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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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초점] '밤의 해변에서 혼자', 지워낼 수 없는 불륜의 그림자

기사입력 2017.03.14 06:40 / 기사수정 2017.03.13 21:28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오롯이 작품의 가치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불륜의 그림자를 온전히 지워내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1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첫 공개됐다. 9개월 동안 이어졌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은 "사랑하는 사이다"라고 밝힌 두 사람의 인정 속에 불륜으로 자리매김했다. 두 사람의 입장 발표가 진행된 자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 현장이었다.

통상 언론시사회 현장에서는 시사회 후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취재진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불륜설 후 국내에서 두문불출 해 왔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

앞서 지난달 영화가 공개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홍상수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냐'는 말이 오갔지만, 당시 홍상수 감독은 "많은 감독들이 자신의 삶을 영화 스토리에 반영한다. 그것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차이일 뿐인데, 나는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절대 자전적인 내용을 싣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국내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상수 감독은 "자전적 의도는 없다"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작품을 보면서 현실 속 두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러닝타임 101분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1, 2부로 나뉘어 구성됐다. 1부는 독일 함부르크, 2부는 강릉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1부에서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 분)과의 불륜 후 고뇌하는 영희(김민희)가 독일로 떠난 후의 모습이, 2부에서는 강릉으로 돌아온 영희가 동료들과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독일로 떠난 영희가 10년 넘게 살았던 남편과 헤어진 후 독일에 와서 살고 있는 언니 지영을 향해 "잘 생긴 남자들은 다 얼굴값 해. 많이 만나봤지. 나 진짜 많이 놀았어. 나 이제 외모 안 봐"라면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털어놓는 장면이 그렇다.

또 영희는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살고 싶어. 그것뿐이 없어. 솔직해야 돼.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자식이 진짜 무서운 것 같아"라고 불륜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상원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2부에서 상원은 영희에게 주고 싶다는 책의 한 페이지를 읽으며 마음을 전한다. '객실 안에서 시선이 마주쳤고, 난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내 가슴에 몸을 맡겼다.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심장이 타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하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됐다'는 내용이다.

"자기 얘기만 하면 지루해한다"고 말하는 영희는 뒤이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상원을 향해 "왜 그런 영화를 만드세요? 한이라도 맺히셨나요?"라며 쏘아붙인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상원은 "영화는 만들지만 정상이 아니다"라면서 "괴물이 돼가는 것 같아. 후회하는 것에서 벗어나야지. 매일같이 후회해. 그런데 자꾸 하다 보면 달콤해져. 계속 후회하다 죽어버리고 싶어. 숨이 막혀"라면서 눈물을 쏟는다.

서영화를 비롯해 권해효, 정재영, 송선미, 안재홍, 박예주 등 각자의 자리에서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영희의 선배이자 강릉에 있는 예술 영화관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천우는 영희에게 소문으로 들었던 유부남과의 관계를 물으며 '이런 일로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충고하며 "사람들이 할 일이 없으니 남의 일에 뭐라고 한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당일 시나리오가 나오는 등 즉흥적인 촬영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만의 스타일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도 그대로였다. 권해효는 간담회 현장에서 "제 촬영이 끝날 때까지 1부 분량이 있는지 몰랐다. 영화의 첫 장면이 제 장면이라 생각하고 찍었다. 제 이름이 천우인 것도 엔딩 크레딧을 보고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홍상수 감독님의 제작방식이 특이하다 보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영희의 선배인 명수(정재영)와 함께 강릉에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도희 역의 박예주 역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정재영 선배님 덕분에 장면들이 재미있게 나왔다"며 촬영과 영화 속 모습에 만족을 함께 표하기도 했다.

촬영을 진두지휘한 감독은 늘 그랬듯 한결같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임했고, 또 함께 한 배우들은 "너무나 즐거웠던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았던 '밤의 해변에서' 현장이었다. 특히 김민희는 "제가 진짜 보고 싶은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는 남다른 소감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홍상수의 가장 훌륭한 작품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는 극찬을 받았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국내 관객들에게도 순수하게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로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3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전원사/(주)콘텐츠판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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