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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리듬체조 이어 피겨도 독식하나

기사입력 2014.03.18 05:55 / 기사수정 2014.03.18 05: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 국제경기를 관전하면 익숙해지는 국가가 있다.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선 시상식이 열릴 때 대부분은 러시아 국가가 울려 퍼진다.

알려진 대로 러시아는 리듬체조 최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에서 율리아 바르수코바가 금메달을 획득한 뒤 러시아는 12년 동안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로 이어지고 있다. 리듬체조와 피겨 스케이팅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여러모로 다른 종목이다. 하지만 두 종목은 모두 '발레'를 배우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심판들의 채점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특징도 있다.

고전 예술이 발달한 러시아는 '발레의 나라'이기도 하다. 어린 소녀 대부분은 발레를 배우면서 자란다. 구 소비에트 시절에는 이들 중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유연성이 좋은 유망주들은 체조와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육성됐다.

풍부한 인프라에서 나온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리듬체조와 비교해 러시아의 여자 피겨는 한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 이리나 슬루츠카야(35, 러시아)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은메달)과 2006 토리노올림픽(동메달)에서 선전한 뒤 러시아의 여자 싱글 계보는 끊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0년을 넘기면서 러시아의 유망주들은 주니어 무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수출을 앞세운 러시아는 경기가 회복되자 각 체육 종목의 유망주 발굴에 나섰다. 이러한 지원 정책은 결실을 맺었다.

2011년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듬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러시아)가 정상에 올랐다. 두 선수는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 뒤 곧바로 시니어 무대에 진출했다.

이들의 계보를 이어받은 이는 엘레나 라디오노바(15, 러시아)다. 1999년생인 라디오노바는 지난 16일(한국시각)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막을 내린 2014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194.29점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같은 국적의 세라파마 사카노비치(14, 은메달)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5, 동메달)도 라디오노바와 함께 시상대에 올라섰다.

이로써 러시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니어선수권 여자싱글 금 은 동을 모두 휩쓸었다. 최근 3년간 러시아 유망주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니어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한 이는 그레이시 골드(19, 미국, 2012년 주니어선수권 은메달)뿐이었다. 2012년 리프니츠카야가 주니어 챔피언에 등극할 때 2연패를 노리던 소트니코바는 동메달에 그쳤다.

여전히 자격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소트니코바는 시니어 무대에 진출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랑프리 시리즈를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또 한 명의 기대주였던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7)는 체형 변화와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성장한 폴리나 쉘레펜(18)은 이스라엘로 국적을 바꿨다.



주니어 무대를 독식한 러시아 기대주들은 시니어 무대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편파판정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트니코바는 이달 말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신 아이스쇼를 선택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여자싱글 정상권에 있던 이들은 동양권 선수들이었다. '여제' 김연아(24)는 10년 가까이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에서 정상을 지킨 뒤 은퇴할 예정이다. 김연아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온 아사다 마오(24, 일본)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오랫동안 유럽 정상을 지켰던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도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니어는 물론 시니어 대회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은 러시아 선수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6명 중 4명이 러시아 선수였다. 한국 피겨는 김연아의 대를 이을 기대주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일본도 아사다와 안도 미키의 대를 이을 정상급 선수들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있다.

리프니츠카야와 라디오노바 등 어린 러시아 선수들은 모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소치에서 소트니코바가 받은 후한 점수는 평창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이들이 체형변화와 부상을 극복하고 계속 성장할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진 = 엘레나 라디오노바 ⓒ 아이스네트워크 공식홈페이지 캡쳐,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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