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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탐방 ④] '벌떼배구' 도로공사, 이제는 '여왕벌'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2.11.09 07:2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 마리의 말벌은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하나 둘 씩 모여 큰 무리를 지으면 거대한 곰과 사자도 이길 수 있다.

지난 두 시즌동안 도로공사는 대형 공격수 없이 플레이오프에 두 차례 진출했다.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스타플레이어들을 앞세운 팀들을 압도했다. 주전 선수 전원이 강약을 조절한 서브를 구사했고 수비 조직력도 탄탄했다. 여기에 쎄라 파반(캐나다, 2010~2011)과 이바나 네소비치(세르비아, 2011~2012)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올 시즌은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이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로공사 역시 상위권 후보로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대표 급 공격수가 없는 도로공사는 날개 공격수들의 신장도 타 팀과 비교해 작은 편이다.

그러나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지난 2년 동안 V리그의 강자로 군림했다. 비록 지난 7일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홈개막전에서 완패를 당했지만 2년 동안 다져놓은 조직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 도로공사 배구단이 각종대회에서 수상한 트로피

구단 역사와 선수 계보


1970년 4월 국내 최초로 창단된 여자배구 구단인 도로공사는 한국 여자배구의 산실이다. 1977년 박계조배 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전국실업배구연맹전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나 더 이상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80년대 준우승과 3위에 머물렀던 이 팀은 2003년 슈퍼리그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5년 프로리그가 출범된 해에는 정규리그 1위에 올랐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삼공사에 패해 ‘준우승 징크스’를 떨치지 못했다.

2006년에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슈퍼루키' 김연경(24, 페네르바체)이 이끈 흥국생명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듬해에도 정규리그 2위에 그쳤고 그 이후에는 한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어창선 감독이 부임하면서 도로공사는 V리그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2010~2011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른 도로공사는 2011년 8월에 열린 KOVO컵에서는 우승의 갈증을 해소했다.

현역 선수들 중 김사니(31, 흥국생명)와 한송이(28, GS칼텍스)의 친정팀은 도로공사였다.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이들은 현재 한국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 도로공사 선수단 숙소 조용하고 쾌청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팀 전력과 올 시즌 전망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코트에 나간 선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이러한 의식을 갖춘 도로공사 선수들은 '슈퍼스타'없이 여자배구의 강자로 군림했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에 올랐지만 큰 경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플레이오프에만 가면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큰 경기에 약한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낸 도로공사는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이 부분에 대해 어창선 도로공사 감독은 "우리 팀이 큰 경기에 약한 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험 부족 탓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큰 경기에서 팀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는 모두 똑같다고 생각을 하고 국내 선수들 중 큰 경기에서 팀을 이끌 수 있는 버팀목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올 시즌 도로공사에 새롭게 영입된 외국인 선수는 미국국가대표 출신인 니콜 퍼셋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뛰지 못했지만 올해 7월까지 열린 국제대회에서는 '세계 최강'인 미국의 유니폼을 입고 국제무대에 나섰다.

어 감독은 "니콜은 공격도 좋지만 대학교 때까지 레프트로 뛰었기 때문에 리시브 능력이 있다. 또한 다른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 수비도 나쁘지 않다. 레프트는 물론 라이트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니콜과 더불어 도로공사의 공격을 책임질 국내 공격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어깨 수술을 받은 황민경은 몸 상태가 70% 정도다. 2011년 KOVO컵 MVP인 김선영의 임무가 막중하고 황민경의 회복도 시급한 상황이다.

중앙에는 하준임이 버티고 있고 라이트와 센터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표승주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대표 리베로인 김해란의 존재가 이 팀의 장점 중 하나다. 선수들이 모두 강서브를 구사하는 점도 도로공사의 장기다.

어 감독은 "수비는 임효숙이 은퇴를 했기 때문에 약화됐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수비는 떨어졌지만 공격력은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본다. 수비와 공격의 조합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두 시즌동안 '벌떼배구'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도로공사의 목표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것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여왕벌'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 니콜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받쳐줄 수 있는 국내 공격수의 활약이 관건이다.



[사진 = 어창선, 김해란, 하준임, 니콜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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