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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카데미 시상식③] 의문의 그라운드 누아르, 삼성-한화 제 2의 결투

기사입력 2017.07.14 10:00 / 기사수정 2017.07.14 10:00


※각본 없는 드라마인 야구! 그 중에서도 설마가 사람을 잡고,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유독 쇼킹한 경기들이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는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던 전반기 역대급 경기 TOP3를 선정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경기 시작 전부터 뭔가 어수선한 날이었다. 5월 21일, 예매대행사의 서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무료로 구장이 개방됐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큰 사고 없이 입장이 이뤄졌지만,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공기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5월 21일 삼성과 한화의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하게 전개되다 0-0이던 3회말 장민석과 송광민의 연속 안타가 나오며 한화가 1-0의 리드를 잡았다. 이후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2볼-2스트라이크, 그리고 6구 138km/h 빠른 공이 김태균이 배 부분을 스쳤다. 이 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던 김태균과 마운드에 있던 삼성 선발 윤성환의 신경전이 일었고 이를 발단으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김태균과 윤성환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 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미묘한 기류가 날선 감정으로 변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게 됐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는 여타 벤치클리어링과 비슷한 그림이 그려졌다. 문제는 다음, 윌린 로사리오의 타석에서 곧바로 벌어졌다. 


'드루와 드루와'
윤성환의 초구 138km/h 패스트볼은 로사리로의 왼쪽 팔에 꽂혔다. 시리즈 앞선 두 경기에서도 초구에 몸을 맞았던 로사리오는 공을 맞자마자 배트를 집어던지고 마운드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초유의 '2차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삼성과 한화 양 팀 선수들은 보는 사람들이 흠칫할 정도로 무섭게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벤치클리어링은 대개 싸우는 사람보다 말리는 사람이 더 많지만 이날 오렌지와 블루는 너무도 격하게 뒤엉켰다.

전에 없던 난투극이었다. 이 과정에서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윤성환과 더불어 삼성 재크 페트릭, 한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정현석이 폭력을 이유로 퇴장을 당했다. 비야누에바는 이날 한화 선발로, 사상 최초 양 팀 선발이 모두 퇴장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벤치클리어링이 진화된 후 차일목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삼성 김승현까지 퇴장 당하며 이날만 5명의 퇴장이 나왔다.

경기까지 치고받고의 연속이었다. 6회초 삼성이 첫 득점을 뽑아내며 2-1로 역전했으나 6회말 한화가 곧바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삼성이 7회초에만 5점을 몰아내며 점수를 벌렸고, 7회말 한화가 두 점을 추격하자 8회 한 점을 더 도망갔다. 한화는 9회말까지 7-8로 따라붙었지만 끝내 점수를 뒤집지 못하면서 삼성이 승리, 삼성의 시즌 첫 스윕이 완성됐다. 


(6월 다시 만난 삼성과 한화는 벤치클리어링 재발 방지와 페어플레이를 약속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악수를 나누는 삼성 주장 김상수와 한화 주장(당시 대행) 송광민.)

그리고 이날 경기 이틀 후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서 윤성환과 비야누에바 출장정지 6경기, 정현석 출장정지 5경기, 페트릭 제재금 200만원 징계가 내려졌다. 또 상벌위원회는 경기에서 퇴장 당하지는 않았지만 사후 경기영상 분석결과 상대선수를 가격한 것이 명확하게 확인된 삼성 김재걸, 강봉규 코치에게도 출장정지 5경기와 3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양 구단에게도 제재금 500만원이 부과됐다.

'삼성 아이들에게 맞고 다니고 그라믄 안돼' 비야누에바
이날 가장 과격한 모습을 보인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한화 비야누에바였다. 보통 선발투수들은 경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벤치클리어링에 가담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비야누에바는 팀의 일에 앞장섰다. 심지어 비야누에바는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왼쪽 새끼 손가락 인대 부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3주 동안 자리를 비워야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 같은 상대 6월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복귀해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뭣이 중헌디' 김성근 감독
이날 경기와 벤치클리어링이 직접적인 원인이나 사유가 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경기가 김성근 감독의 운명적인 경기가 됐다. 21일 경기 후 경기가 없던 월요일 김성근 감독은 2군 선수들의 특타를 진행하려고 했고, 구단 측의 만류에 '이런 식이라면 내일부터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23일 사퇴가 결정되며 5월 21일이 김성근 한화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김성근 감독이 사퇴한 뒤 이상군 투수코치가 올 시즌 종료까지 감독대행직을 맡는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삼성라이온즈,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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