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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 엑스파일] 올해도 진행중인 K리그의 '골든타임' 사수기

기사입력 2015.05.19 06:10 / 기사수정 2015.05.19 01:25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생명이 위독한 급박한 상황에서 '골든타임'은 중요하다. 골든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초반의 촉각을 다투는 시간을 두고 부르는 이 말은 의료분야에 관련된 전문가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포츠, 그리고 축구에서도 이 골든타임에 대한 주의를 요한다. 비교적 격렬한 몸놀림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축구에서 골든타임을 지키는 지 여부에 따라 선수의 생명은 좌우될 수 있다. K리그도 그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이 골든타임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 지금의 K리그는 골든타임을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가 만났다. 경기가 시작되고 2분쯤 지났을까. 가슴이 내려앉는 일이 발생했다. 제주의 강수일과 정영총이 공중볼을 처리하다 머리끼리 부딪혔다. 강수일은 다행히 정상적으로 자세를 취했지만 정영총은 머리를 그라운드에 강하게 부딪히며 정신을 잃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오범석이 주심과 함께 양 팀의 의료진을 급히 불렀다. 하지만 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마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정영총은 혀가 말려들어가고 있었고 응급조치가 진행되어야 할 골든타임은 흐르고 있었다. 순간 오범석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정영총의 기도를 확보하고 수원 구단은 구급차를 대기시켰다.

다행히 1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정영총은 의식을 되찾았다. 오범석과 의무팀, 수원 구단의 발빠른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오범석은 "헤딩 상황에서 제주 선수들끼리 헤딩을 하는데 퍽 소리가 났다. 위험하겠다 싶어서 계속 지켜봤는데 정영총 선수가 기절한 상태로 떨어졌더라. 보는 순간 얼른 기대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번은 골든타임을 지킨 좋은 사례로 남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K리그는 많은 안타까운 경험들을 거쳐야 했다. 지난 2011년에 벌어진 불의의 사고가 의식을 깨웠다. 당시 시즌 대구FC와의 홈경기에 출전했던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신영록이 급성 심장마비로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순간 뛰어나온 트레이너가 심폐소생술을 통해 응급처리를 받은 신영록은 50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그동안의 운동 부족으로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이후에 K리그는 각성모드에 들어갔다. 또다른 응급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프로축구연맹에서는 경기가 열리는 구장 별로 의무 인원을 늘리고 구단 내에서는 선수들과 팀원들을 상대로 응급 의료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왔다. 오범석은 "(신)영록이가 그 일을 겪은 이후로 선수들이나 축구관계자들 모두가 교육을 잘 받아왔다. 내가 굳이 아니었어도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잘 대처했을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지속적인 교육과 재발방지 노력은 2013년에도 기적을 가져다줬다.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만났던 2013시즌 클래식 경기에서 전반 34분에 당시 전북에서 뛰던 박희도(현 안산)가 김남일과 볼다툼을 벌이다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머리가 땅에 강하게 부딪힌 박희도는 미동이 없었다. 순간 김남일은 재빠르게 의료진 투입을 요청했고 다행히 적기에 치료를 시작한 전북 의료진이 박희도의 혀를 원상복구시키고 의식을 되찾게 도왔다.

박희도의 사건을 기점으로 전북은 응급상황 관련 교육의 범위를 늘렸다. 이전부터 심장제세동기(AED - 사람 대신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의료장비) 등을 구비해놓는 등 신경을 써왔던 장비 챙기기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구단 의무팀의 한 관계자는 "전북은 박희도의 사고 이전부터 의무팀이 제세동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팀닥터를 통해 선수들도 위기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각 팀마다 의무가 2명에서 3명정도씩 있어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전북은 유소년팀 선수들도 연령별 의무팀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K리그 현장은 달라지고 있었다. 골든타임은 잘 지켜지고 있고 선수들도 안전된 환경에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연맹 차원에서도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K리그 규정은 축구장 내에 있는 모든 구성원을 지키기 위해 의료시설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제 6조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홈경기를 실시하는 클럽은 선수단, 관계자, 관중 등을 위해 (중략) 의료진(의사, 간호사, 1급 응급구조사)과 특수구급차를 반드시 대기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장에 배치되는 의료진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 연맹 관계자는 "특별한 의료 메뉴얼은 없지만 현장에 대기하는 의료진들의 수준이나 환경 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과제들은 많다. 아직 유럽 리그 등 다른 축구선진국들에 비해 K리그가 배분하는 의료 스태프의 수는 적은 편이다. 또한 사전 방지뿐만 아니라 사후 치료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학 관계자들이 자주 강조하는 '외상후 스트레스'가 부상과 순간적인 충격을 당한 선수들에게 나타날 수 있어 충분한 휴식과 치료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부상 사태 이외에도 더욱 큰 재난을  막을 대응 메뉴얼 마련도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들까지 해결된다면 K리그의 골든타임은 더욱 잘 지켜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news.com

[사진=수원-제주전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정영총 선수, 신영록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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