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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관객 기록 '레미제라블'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십계명'

기사입력 2013.01.18 01:38 / 기사수정 2013.01.18 01:3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쳤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장대한 인간 스토리는 지금 한국인들의 마음을 한껏 훔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국내에서 개봉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4주 만에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레미제라블'이 전해주는 교훈은 많다. 이 대서사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사연을 보여준다. 이들의 처절하고도 굴곡진 삶은 교훈으로 승화돼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동일한 작품을 보고 깨닫는 교훈은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인간의 구원과 용서, 희생과 같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레미제라블'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교훈은 무엇일까. 이를 10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용서하라.

19년 동안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가석방된 장발장은 세상에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그를 온전하게 받아주는 곳은 없다. 모두가 외면하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그를 유일하게 맞아준 이는 비숍 주교였다. 신부의 따뜻한 환대를 받은 장발장은 은그릇을 훔쳐 도주한다.

그러나 곧바로 경찰에 붙잡힌 그는 비숍 주교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이 상황에서 주교는 장발장을 질책하지 않고 용서의 참뜻을 전해준다. 이 일로 새사람이 된 장발장은 타인을 도우며 살아간다. 만약 주교가 용서를 베풀지 않았다면 장발장은 어떤 인물이 됐을까?

2. 실천하라.

비숍 주교의 자비로 새로운 삶에 눈을 뜬 장발장은 곧바로 자신의 결심을 실천으로 옮긴다. 깨달아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진정한 참회는 '깨달음'과 더불어 '실천'이 뒤따라야 완성된다.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친 장발장은 남들보다 부지런히 일해 사업가로 성공한다. 또한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어 시장의 자리까지 오른다.



3. 동정심을 가져라.


밑바닥 인생을 사는 가련한 여인 팡틴은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불행한 캐릭터다. 팡틴은 "한 때 꿈을 가졌지만 지금 있는 현실은 지옥이다"라며 절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유일한 희망인 코제트 때문이다. 딸의 밝은 미래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지만 끝내 숨을 거둔다. 장발장이 팡틴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못했다면 코제트도 어머니와 같은 전철을 밟았을 것이다.

4. 혈연에 얽매이지 마라.

한국 사회는 혈연관계를 중요시하는 전통이 뿌리 깊다. 과거보다는 많이 희석됐지만 지금도 '피로 이어진 정'을 중시한다. 장발장은 자신과 혈육으로 맺어지지 않은 코제트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다. 코제트를 보살펴주겠다는 팡틴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혈육의 정만을 높게 생각했다면 결코 코제트를 거둬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5. 꿈을 버리지 마라.

팡틴은 비참하게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 생명의 불씨가 꺼져갔지만 딸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지막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이러한 희망은 장발장이라는 구원자를 만나게 했다.

6. 강한 신념을 가져라.

혁명을 위해 하나로 뭉친 젊은 동지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그들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인 것을 알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 궁핍함에 처해있는 민중들의 삶을 살리기 위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혁명의 결과가 실패로 끝나도 강한 신념은 후대에 전해진다.



7. 패배를 두려워하지 마라.


혁명에 참여한 이들은 승리를 꿈꿨다. 승리하기 어려운 투쟁이지만 끝까지 왕정에 맞섰다. 정의 실현을 위해 '혁명'을 외친 이들은 군부의 총과 칼에 하나 둘씩 쓰러진다. 혁명군 중 가장 앞서서 자유를 외친 어린 소년 가브로쉬도 죽음을 맞이한다. 가브로쉬의 죽음이 숭고해보이는 이유는 그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은 때론 정의를 향해 거리낌 없이 나아간다.

8. 때로는 적에게도 자비를 베풀어라.

2천 년 전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았던 젊은 목수(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외쳤다. 얼마나 어려운 명제인가. '레미제라블'은 결코 '원수를 사랑하라고'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론 적에게도 자비를 베풀라'는 교훈은 보여주고 있다.

장발장은 자신을 평생 추격한 자베르를 제거할 기회를 맞이했다. 자베르는 혁명군에 스파이로 침투했지만 발각되고 만다. 장발장은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자베르를 끌고 간다. "어서 빨리 죽여라"라고 외치는 자베르를 향해 장발장은 자비를 베푼다.

오래전 비숍 주교에게 용서를 받았던 장발장은 자베르를 구원했다. 하지만 자베르는 장발장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법과 원칙에 충실하게 따랐던 그의 신념은 일순간에 무너진다. 자신이 믿었던 삶의 원칙이 그릇됐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 후대를 위해 희생하라.

한국사회는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깊다. 훌륭한 기성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발장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인 코제트가 마리우스를 사랑할 때 질투를 느꼈다. 그러나 딸의 행복을 위해 마리우스가 필요함을 깨닫고 그를 살리기 위해 나선다.

칠흑 같은 지하 하수구에서 장발장은 의식을 잃은 마리우스를 짊어진다. 그리고 그를 살리기 위해 미로 같은 하수구를 탈출한다. 목숨을 걸고 마리우스를 살렸던 것은 코제트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후대를 위해 희생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10. 아낌없이 줬으면 끝. 그 자체로 만족하라.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장발장은 수도원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낸다. 그는 코제트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고 마리우스의 앞날도 열어줬다. 그들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지만 그는 고독했다. 그러나 장발장은 코제트의 행복으로 만족한다. 여기서 인간의 숭고함이 부각된다. 모든 것을 헌신한 장발장은 젊은 세대의 따뜻한 품속에서 잠들었던 것이다. 




[사진 = 레미제라블 (C) UPI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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