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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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칼럼]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귀환해야 한국배구가 산다

기사입력 2012.05.25 12:30 / 기사수정 2012.06.05 05:36

조영준 기자


다음달 초 일본에서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배구 세계예선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대한배구협회 관리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나는 단장 자격으로 선수들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이 100%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고 런던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여자배구는 전체 순위 3위안에 드는 팀과 아시아 국가 1위 팀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남자의 상황은 훨씬 절박하다. 예선전에 출전하는 국가들 중 전체 1위와 아시아국가 1위 팀만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해야할 아시아 국가인 이란, 호주, 중국, 그리고 일본 등은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어느 팀이 낫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호주는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않지만 올림픽 지역 예선전에는 명함을 내민다. 높이는 가장 좋은 팀이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

일본은 자국에서 예선전이 열리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다. 반면 반드시 올림픽 티켓을 획득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세대교체를 마친 중국도 방심할 수 없는 팀이다.

예선전이 풀리그로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뛰는 방법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첫 경기인 이란과의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50%로 보고 있다. 물론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절반의 가능성'을 놓고 아시아 국가들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공수를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나는 한국배구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배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사안이 개선되야 하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남자대표팀의 전력은 100%가 아니다. 최근까지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수비형 레프트인 곽승석(대한항공)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팀을 구성하다보면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있다. 전면에 나서는 선수가 있으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 꼭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한국배구의 고민거리다.



공수를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공부도 나이 때에 맞춰 배워야할 것이 있듯, 배구도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혀야할 '영양분'이 있다.

수비와 서브리시브 등 기본기는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한다. 기본기가 선수의 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려면 초·중·고 시절에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그 시절에 배워야할 중요한 것들을 몸에 익히지 못하고 있다.

기본기는 초·중·고 시절에 거의 완성된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 팀에 입단 한 뒤에는 이미 늦어진다. 학원스포츠가 결과에 연연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바로 미래에 한국대표팀을 이끌어갈 재목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배구인들이 가장 고민해야할 부분 중 하나는 유소년들을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타 종목은 '누구의 ○○교실'이라는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기본기를 익히고 좋은 기술을 배운다면 '차세대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다.

나는 협회 관리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고등학교 경기를 많이 관전한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희망의 빛'을 보고 있다. 고등학교 선수들 중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많다. 배구의 저변이 점점 좁아진다고 하지만 이러한 기대주들이 꾸준하게 나오기 때문에 희망을 품게 된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배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인공들이다. 고등학교 유망주들은 공격뿐만이 아니라 수비와 리시브도 배우고 있다.

런던올림픽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고민 중 하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부재다. 리베로 제도가 생기면서 신진식(전 국가대표, 현 홍익대 감독)같은 선수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진식과 같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투자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뒤따라야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를 얻을 수 있다.



[사진 = 남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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