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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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가 보여주는 '국민드라마 공식'

기사입력 2013.01.21 08:10 / 기사수정 2013.01.21 08:3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어제 서영이 봤어?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데?"

요즘 상당수의 중년 여성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 중 하나는 '내 딸 서영이 이야기'다. 지난해 '국민드라마' 칭호를 받은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의 계보를 같은 채널, 동 시간대에 방영되는 '내 딸 서영이'가 물려받았다. 중장년 층은 물론 젊은 층도 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넝쿨당' 이후 '마의 시청률'인 40%를 넘어선 드라마는 '내 딸 서영이' 밖에 없다. 지난 13일 방송된 36회는 4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 최고치는 물론 근래 공중파에서 전파를 탄 프로그램 중 최고 수치다. 19일 방영된 37회는 38.5%에 머물며 다소 주춤했지만 40%에 근접한 수치를 보이며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떨쳤다.

20일 방영된 38회에서 드라마의 두 주인공인 이서영(이보영 분)과 이삼재(천호진 분)는 극적으로 맞부딪혔다. 두 사람의 재회가 진행되는 39회는 더욱 높은 시청률이 예상된다.

TV 드라마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80년대와 90년대는 시청률 50%를 넘는 것이 '국민 드라마'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를 넘기며 TV채널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공중파는 물론 종편 채널과 케이블 채널이 공존하는 현 상황에서 시청률 40%를 넘기는 일은 매우 힘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 딸 서영이'는 독보적인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의 소재가 됐다.

이 작품은 '국민드라마'가 갖춰야할 기존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러나 따뜻한 분위기가 흘렀던 '넝쿨당'과 비교해 '내 딸 서영이'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의 장점은 가볍지 않은 주제에 '국민드라마'의 기호를 적절하게 배치시켰다는 점이다.



독해진 '또순이'와 재벌가의 아들, 그리고 양념 같은 조연 캐릭터들


빈곤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여주인공이 부유층의 자제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는 이야기. 그동안 수차례 반복된 남녀주인공의 진부한 설정이다. '내 딸 서영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가진 사연과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다.

그동안 몇몇 드라마에 등장한 여주인공들은 소위 '부자집 아들'과 결혼을 하기 위해 독한 짓을 해왔다. 그러나 '양심'에 어긋난 일은 되도록 피했다.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인 상식에 따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서영은 처음부터 이러한 설정을 무너뜨렸다. 재벌 2세이자 위너스 그룹 부사장인 강우재(이상윤 분)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부인한다.

이 드라마는 이서영이 외면한 '가족 해체'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그 과정에서 강우재 가족들의 갈등이 번진다. '돌을 던질 수 없는 캐릭터'인 이서영은 다시 한번 '독한 모습'을 드러낸다. 3년 동안 자신을 속여 왔던 아내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은 강우재를 외면한다.

이서영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남편의 가정이 무너진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딸의 주변을 맴돌던 아버지와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의 중심 구도는 이서영과 강우재의 '연인 스토리'가 아니다. 이삼재와 이서영 간에 이루어지는 '부녀간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세대 간의 갈등 및 화해를 다룬 '내 딸 서영이'의 이야기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신분 상승의 목표를 이미 달성한 여주인공은 자신이 부정한 가족으로 회귀한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자신의 자아도 찾아간다. 이러한 구도는 '내 딸 서영이'의 '독창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에 양념 같은 조연들이 투입됐다. 어색함을 극복하고 소금 냄새나는 신혼부부로 변한 이상우(박해진 분)와 최호정(최윤영 분)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미소 짓고 있다. 여기에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전 위너스 이사 최민석(홍요섭 분)의 익살스러운 모습도 자잘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사건의 반복. '시청자 여러분, 채널 돌리지 마세요.'


시청자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지루하게 늘어지는 사건 전개'다. 채널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의 선택권은 훨씬 넓어졌다. 또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욱 자극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에 집중한다.

'내 딸 서영이'는 한 회당 분량에도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고 뜻하지 않은 반전도 일어난다.

그동안 성공을 거둔 몇몇 드라마들은 사건의 전개가 빨랐다. 또한 우연의 상황도 반복됐다. '내 딸 서영이'도 한국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출생의 비밀'을 도입했다. 이서영과 강우재의 미묘한 갈등이 전개될 때 또 다른 사건을 집어넣었다. '국민 남편'이란 소리를 듣던 강우재의 쌀쌀맞은 태도에 일부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 위기에 봉착했지만 이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 구조(강우재 집안의 막내 강성재의 출생 비밀)를 투입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막장 코드'로 시청률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빠르게 매듭이 지어졌고 이서영의 '거짓말'도 적절한 시기에 들통 났다. 그리고 마침내 이삼재와 이서영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내 딸 서영이'는 두 주인공인 부녀의 만남을 통해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등장인물들 간의 긴장 구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국민드라마로 가는 미션'으로 남았다.

[사진 = 이보영, 천호진, 박해진, 최윤영 (C) KBS 방송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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