를 한다. 그러나 예상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은주 선수로서는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 포기를 강요당했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고 일본에서 지내온 시간도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인데다 굳이 적응이 된 일본 농구팀을 떠날 이유도 없었다. 


한국의 팀 이기주의가 만든 희생양, 하은주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2003년 '귀화하더라도 일본 대표팀에서 뛸 생각은 없다'라는 하 선수의 대표팀에 대한 입장 번복인데 이는 독도문제와 교과서 왜곡사건으로 불거진 일본과의 불화로 인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하은주와 하승진 남매의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둔 아버지 하동기씨는 일본으로 귀화한 딸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유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밝힌바 있다.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는 한국인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일부 여론의 반일감정으로 인해 그의 아버지 하동기 씨는 현재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특기자 전학을 둘러싼 수많은 갈등과 대립은 고질적인 문제로 학생과 학부모를 멍들게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학교도 학부모도 아닌 선수 자신이다. 관할 교육청이 체육특기생 이적 동의서를 써주어야 선수등록이 가능하다는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선수들은 전학을 가도 팀에 합류하지 못한 채 방황하기 일쑤다. 결국 100년에 한번 나오기 힘들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자국의 한 선수를 놓치게 된 것은 성적 지상주의와 팀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다. 

한편, 하은주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앓아온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에 출전하기에는 에로사항이 많다고 알려져 일본 대표팀 출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일본 여자농구팀 샹송 화장품 구단 홈페이지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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