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류현진 선배님께서 (볼넷을 줄 바에는) 그냥 맞자고 하셨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026시즌 페넌트레이스 개막 후 험난한 초반을 보내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 불펜진의 집단 제구 난조가 겹치면서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6경기 연속 패배의 쓴맛을 봤다.
한화는 특히 불펜 필승조가 거의 붕괴된 상태다.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1이닝을 막아줄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연패 기간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6.67에 달한다. 29⅔이닝 동안 볼넷 28개, 몸에 맞는 공 3개를 내주는 등 제구 불안이 심각하다.
한화의 최근 6연패 중 가장 뼈아픈 게임은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이다. 6회까지 5-0으로 앞서가면서 낙승이 예상됐지만, 불펜 필승조가 5점의 리드를 허무하게 날렸다. 삼성 강타선에 난타당한 게 아닌 밀어내기 볼넷으로 5점, 폭투로 1점을 헌납했다. 이 경기에서 KBO리그 역대 정규시즌 1경기 최다 4사구 18개가 쏟아지는 흑역사까지 겪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3년차 좌완 영건 황준서는 지난 14일 한화가 5-6으로 역전 당한 9회초 2사 만루에서 등판, 류지혁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더 큰 참사를 막았다.
황준서는 지난 15일에도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선발투수 윌켈 에르난데스가 ⅓이닝 7실점으로 믿기지 않는 뭇매를 맞은 가운데 황준서가 3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황준서는 16일 훈련을 마친 뒤 "커브, 슬라이더를 던지니까 확실히 작년보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자신감이 있다"며 "커브를 잘 활용하면서 승부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마운드 위에서도 힘들다는 느낌이 안 들고, 공도 잘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생인 황준서는 2024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할 때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24시즌 36경기 72이닝 2승8패 평균자책점 5.38로 나쁘지 않은 데뷔 첫해를 보냈지만, 2025시즌 23경기 56이닝 2승8패 평균자책점 5.30으로 성장세가 더뎠다.
황준서는 3년차를 맞은 2026시즌에는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오웬 화이트의 부상 이탈과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 잭 쿠싱의 마무리 보직 이동 등 여파로 이달 중순부터는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황준서는 "선발투수로 나설 자신도 있다. 최대한 길게 던질 준비는 돼 있다"며 "내 구위가 좋아졌다는 게 느껴진다. 직구를 던진다고 다 안타를 맞는 게 아니고, 상대 타자가 파울도 나오고 하니까 자신감도 얻었다"고 각오를 밝혔다.
황준서는 그러면서 살아 있는 전설 류현진이 최근 투수진에 던진 짧고 굵은 메시지도 공개했다. 류현진은 후배 투수들의 제구 난조와 볼넷 남발에 대해 공격적인 투구를 당부했다.
황준서는 "최근에 투수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류현진 선배님이 '(볼넷을 주느니) 그냥 맞자'라고 하셨다. 볼넷을 줄이고, 주자를 내보내더라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맞자고 하셨다. 투수들이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와 함께 "나는 그냥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는 것 같다. 이렇게 하는 게 나에게는 가장 잘 맞는 방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