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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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팬이 원하는 재밌는 배구

기사입력 2007.02.13 20:42 / 기사수정 2007.02.13 20:42

김혜윤 기자

'우승에 집착하기보다는 팬 여러분께 재미있는 배구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지난 대한배구협회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은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늘 목소리를 높여 전하는 그만의 '배구 철학'이다.

그런 김호철 감독의 바람대로 지난 2005-06 V리그 통합우승을 따내고 11년 만에 한을 푼 현대캐피탈(이하 현대)은 올 시즌은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재미있는 배구'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도 김 감독은 '다음 시즌은 신입선수들을 많이 기용해 우승보다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줄 것.'이라 말할 정도.

지난 4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듀스와 듀스를 이어간 접전을 지켜보던 현대 팬들은 극도의 긴장감에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현대가 앞서가나 했지만, 경기 결과는 올 시즌 무서운 돌풍을 일으킨 대한항공에게 27-25, 30-28, 31-29로 3-0으로 패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 무실세트 승리를 거둔 것은 프로에서는 처음 있는 일. 그러나 김호철 감독은 대한항공전 0-3 패배의 원인을 묻는 자리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호철 감독의 '재미있는 배구'는 대한항공과의 경기처럼 패배만 있지는 않다.올 시즌 들어 라이벌 삼성화재에 삼전 전패를 당하고 자신감을 잃던 현대가 1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삼성화재에 3-2로 이기고 팬들을 열광시킨 경기처럼 극적인 경기 역시 적지 않은 편.

당시 삼성화재에게 1,2세트를 내줬지만 현대가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낸 묘안은 바로 김호철 감독의 '재미있는 배구'였다.

3세트 들어 현대가 터주대감 후인정을 박철우로,권영민을 대신해 송병일로 교체하면서 경기 흐름은 반전 됐다. '무서운 아이' 박철우가 서브에이스 4개를 펑펑 쏟아내고 '겁 없는 아이' 송병일이 맞춤형 토스로 볼 배분을 척척해내면서 팀의 분위기는 상승세를 타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신인선수들을 많이 기용하여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주겠다는 김호철 감독의 각오가 이 날은 적중한 경기였다.

김호철 감독은 요즘 고민이 많아졌다. 주전선수(6명)들이 도하아시아 게임에 대거 출전,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프로게임에 바로 투입되자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고, 믿음직스런 수비 오정록과 거미손 윤봉우도 부상을 당해 팀의 수비력이 많이 약해진 것.

사실 정규리그 우승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구단에서 조차도 우승보다 '재미있는 배구'를 강조하기에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집착력도 많이 약해서 정신력에서 현재 1위 삼성화재에 비해 많이 뒤진 상태다.


하지만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플레이오프전에 진출해 챔피언전 우승을 바라보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달 13일은 프로배구 최초 천안현대 홈구장이 1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배구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만년 2등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삼성화재의 뒤를 밟던 현대캐피탈은 김호철감독이 2003년에 부임하면서 2004-05정규리그 우승, 2005-06통합우승을 달성해냈던 만큼 '재미있는 배구'가 우승과 동떨어진 말은 아닐 것이다.

현대 팬은 아직 목이 마르다. 삼성화재에 끌려가던 지난 10여 년 동안의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대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의 우승을 원한다. 팬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배구’는 승리다. 힘겹게 이끌어 가는 지금의 경기력보다 다시 한 번 현대의 거센 파도를 원한다.



김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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