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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VG CEO '헌터' 루웬준이 말하는 이지훈의 이야기(단독 인터뷰)

기사입력 2015.12.04 10:52 / 기사수정 2015.12.04 10:53

박상진 기자



12월의 첫 날,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팬들에게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바로 이번 오프시즌 최고 관심사인 이지훈의 행방이 결정된 것. 그간 많은 루머가 있었지만, 이지훈의 종착지는 중국의 비시 게이밍(Vici Gaming, VG)이었다.

이지훈의 소속팀인 SK텔레콤 T1은 2015 LCK 스프링과 섬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최고의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항상 팀의 우승이 먼저라고 이야기했던 이지훈이지만, 팀 동료 '페이커' 이상혁에 가려 본 실력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이지훈은 시즌이 끝난 후 과감한 선택을 했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새 팀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지훈의 도전에 화답한 팀은 바로 중국의 비시 게이밍. 비시 게이밍의 CEO '헌터' 루웬준은 이지훈을 영입하기 위해 짧은 기간 동안 네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고, 이지훈과의 충분하고 깊은 대화 끝에 결국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과연 비시 게이밍은 어떤 이유에서 과감히 올겨울 이적시장 최고 선수인 이지훈을 영입하게 된 걸까. 겨울이 깊어가는 2일 밤 서울의 한 호텔에서 '헌터' 루웬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서른이 안 된 나이의 루웬준은 그간 많은 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엑스포츠뉴스가 최초라고 밝혔다.

중국어와 영어로 진행된 비시 게이밍 CEO '헌터' 루웬준과 나눈 인터뷰는 아주부 송영진 매니저와 스파이럴캣츠 오세준씨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e스포츠 팬들에게 비시 게이밍은 생소한 팀일 수도 있는데, 비시 게이밍은 어떤 게임단인가?

비시 게이밍은 리그 오브 레전드로만 치면 4년차에 들어가는 팀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뿐만 아니라 도타와 피파 온라인3,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 여성부 팀도 운영 중이다.

작년 시즌 비시 게이밍의 성적에 대해 평가해보자면.

2015년 LPL 시즌에서 비시 게이밍은 6위를 차지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나쁜 성적도 아니다. 어찌 보면 비시 게이밍은 이제 첫 걸음을 뗀 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에서 경험이 풍부한 '댄디' 최인규와 '마타' 조세형이 합류했지만, 중국 선수들은 대부분 신인이었다. 성적에 대한 실망보다는 프로 무대가 처음이나 다름 없는 선수들은 충분히 선전했고, 내년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성적이 아님은 분명하고, 아직 목표에 도달하려면 더욱 노력이 필요한 팀이 비시 게이밍이다.
 

2015년 시즌이 끝나고 팀 CEO인 본인이 직접 한국까지 온 이유가 있나?

중국 시장에서는 직접 오너가 해외까지 나가 선수와 계약하는 일이 흔하다. 비시 게이밍 뿐만 아니라 LGD나 WE같은 팀의 CEO도 직접 먼 길을 나서는 일이 많다.

영입하려는 선수의 연봉과 활동 조건에 대해서는 중간 단계를 거칠수록 진행 속도도 느리고, 오해의 여지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시간 소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내가 직접 한국에 와서 계약을 진행했다.

그리고 팀 최고 책임자가 한국에 와서 직접 계약을 진행하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 선수를 존중하고, 그들이 중국에 와서 잘 해주길 바란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올해 이적 시장 최고의 선수인 이지훈을 영입하게 됐는데, 이지훈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지훈 영입을 위해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다. 2015년 시즌이 끝나고 비시 게이밍에서 최고 수준의 한국인 미드라이너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건에 맞는 선수를 찾다 보니 당시 SK텔레콤 T1 소속의 이지훈이 눈에 들어왔다.



이지훈과의 계약은 어떻게 진행했나? 그리고 이지훈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이번 영입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을 네 번 방문했다. 첫 방문 때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만나 이적에 대한 방법을 문의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SK텔레콤 T1 프론트와 만나 이지훈의 계약 상황 등을 확인했다.

한국에 세 번째 와서야 이지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네 번째인 이번 방문에서 이지훈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계약을 결정했다.

이지훈과 만나기 전까지는 이지훈에 대해 그저 '잘하는 한국인 미드라이너'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지훈과 이야기를 해 보고 굉장히 친해졌다. 친구나 형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이지훈은 경기력만 좋은 선수가 아니다. 프로 선수로서 마음가짐이 남다른 선수다. 이지훈의 게임에 대한 집중력, 경기에 대한 책임감에 완전히 매료됐고, 그의 사람됨에 반할 정도였다.
 

'페이커' 이상혁과 이지훈을 비교해보자면.

'페이커' 이상혁은 명성이 높은 선수다. 중국에서도 그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페이커' 이상혁은 한국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세상에는 '페이커' 이상혁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지훈은 '페이커' 이상혁만큼이나 훌륭한 선수다. 다만 한 게임에 미드 라이너가 두 명 나올 수 없고, 그래서 이지훈은 그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일 수 없었던 부분에서 이지훈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SK텔레콤 T1이라는 최고의 팀에 있었지만 '페이커' 이상혁에 가려 활약할 수 없었다는 부분에서 이지훈도 동의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갖지 못했던 '제대로 된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라고 생각했다. 이지훈도 이 부분에서 마음을 결정한 거 같다.

이지훈이 비시 게이밍에 합류하여 2016시즌 우리가 월드 챔피언십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서 이지훈 대 '페이커' 이상혁의 정면 대결이 성사되고, 이지훈이 이길 기회를 주고 싶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 있어 LPL 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팀이 있나.

중국 이적시장은 아직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 확답할 수 없다. 다만 우리 팀은 2015년 시즌 LPL 6위를 차지했지만, 이지훈의 합류로 4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LPL 1~3위 팀은 단정할 수 없지만 우리의 라이벌은 그 팀중 한 팀이다.
 

이지훈 영입 연봉에 대해 이슈가 있었다. 실제 어느 정도 되는지?

비시 게이밍의 작년 성적이 좋지 않아 작년만큼 큰 액수를 약속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지훈에게 2016시즌, 나아가 2017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올해 결정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연장 계약이 진행될 거라고 약속했다.

이지훈의 향후 연봉은 이지훈이 얻어내야 할 부분이다. 이지훈도 이 부분에는 동의했다. 우리는 그가 당연히 얻어야 했던 '기회'를 제대로 준 것이다. 루머로 도는 만큼의 큰 금액이 계약되지는 않았다. 
 

2016년에 이어 2017년 계약 이야기를 거론했는데, 다년 계약으로 진행된 것인가.

그렇다. 최소 2년 계약이다. 다년 계약은 이지훈의 요청이었다. 그도 중국에서 적응해야 하고, 그와 함께 다른 중국 선수들의 성장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지훈 영입으로 단기적인 효과 보다는 팀원이 어우러져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이지훈을 영입한 비시 게이밍 CEO로 한국의 이지훈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이번 계약으로 이지훈이 LPL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2016 시즌에서 이지훈, 그리고 비시 게이밍의 활약을 기대해달라.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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