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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스포츠2.0] 전남-이천수, 영화 '레미제라블'과 다른 결말

기사입력 2013.01.08 18:56 / 기사수정 2013.05.03 12:50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열기가 뜨겁다.

양육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 비열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여관집 주인, 원칙을 위해 목숨도 버리는 진보, 보수의 갈등 등 2013년 한국 사회를 보는 듯 하다.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내내 울려퍼지는 노랫소리도 가슴을 적신다. 그러나 이 위대한 고전의 핵심은 휴 잭맨이 분한 장발장 얘기다. 그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하다 우연히 만난 신부의 손길 아래 구원을 받는다. 신부는 장발장을 용서했고 장발장은 이후 회개의 삶을 산다.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이천수의 얘기가 오버랩된다. 이천수는 지난 2009년 전남을 떠나며 임의탈퇴 신분이 됐다. 코칭스태프와 불화를 일으켰고 위약금 문제까지 발생했다. 전남은 '막돼먹은 선수'로 이천수를 낙인찍었다. 다시는 K리그에서 뛰지 못하게 조치도 취했다. 해외 리그를 전전하던 이천수는 지난 한 해 용서를 구했다. 박항서 감독, 하석주 감독, 김봉수 코치 등 당시 전남 코칭스태프들과 앙금을 풀려고 노력했다. 전남 홈팬들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전남과 이천수가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르면 전남의 모기업인 포스코가 구단과 이천수의 중재자로 나섰다. 전 대한축구협회장이었던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위원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에게 선처를 부탁했다. 전남이 모기업 포스코의 방침에 끝까지 반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남은 "(이천수 문제와 관련해)여전히 검토 중이며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에피소드처럼 아름다운 결말을 끌어낼 수 있을까. 먼저 장발장을 용서한 신부처럼 전남이 이천수를 용서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전남은 신부처럼 스스로 나서서 이천수를 용서하고 있지 않다. 현재까지는 모기업 포스코의 방침이 탐탁치 않은 눈치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천수가 전남의 용서를 받으면 회개할 수 있을까. 장발장은 신부에게 스스로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천수는 K리그서 뛰고 싶다는 댓가성 용서를 빌었다. 

'레미제라블'은 감동적 고전이지만 전남과 이천수는 냉혹한 현실에 서 있다. 억지로 봉합해 '레미제라블'식 화해를 기대하지 말자.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결말이다. 또 그래야 한다. 

[사진 = 전남 팬에게 용서를 구하는 이천수 ⓒ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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