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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의 대학로 열전] 김로사, 40대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기사입력 2017.11.21 15:15

홍동희 기자

[엑스포츠뉴스 홍동희 기자] 연극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어떨까. 여배우, 그리고 40대 배우의 삶은 어떤 것일까.

배우 김로사(43)는 20년 가까이 대학로를 지키고 있다. 20~30대 시절에는 1년 후 스케줄이 정해져 있을 정도로 연극계 소위 ‘잘 나가는’ 배우로 살아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대의 문턱을 넘으니, 일이 하나 둘 줄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맡는 배역도 여주인공에서 점차 여주인공의 엄마나 이모 같은 역할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고.

결국 몇 해 전부터 김로사도 연극 무대가 아닌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물론 그는 연극계에서는 ‘스타’이지만 드라마 현장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기에 단역 정도에 그친다. 그래도 ‘나를 찾아주는 현장’이 고맙고, 주인공이건 단역이건 맡은 역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연기 철학이다.

무대 위 연기가 몸에 배어 한동안 카메라 앞 연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는 그는 앞으로 자주 카메라 앞에서 서보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역시 그의 주 무대는 연극판이다. 다음 작품 역시 연극이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계속되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이 그의 다음 작품. 에이핑크 김남주와 배우 문가영이 더블로 연기하는 주인공 줄리엣의 엄마 역할을 맡았다.


아래는 배우 김로사와의 일문일답.

Q. 로사라는 이름은 본명인가요?
A. 네. 천주교 신자에요

Q. 어릴 때부터 꿈이 배우였나요?
A.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남들 앞에서 발표도 잘하고, 외향적인 성격이었어요. 우연히 초등학교 학예회 같은 데서 연극 주인공을 하게 됐는데 그때 동네스타가 된 적도 있었죠.

Q.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셨나요?
A. 중학교 때는 아버지 직업 때문에 제주도에 살았어요. 매일 바다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나 할까. 사춘기 시절을 제주에서 보냈는데 그게 저에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마 서울에서 그 시절을 보냈다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르죠. 하하. 고등학교 때는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Q. 단국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 했는데,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요?
A. 왜 없었겠어요. 아버지한테 그 때 처음으로 머리채 잡혀 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원하는 곳에 합격해서 너무 기뻐서 울었는데, 엄마는 너무 슬퍼서 울었답니다.

Q. 대학 시절부터 바로 연기를 하셨나요?
A. 집 사정도 어려웠어요. 학비를 제가 벌어야 했죠. 이런 저런 알바들도 많이 했어요. 그때 방송 단역들도 해보고, 기획사도 당시에 들어가게 됐죠. 그런데 조금 이상한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저의 20대가 조금 꼬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학교를 조금 오래 다니게 됐죠.

Q. 연극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A. 1999년도 대학 졸업하면서부터 극단 여행자라는 곳에서 시작했어요. 이후에 오달수 선배가 대표로 있던 신기루라는 극단에서 오래 있었죠.


Q. 20년 가까이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A. ‘코끼리와 나’라는 작품이랑 ‘노이즈 오프’라는 작품이요. 우선 ‘노이즈 오프’는 상대배우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단대 후배였는데 매일 연습실에도 지각하고 연기도 대충하는 것 같고, 아무튼 그 친구가 너무 싫었거든요. 남녀가 티격태격 하는 연극이었는데 제가 그 상대배우를 잡아먹듯이 하더래요. 정말 싫어했거든요. 

어느날 연출이 불러서 ‘속으로라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상대배우를 좀 대하여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매일밤 스스로 ‘난 저 남자를 사랑한다 사랑한다’하면서 주문을 외웠어요. 그런데 정말 그 남자를 짝사랑하게 되어버리더라구요. 하하. 그 감정을 식히는데 다시 1달은 걸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코끼리와 나’는 정조 때 조선에 처음으로 코끼리가 들어왔을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인데, 전 코끼리를 질투하는 무당 역할을 맡았어요. 상대배우가 오달수 선배였거든요. 전 사실 그 전까지 오달수 선배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가 배울 땐 표준어 연기가 아닌 사투리 쓰고 그러면 좀 신뢰가 떨어진다 그러잖아요. 

그런데 제가 직접 오달수 선배와 연기를 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몸이 이완되어 있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받아치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받아치면서 상대배우와 교감하시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연기적으로 성숙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에 들어가게 된 것도 이 연극 끝내고였으니까요.

Q. 영화나 드라마 출연도 종종 하시고 계시는데요?
A. 40대가 되고 나니 정말 일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저랑 비슷한 시기 연극을 시작했던 언니들이 하나 둘 무대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 저도 위기감이 있죠. 여자배우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연극을 많이 그만 둔다고 하는데, 딱히 맡을 배역이 없어서예요. 정말 애매한 나이거든요. 그러다 ‘카트’라는 영화가 들어왔어요. 단역이라도 일단 열심히 해보자 하고 현장을 갔죠. 연극 무대에서 얼굴보기 힘들었던 언니들이 다 거기 있더라고요. 그 언니들 보니깐 배낭 메고 자기 프로필 돌리러 다닌다고 하는데, 전 아직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Q. 그럼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건가요?
A. 사실 연극배우들이 액션이 크잖아요. 처음엔 저도 너무 ‘오바’ 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이제 조금 방송 연기에 감이 오는 편이긴 해요. 제가 소속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드라마만 해야지 하는 것도 아니에요. 기회가 오면 물론 하겠죠. 저랑 신인 때 처음으로 같이 시작했던 어떤 배우는 십 몇 년이 지나 스타가 되어있고, 전 그가 주연하는 드라마 단역으로 현장에서 만난 적도 있어요.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뭐 어쩌겠어요. 제가 선택한 길인 걸요.

Q. 연극판을 아직도 사랑하시나요?
A. 앞으로 로봇이 대체하면 없어질 직업들이 있더라고요. 연극은 절대 그런 면에서 없어질 직업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어느 책에 ‘연극은 인간 이해의 원리다’라고 쓰여 있는데, 연극은 남을 이해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캐릭터를 이해하고 어떤 인물이 되어 보는 재미는 연극만의 매력이겠죠. 저도 연극 때문에 인간으로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일반 회사에 다녔다면, 그냥 까칠한 상사, 내 자식만 소중한 엄마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없었을 거라고 확신해요. 아마 다시태어나도 연극하지 않을까 합니다.

mystar@xportsnews.com / 사진=박지영 기자
 

홍동희 기자 mysta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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