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7 08:38 / 기사수정 2008.11.27 08:38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시즌 최다 패 투수는 다음해 우수 투수로'

최근 프로야구에서 꾀나 재밌는 법칙이 생겨났다. 시즌 최다 패 투수는 다음 시즌 우수 투수로 거듭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2005시즌 KIA와 두산, 2팀에서 뛴 다니엘 리오스는 15승 12패 3.51이라는 호성적을 거두었으나, 그 12패는 바로 그 시즌 최다 패였다. 그리고 2006시즌 12승 16패 2.90으로 활약했으나, 역시 최다 패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하지만, 2007시즌 2번의 최다 패를 거뒀던 리오스는 22승 5패 2.07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2번의 최다 패를 뒤로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약물 복용' 의혹을 받으며 조용히 사라진 선수가 되었다.
2007시즌 최다 패를 기록한 선수는 KIA의 젊은 영건인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지나칠 정도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주춤하다가, 시즌 막판 타선 지원 부족으로 기인한 헝클어진 마인드와 체력부족으로 인해 7승 18패로 최다 패 선수가 되었다. 3,78이라는 평균자책점이 보여주듯 그리 나쁜 피칭은 아니었으나, 최다 패의 수모를 안은 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2008시즌 완전히 환골탈태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4승 5패로 2.33의 평균자책점으로 최다승 부문 2위와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차지하여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시즌 막판 어깨 뭉침과 통증만 아니었으면, 최다승 부문도 석권 가능했을 것으로 보였다. 베이징 올림픽에 뒤늦게 합류하여 환상적인 피칭으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거머쥐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2008시즌 최다 패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바로 LG 트윈스의 신인 정찬헌이다. 정찬헌은 3승 13패 5.50의 평균자책점으로 올 시즌 최다 패의 주인공이 되었다.
광주일고 출신의 정찬헌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출전하는 영광을 얻었다. 최강 SK를 상대로 4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올 시즌 파란을 예고했다.
5월 9일 대전 한화전까지 불펜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올 시즌 신인왕 유력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LG의 허리에서 과감한 투구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선발진의 붕괴로 고심하던 김재박 감독은 불펜의 에이스 노릇을 하던 정찬헌을 선발진으로 돌려 선발진의 부흥을 꾀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첫 선발 등판이었던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타선의 난조 속에 패전투수가 되었다. 2번째 선발등판이었던 대구 삼성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가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보여준 전부였다.
3번째 선발등판일 부터 9월 6일 SK와의 경기까지 등판한 11번의 선발 등판경기에서 11패를 기록하였다. 말 그대로 백전백패였다.
신인으로서 긴 이닝을 책임져야만 한다는 책임감과 좋지 않은 팀 성적으로 인해 자신이 잘 던져야만 한다는 부담, 그리고 신인 첫해에 바로 실전에 나가기엔 부족한 체력 등의 많은 문제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줄어들어 듦에 따라 가운데 넣기에 급급한 투구는 비록 젊음의 싱싱한 어깨와 패기로부터 나오는 힘있는 묵직한 직구임에도 상대 타선의 매서운 방망이를 피하 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팀이 꼴찌를 확정한 10월의 마지막 2번의 등판에서 4.2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였고, 내년 시즌의 활약을 위한 포석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아직 신인이다. 맞으면 맞을수록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신인으로서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겨우내 무엇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것인지 발견한 그 자체가 큰 수확으로 작용할 것이다. 올 시즌 최다 패를 기록한 것이 정찬헌에겐 큰 재산과 경험이 될 것이다.
분명 위력적인 구위와 담대한 배짱을 가진 선수임이 틀림없다. 윤석민이 2007년 최다 패를 기록하고 2008년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듯, 정찬헌 또한 올 시즌 최다 패를 기록했지만, 내년 시즌 윤석민에 버금가는 최고의 투수로 성장하면 그만이다.
과연, 내년 시즌에도 최근에 성립한 '올 시즌 최다 패 투수 = 다음 시즌 최고 투수'의 법칙이 성립할 수 있을지 벌써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사진=(C) 정찬헌 (LG 트윈스 제공), 윤석민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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