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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터 백구대제전] 최고의 명승부, 1991년 독일과의 대결

기사입력 2012.05.15 10:30 / 기사수정 2012.07.20 03:13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 10일,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전지훈련 및 2012월드리그 1주차 경기 참가를 위하여 프랑스로 출국했다.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목표로 하는 대표팀은 지난 11일을 시작으로 15일간 프랑스 1부 리그 클럽 및 대표팀과 세 차례 평가전을 치르게 되어 있다.

본 평가전을 통하여 대표팀의 기본 방향과 최종 포지션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아쉬운 것은 올림픽 본선무대 진출이라는 목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이 100%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대표팀 박기원 감독은 "(문)성민이와 (곽)승석이가 빠진 자리에 마땅한 선수가 없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대표팀은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의외의 성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특히, 1991년 일본 월드컵은 남자배구대표팀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회로 남겨 있다.

독일과의 혈투, 1991년 배구 월드컵

1991년 배구 월드컵은 단순한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월드컵 성적에 따라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팀도 가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대표팀은 간판 공격수 이상열을 필두로 한장석, 노진수, 하종화, 마낙길, 신영철, 제희경, 임도헌, 강성형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졌다. '백구의 대제전'을 통하여 이들의 파워를 느낀 이들 눈에는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은 너무 당연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국제무대의 벽은 역시 높았다. 노진수, 하종화 등이 분전하며 유럽 선수들의 큰 벽을 막는 듯했지만, 팀의 패배까지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간판 공격수 이상열이 부상으로 전선에서 이탈했고, 또 다른 간판선수 마낙길마저 잔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독일과의 경기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출발은 좋았다. 1세트를 15:8로 가져가며 기세를 올린 것을 비롯하여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도 15-10으로 가져가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까지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지금과 같은 '렐리 포인트 제도(공격 즉시 득점 인정)'가 아닌 '사이드 아웃 제도(공격권이 있는 상황에서 공격을 성공시켜야 비로소 득점 인정)'였던 당시 승부에서 독일을 상대로, 2시간이 넘는 혈전을 펼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5세트는 사이드 아웃이 아닌 렐리 포인트 제도로 진행됐다. 그리고 경기 후반, 대표팀은 11-14로 밀리며 그대로 다시 패하는 듯싶었다. 바로 그때, 마낙길의 공격 성공을 시작으로 독일의 2연속 공격 범실이 발생하며 거짓말 같은 듀스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신영철의 서브. 바로 그때 다시 독일의 공격이 마낙길의 블로킹에 막히며 대표팀은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독일은 15-15로 다시 듀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 번 올라간 대표팀의 기세를 막는 것은 어려웠다. 바로 그때, 노진수가 절묘한 공격으로 상대 터치 아웃을 유도하며 다시 앞서갔다. 이후 독일은 제희경의 서브를 받아내며 다시 공격을 시도했지만 대표팀의 '파상 수비'에 또 다시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공을 넘겨야 했다. 이때 세터 신영철은 절묘한 토스로 마낙길에게 공격을 연결했고 이를 받은 마낙길은 공격을 성공시키며 길고 긴 승부를 마무리했다. 3-2 한국의 승리.

이 승리로 한국은 알제리 등 아프리카팀들마저 제압하며 5위를 마크, 바르셀로나 본선 무대 티켓을 확보했다. 비록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는 또 다시 쿠바나 네덜란드 등 북미/유럽의 강호들에 밀려 9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당시 대표팀의 선전은 지금도 프로배구 감독들에게 언급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대표팀에 몸담았던 선수들 중 세터 신영철은 대한항공 사령탑에, 공격수 하종화는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올랐으며, 대표팀 코치였던 신치용은 창단 이후부터 현재까지 삼성화재 감독직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사진 = 신영철 (C) 엑스포츠뉴스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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