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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못했으면…" 박정아, 리우올림픽의 눈물이 이끈 MVP

기사입력 2016.10.04 09:43 / 기사수정 2016.10.04 09:43

이종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그만 못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어요."

박정아(23,IBK기업은행)은 올해는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했다. 지난 8월 2016 리우올림픽에서 생애 첫 올림픽 출장에 나섰다. 그러나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박정아를 향한 집중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고, 한국은 네덜란드에 패배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수비보다는 공격이 빛나는 선수였고, 네덜란드의 전략에 당했지만, 네티즌들은 박정아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했다. 도 넘은 비난에 결국 박정아는 자신의 개인 SNS까지 비공개로 돌려야만 했다.

무분별한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은 만 23살의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했다. 당시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하루종일 울고, 이야기하면 또 눈물을 흘리곤 했다"며 당시 박정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었다. 박정아는 주변사람들의 도움과 굳은 의지로 다시 한 번 일어섰다. 박정아는 "쉬는 동안 다른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 많이 위로해주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이야기를 안하기도 했다. 덕분에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며 "감독님께서 화를 덜 내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거기에 따라서 반응하려고 했고, 감독님께서 나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나도 노력했다"고 고마워했다.

노력의 결과는 빨리 나왔다. KOVO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올린 14점을 시작으로 박정아는 2차전에도 15점으로 활약했다. 이어 준결승전에서 서브와 블로킹 각각 2득점씩을 포함한 23득점(공격성공률 46.34%)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인 박정아는 마지막 결승전에서도 블로킹 3득점, 서브 1득점 포함 14득점을 성공시키면서 팀의 대회 2연패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박정아는 기자단 투표 29표 중 23표를 받아 대회 MVP에 올랐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박정아의 입에서는 "그만 못했으면", "잘하고 싶었다"라는 말이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리우올림픽에서 눈물과 상처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세상 사람들이 야속할 법도 했지만, 그는 "아마 내가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나도 스스로 답답할 정도였다"라며 원망의 말보다는 자신의 책임에 대해 말했다.

비록 이번 올림픽에서 아쉬운 모습이 나왔지만, 박정아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비롯해 한국 여자대표팀을 이끌 재목이다.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정아는 "지금은 무서울 것 같다"며 부담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대표팀 뽑히는 것은 영광이니 내가 더 잘하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V리그 개막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정철 감독은 올 시즌 박정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리시브 부담을 줄여줬다. 이정철 감독은 "이번 올림픽은 (박)정아가 한 차례 더 성장한 계기가 됐다"라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노력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박정아 역시 "정말 올 시즌 잘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bellstop@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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