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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종영특집 '너목들', 법 앞에 냉혹한 현실 그리고 치유 ②

기사입력 2013.08.02 01:48 / 기사수정 2013.11.10 19:32

김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영진 기자] 법정이 배경이 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는 법을 통해 차가운 현실을 그려냈다.

'법정 로맨스 판타지'라는 특별한 장르를 내세웠던 '너목들'은 애초 의도대로 법정이라는 배경을 잘 활용했다. '너목들'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처해진 상황은 법정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극의 중심이었던 민준국(정웅인 분)이라는 인물은 겉으로만 보면 악질 중에 악질이다. 박수하(이종석)의 아버지 살인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던 장혜성(이보영)을 협박했고 결국 그녀의 어머니를 살해했다. 또한 11년 간 수하와 혜성을 공포에 떨게 하며 그들을 괴롭혀왔다.

하지만 민준국이 악의를 품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과거 박수하의 아버지 때문에 아내를 잃었고, 이어 어머니와 아들도 잃었다. 세상은 힘없는 민준국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그런 세상에 좌절했던 민준국은 더욱 악랄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유로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차관우(윤상현)의 변호 하에 민준국은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너목들' 의 주제의식이 잘 드러난 부분이기도 하다. 



민준국 사건 외에도 '너목들'에서는 많은 사건이 등장했다. 그 중 단연 화제를 모았던 건 서도연(이다희)의 생부인 '황달중(김병옥) 사건'이었다.

'왼손 살인 사건'으로 황달중은 26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교모세포종이라는 병을 얻고 겨우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자신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웠던 아내를 다시 만나 분노를 참지 못해 흉기를 휘둘러 진짜 '죄'를 짓고 말았다. 

그러나 황달중의 변호를 맡은 장혜성은 차관우를 통해 알게 된 '도둑까치 서곡'으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장혜성은 황달중 사건을 두고 "소녀가 은그릇을 훔친 죄로 처형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범인은 까치였다"며 "소녀는 운이 나빠서 죽은 게 아니다. 까치도 잘못이 없다. 그러나 분명 가해자가 존재한다. 처형이라는 판결을 내린 법정 안, 모두가 가해자다"라고 말했다. 결국 황달중은 서도연이 요구한 공소기각으로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사건이 현실이었다면 황달중은 다시 한 번 살인미수로 감옥에 갔을 수도 있다. '너목들'의 주인공들은 황달중 사건을 미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모든 사정까지 들어주는 태도를 보였다. 한마디로 '그들의 목소리'에 애정을 갖고 진지하게 경청했던 것이다.

'법=정의'라는 등식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혜성이 '너목들' 1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판에서 이기는 게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너목들'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차가울 수밖에 없는 '법의 정의'를 뛰어넘어 좀 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너목들'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인심이 아무리 흉흉하더라도,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는 '따뜻한 진실'을 향한 열망이 자리한다는 것, '너목들'은 그것을 새삼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행복하게 막을 내렸다.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사진 = 정웅인, 이보영, 이다희, 김병옥 ⓒ SBS 방송화면 캡처]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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