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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용필름 임승용 대표가 말하는 영화 "선물이 되는 시간"

기사입력 2016.12.11 07:00 / 기사수정 2016.12.10 21:0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올 한해 영화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제작사를 떠올릴 때, 용필름이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6월 1일 개봉해 428만 관객을 모은 '아가씨'(감독 박찬욱)와 비수기로 꼽히는 10월 극장가를 장악한 '럭키'(감독 이계벽)로 697만 명의 성공을 거두며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였던 작품의 중심에는 용필름 임승용 대표(46)가 있다.

2012년 설립된 용필름은 2014년 '표적'(창감독)과 지난 해 '뷰티 인사이드'(백감독)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해왔다.

'럭키'의 흥행은 올해 용필름의 성과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이야기 중 하나다. 손익분기점(200만 명)만 넘기를 바랐던 '럭키'는 잠잠하던 가을 극장가에 코미디 열풍을 일으키며 흥행작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임승용 대표는 '럭키'의 흥행을 되짚어보며 영화를 제작할 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를 언급했다.

"제작을 할 때 제가 바라는 것은 항상 똑같아요. 첫 번째는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돼 줄 것. 두 번째는 저희가 선택한 배우들이 일정 정도 이상의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돈은 그 다음, 세 번째에요. 우리를 믿고 들어온 돈이 손해가 나지 않고, 큰돈을 벌든 작은 돈을 벌든 의미를 갖고 이 작품을 했다는 만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그 만족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그게 프로듀서의 일차적인 목표라고 생각해요."

정해진 스케줄과 예산을 지키고, 흥행이 돼서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것이 눈에 보이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제작자는 이것 외에도 작품을 하면서 연출자가 소위 말하는 큰 고통의 시간에 들어가는 것, 또 이에 출연한 배우가 후회하게 되는 위험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럭키'는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었다.

"('럭키'의 흥행으로) 이계벽 감독은 분명히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는 발판이 생겼죠. 또 유해진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 훨씬 더 견고해졌고요. 그 외에도 이준 씨나 조윤희, 임지연, 이동휘, 전혜빈 씨까지도 어떠한 평가를 받았으니까 그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승용 대표는 '럭키'의 흥행 요인으로 손꼽혔던 개봉 시기, 배우에 대한 호감도, 장르의 특징 등이 언급됐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 않냐"고 웃음 지은 뒤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크리에이티브한, 문화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중을 선도한다는 것은 약간 오만한 일이 아닐까요. 또 대중의 니즈(Needs)를 파악해서, 적확한 시기에 그 기획을 하는 것도 불가능의 영역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만드는 사람들의 진정성이 아닐까 합니다. 만들고자 하는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들이 관객들한테 잘 전달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럭키'를 만들 때도 그랬어요. '코미디가 한국에서 요즘 잘 안되는데 될까' 이런 생각 자체는 아예 안했죠. 이 소재가 주는 재미가 있었고, 그것을 잘 받아들여준 감독과 배우의 앙상블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고집을 피우지 않으면서도, 너무 높은 기대를 갖지 않는 마음가짐도 제작을 하며 나름대로 지키고 있는 그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 '내가 준비하는 영화는 늘 망한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뭐가 잘 안 될 거야'라는 생각은 자꾸 지나치게 되더라고요. 약간 부정적인 입장에서 출발하는 게 저만의 노하우이지 않을까요.(웃음)"

'럭키'가 일본의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했듯이,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각색과 리메이크에 강점을 보여 온 것에 대해서도 "살면서 뭐라도 하나 잘 한다 그러면 고마운 것 아니냐"고 너털웃음을 보이며 "'럭키'는 가족의 정서가 없는 부분이 작가를 통해 많이 들어왔죠. 임지연 씨의 부분도 아예 없던 것을 새로 넣어서 밸런스를 맞춘 것이고요. 사람들의 평가에 대한 시선은 부담스럽지 않고, 저에게는 그것이 늘 새로운 영화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돼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도 매번 다르다.

그러면서 임승용 대표는 "시나리오를 공식적으로 외부에 노출시킬 때, 예를 들어 내부에서 많은 논의를 하다가 어떤 시점이 돼서 투자사에 오픈을 하고, 배우들 캐스팅 결정에 대한 것을 프로듀서나 저희 직원들에게 얘기하는 순간에는 약간의 희열이 있더라고요. 올곧이 나 스스로가 판단하고, 인정한 것이잖아요. '내가 결정했어, 이제 나가서 해보자' 그 맛에 제작자를 하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편집을 끝냈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라고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였다.

꾸준하게 걸어온 결과물들이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 속에 남는다는 것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는 늘 어느 정도의 고통도 함께 따르기 마련이지만,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기분 좋은 아픔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결과물들이 인생의 전반에 걸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시기의 집중도에 따라 작품으로 태어나는 것이잖아요. 바하 같은 음악가처럼 작품 번호가 몇 백 개가 남을 수도 있고 가수들은 앨범이 나오는 것처럼, 문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 아닐까 해요. 매력적인 일이죠. 그걸 얻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고통도 견디나 봐요. 그래서 영화 일을 하나 봅니다.(웃음) 영화가 좋은 것은, 늘 그렇게 바라지 않았던 선물들이 생겨날 때가 있으니까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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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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