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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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로 잃은 것이 많았다

기사입력 2012.03.30 15:57 / 기사수정 2012.03.30 16:0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제 꿈은 트리플 악셀은 물론, 4회전 점프를 뛰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획득하고 싶어요."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 아사다 마오(22, 일본)는 두 가지 꿈이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과 4회전 점프를 뛰는 것이었다.

4회전 점프를 뛰기 위해 거쳐 가야 할 과정이 있었다. 바로 '트리플 악셀'이었다. 여자 선수들에게는 '최종병기'로 불리는 이 기술은 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돌아야한다.

보통 피겨 선수들은 2회전 점프를 뛸 때까지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3회전 점프에 들어가면서 몸에 무리가 생긴다. 공중에서 3바퀴를 돌려면 점프의 스케일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소화할만한 힘과 체력, 그리고 점프의 회전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세계 탑클래스에 올라가려면 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 등을 모두 트리플로 구사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발전하면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여자 싱글에서 트리플 악셀에 도전한 선수들은 몇몇 있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3바퀴 반을 채우고 힘과 탄력이 붙어진 '진짜 트리플 악셀'을 뛴 선수는 드물다.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 이는 이토 미도리(일본)였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미도리는 여자 선수의 한계를 뛰어넘는 점프를 구사했다. 늘씬하고 팔 다리가 긴 서양선수들과 비교해 단신이었던 미도리는 불리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미도리는 자신의 결점을 파워 넘치는 점프로 극복해냈다. 미도리는 점프 도약 전에 이루어지는 스피드와 뛰어오르는 파워, 그리고 공중 회전력 등이 모두 뛰어났다. 당시 미도리가 보여준 트리플 악셀은 충격 이상이었다.

미도리 이후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보여준 이는 토냐 하딩(미국)이었다. 자신의 라이벌인 낸시 캐리건을 청부 폭력해 '은반 위의 악녀'로 기억되고 있는 그는 트리플 악셀을 선보이며 미국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이들 이후에 등장한 대표적인 트리플 악셀 스케이터가 아사다 마오였다. 몸이 가벼웠던 주니어 시절,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시도해 일본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은 떨어졌고 기복이 심한 스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미도리와 하딩이 보여준 것과 비교해 회전수가 부족하고 성공률도 낮았다. 그러나 아사다는 끊임없이 트리플 악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아사다는 지난 수년간 이 기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지난해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로스텔레콤컵'에서 아사다는 정상에 등극했다. 모처럼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정상에 등극했지만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지 않았다.

올 시즌 6개 대회에 출전해 4개 대회를 휩쓴 카롤리나 코스트너(25, 이탈리아)는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으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버리고 3+2 점프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안도 미키(25, 일본)도 기술의 난이도를 낮추고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는 의식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확률이 낮은 기술에 끊임없이 집착하는 것은 프로그램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지난 29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2012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지만 회전수도 부족했고 빙판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에서 다운그레이드를 받으며 4위에 머물고 말았다. 이와 비교해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이변을 일으킨 알레나 레오노바(21, 러시아)는 기술의 난이도는 낮지만 아사다의 프로그램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주며 64.61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난도의 기술에 도전하는 의식은 모든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프로그램 완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넓은 시야가 더욱 중요하다. 아사다는 늘 트리플 악셀을 실패하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잃고 프로그램을 망치는 모습을 종종 보여 왔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계속 이어졌고 이번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도 반복됐다. 카타리나 비트(독일),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 미셸 콴(미국),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 그리고 김연아(22, 고려대) 등 당대 최고의 스케이터들은 모두 프로그램 완성도와 전체적인 균형에 초점을 맞춘 이들이었다.

[사진 = 아사다 마오 (C) Getty 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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