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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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찾기에 혈안된 '응답하라 1994', 역효과가 우려된다

기사입력 2013.11.18 18:25 / 기사수정 2013.11.18 18:40

나유리 기자

▲'응답하라 1994' 인물 관계도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상상 그 이상이다. 

1994년과 2013년을 오가는 극의 전개 속에서, 10회까지 방영된 현재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것은 "나정의 남편 이름이 '김재준'"이라는 사실 밖에 없다. 다섯 명의 남편 후보 중 확실히 제외된 사람은 윤진(도희 분)의 남편인 삼천포(김성균) 뿐이다.

그래서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면 "과연 나정(고아라)이의 남편이 누구냐"를 가지고 열띤 토의가 벌어진다.

이는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제작진도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응사' 제작진들은 남자 주연들의 이름을 철저히 비밀에 붙이며 "나정의 남편은 마지막회에 이르러야 공개될 것"이라고 답해왔다.

심지어 출연 배우들도 '김재준'이 누군지 모르고 있다. 유연석, 고아라, 손호준, 바로 등 '응사' 배우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차 "남편이 누군지 우리도 모른다. 감독님께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절대 답해주지 않으신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남편 찾기'는 점입가경에 빠졌고, 18일 오후에는 '쓰레기(정우) 형 결혼식'이라는 스포일러 사진이 온라인 게시판에 등장해 시청자들은 셜록 홈즈에 빙의된 듯 추리를 이어나갔다.


▲ '응답하라 1997'

'남편 찾기'는 전편부터 이어온 '응답' 시리즈만의 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방영된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에서도 우리는 성시원(정은지)의 남편이 윤윤제(서인국)냐, 윤태웅(송종호)이냐를 두고 마지막회까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당시 '윤윤제'를 연기했던 서인국은 최근 있었던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회까지 남편이 누구인지 몰랐다. 한 번은 출연진들이 제작진을 찾아가 따지다시피 물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안알려주시더라"고 증언 했다.

제작진은 '응칠'에서부터 꾸준히 성시원, 윤윤제, 방성제 등 주인공들의 현재 모습을 유추해 남편이 누구인지 추리해볼 수 있는 '떡밥'을 투척했고, 마지막회에 남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앞서 촬영한 분량을 다시 찍는 치밀함을 발휘하기도 했다.


▲나정이의 첫사랑이 이뤄질까?

이처럼 '남편 찾기'는 '응답' 시리즈만의 매력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마지막까지 유지하게끔하는 기폭제기도 하지만 자칫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일주일에 두 편, 총 20부라는 짧지 않은 호흡을 이어가는 와중에 계속되는 제작진의 '낚시'에 슬슬 짜증섞인 반응을 내놓는 시청자 의견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성나정과 가장 강력한 남편 후보인 쓰레기, 칠봉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진전이 될 수록 이같은 반응이 힘을 얻고 있다.

제작진은 10부까지 칠봉이의 이름 "김X준", 쓰레기의 이름 "김XX", 빙그레의 이름 "김XX" 정도만 공개한채 쓰레기의 택배 상자 속 이름, 야구 선수인 칠봉이의 유니폼에 마킹된 이름까지 완벽하게 사수하는 '정성'을 보였다.

나정의 결혼식 테이프 속 등장하는 남편의 뒷모습, 손, 흐릿한 형상도 모두 다 대역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진이 제시하는 힌트 외에 추리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물론 '남편 찾기'가 '응답' 시리즈의 포인트라고 해도, 이같은 설정을 20부작 내내 빈틈없이 이어가는 것은 외려 애청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할지도 모른다. 

일찌감치 부부로 공언된 윤진과 삼천포 커플의 경우, 두 사람이 사랑을 싹틔우고 결혼에 골인하기까지의 상황을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라 '의외의 커플' 임에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 않나.(물론 윤진이 삼천포보다 해태와 러브 라인을 형성할 것 같았던 예고는 또다른 '떡밥'에 불과했다)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4'가 사랑받는 이유는 90년대에 대한 향수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20대 그리고 누구나 품고 있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까지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막장과 불륜,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요즘' 드라마 가운데서도 '응답' 시리즈는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하는 '착한 드라마'다.

주인공들의 농밀한 멜로보다 기대되는 것은 거실에 옹기종기 누워 '이문세의 별밤'을 듣는 모습, 삐삐에 가슴 떨리는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모습,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사투리로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유치한 게임에 목숨을 거는 '신촌하숙' 하숙생들의 일상 자체다.

'응사'를 통해 발견 혹은 재발견 된 모든 배우들과 '영리한' 제작진의 환상적인 '케미'가 마지막회까지 '남편 찾기'로 흐트러지지 않고 단단하게 이어가기를 바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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