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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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15년 만에 WS에 진출한 필라델피아의 저력

기사입력 2008.10.16 14:08 / 기사수정 2008.10.16 14:0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 뉴스 = 조영준 기자] 한국시간으로 16일 캘리포니아 LA의 다저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LA 다저스를 5-1로 누르고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홈 2연전(1, 2차전)에서 필리스에게 모두 패한 다저스는 홈에서 벌어지는 3연전에서 최소 2연승을 거두고 적지인 필라델피아로 떠나야했습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차전에 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다저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길 수도 있었던 게임을 놓쳐서 아쉬움이 남지만 필리스의 관점으로 보면 칭찬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4차전을 극적으로 승리한 필리스가 5차전 초반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채, 시합에 임했다면 다저스에게 반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제 아무리 필리스의 에이스인 콜 헤멀스가 5차전 선발로 투입된다 할지라도 한두 점 싸움의 팽팽한 투수전의 양상으로 갔다면 다저스에게 유리한 게임이 됐을 지도 모릅니다.

필리스가 5차전에서 승리하려면 다저스의 선발인 채드 빌링슬리를 마운드에서 일찍 끌어내리는 것이 우선과제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1회 초에 터진 지미 롤린스의 선재 솔로 홈런은 의미가 컸습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필리스는 빌링슬리를 압박해 나갔습니다. 3회 초에서 롤린스와 체이스 어틀리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그 다음으로 이어진 라이언 하워드와 펫 버렐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줬습니다.

초반부터 집중력을 잃지 않은 필리스에 다저스는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게임 초반에 다저스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원아웃에 두 명의 주자가 1루와 2루에 출루해 있는 상황에서 애석하게도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하위타선의 블레이크 드위트였습니다. 4차전에서도 공교롭게 드위트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가 많았지만 드위트는 안타는 커녕, 모두 범타로 물러났었습니다.

드위트는 5차전에서도 중요한 상황에서 병살타를 치며 필리스의 선발인 콜 해멀스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다저스가 뽑은 유일한 1점은 주포 매니 라미레스의 솔로 홈런이었습니다. 다저스는 어떻게 해서든 매니 앞에 많은 주자가 출루해 기회를 만들어 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1, 2번 타자인 라파엘 퍼칼과 안드레 이디어의 출루율은 부진했고 오히려 중 하위 타선인 제임스 로니와 케이시 블레이크, 그리고 맷 캠프 등의 출루율이 좋았습니다. 이들 타자들이 만든 기회는 자연스럽게 하위 타선에게 주어졌고 결정적인 기회를 맞은 단골 타자인 드위트는 병살타를 쳐 경기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또한, 대타로 들어선 제프 켄트도 삼진으로 물러나 절호의 기회를 수포로 만들었습니다.

다저스 타순의 순번이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위기관리 투구가 뛰어났던 콜 해멀스의 투구가 빛났습니다. 수비를 보면 치명적인 내야수비 범실로 줘도 되지 않을 2점을 필리스에게 헌납한 다저스의 유격수 퍼칼의 실책에 비해 필리스의 2루수 어틀리는 결정적인 호수비를 몇 개 건졌습니다.

그리고 셰인 빅토리노의 광범위한 외야수비도 필리스의 승리에 톡톡히 한 몫을 했습니다. 위기상황에 몰려서 실책을 남발한 다저스에 비해 4차전의 승리로 여유를 가진 필리스는 신중한 경기 운영으로 다저스에게 역전당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시켰습니다.



또한, 5차전을 통해 드러난 다저스와 필리스의 차이점은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였습니다. 필리스는 어느 경기에 투입해도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NLCS MVP에 오른 콜 해멀스란 에이스가 있었지만 다저스는 좋은 선발진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게임을 책임져줄 '최고의 에이스'가 부재한 점이 포스트시즌에서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필리스는 시리즈를 매듭지어야 될 상황에서 승리하고 1993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이후에 15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랐습니다. 1993년 이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스(워싱턴 내셔널스 전신)와 함께 만년 최하위 팀으로 추락했던 필리스는 팀의 꾸준한 재건과 투자를 통해 2000년대 중반으로 오면서 강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뉴욕과 LA 같은 대형 마켓은 아니지만 필라델피아 지역의 야구 열기도 상당히 뜨겁습니다. 2000년대 전만해도 관중동원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필라델피아는 어느덧 300만 이상을 돌파하는 인기 구단이 되었고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들 중, 뉴욕과 LA, 그리고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에 이어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구단으로 우뚝 섰습니다.

1993년 월드시리즈 6차전, 상대 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4번 타자 조 카터에게 통한의 3점 홈런을 맞고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필리스는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재패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사진 = 필라델피아 필리스, 콜 해멀스 (C) philadelphia.phillies.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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