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라와 첫 타자부터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그래도 노경은(SSG 랜더스)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노경은은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팀이 6-6 동점이던 6회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SSG는 1회 공격에서 4점을 올리며 리드를 잡았으나, 1회말 3실점하며 곧바로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2회 유강남에게 솔로홈런, 3회 노진혁에게 2점 아치를 허용하며 경기가 뒤집혔다. 그래도 4회 2점을 올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6회, SSG 4번째 투수 김민은 1사 후 한태양에게 볼넷을 내줬다. 전민재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한태양까지 도루 실패를 만드는 듯했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가 되면서 2아웃 2루가 됐다. 빅터 레이예스를 고의4구로 거른 후, SSG는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렸다.
황성빈을 상대한 노경은은 초구 바깥쪽 볼을 던진 뒤, 포크볼과 직구를 섞어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황성빈은 5구 연속 파울을 만들면서 노경은을 괴롭혔다. 9구째 던진 유인구 포크볼을 포수 조형우가 블로킹하지 못하면서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한 구 한 구 이어진 승부는 어느덧 13구까지 향했다. 노경은은 149km/h 직구를 높게 던졌고, 황성빈이 헛스윙하면서 결국 길었던 승부를 삼진으로 마무리됐다.
7회초 SSG가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적시타로 리드를 잡은 후, 노경은은 7회말에도 등판했다. 전준우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은 그는 한동희에게 좌익수 옆으로 향하는 2루타를 맞았다. 펜스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장타를 허용했다.
그래도 타격감이 좋은 노진혁을 상대로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루킹 삼진을 잡아냈고, 윤동희를 고의4구로 보낸 후 유강남을 3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마무리 조병현이 9회 무사 1, 2루 위기를 막아내면서 SSG는 7-6 승리를 거뒀다. 노경은은 승리투수가 되면서 2003년 프로 데뷔 후 24년 만에 통산 90승을 달성했다.
경기 후 이숭용 SSG 감독은 "(노)경은이는 위기에서 삼진을 잡아내며 리드를 든든하게 지켜냈다. 베테랑들의 관록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취재진과 만난 노경은은 첫 타자를 만난 상황을 언급하며 "처음에는 맞춰잡으려고 했다. 공이 생각보다 잘 가서 치라고 했는데, 계속 파울이 나왔다"고 말했다.
직구와 포크볼만 던지던 노경은은 황성빈에게 11구째 커브를 던졌다. 이 역시 타이밍을 맞춰 파울이 됐다. 노경은은 "느린 볼을 딱 하나 던졌다. 그때는 커브를 던지는 게 위험한 건데도 어쩔 수 없이 던졌다"며 "타자가 생각이 많아져서 훨씬 나아졌다"고 얘기했다.
지난달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맹활약,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깊은 감동을 남긴 KBO리그 새 시즌 등판이 많진 않았다.
노경은은 지난달 29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1⅓이닝을 던진 후, 5일 동안 강제 휴식에 들어갔다. 팀 타선이 10점 이상 뽑는 일이 잦아졌고, 대승 아니면 대패가 이어지면서 필승조인 노경은이 나올 일이 없었다.
이에 노경은은 "너무 안 나와서 잘 쉬었다. 너무 팔이 낭창낭창하고,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다녀오며 피로할 법도 했는데, 의도치 않은 휴식이 도움을 준 것이다.
이미 KBO 리그에는 첫 100승 투수 김시진을 시작으로 류현진(한화 이글스)까지 이미 33명의 100승 투수가 있다. 그렇기에 노경은의 통산 90승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노경은은 몇 차례 은퇴 위기를 딛고 40대를 전후로 승수를 더 쌓고 있다. 2021년 말 롯데에서 방출된 후 SSG로 이적한 그는 2022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2승을 거뒀다. 이후 필승조로 자리잡고도 2023년 9승, 2024년 8승을 달성했다.
노경은은 "타자들이 믿음직스럽다. 내가 던지고 내려가면 점수가 날 거라 생각하고 편하게 던졌다"며 "내 개인적으로도 아홉수가 깨졌다. 주워먹기지만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선발승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중간투수로 해서 창피하다"고 말한 노경은은 그러면서도 "창피한 건 잠시고, 기록은 영원하다. 막는 과정은 안 알아준다"며 농담을 던졌다.
노경은이 승수보다 더 쌓고 싶은 기록은 따로 있다. 그는 "승은 둘째로 친다. 별로 신경 안 쓴다"며 "홀드를 많이 쌓고 싶다. 4년 연속 20홀드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SSG 입단 전까지 통산 7홀드에 그쳤던 그는 2023년 30홀드를 시작으로 2024년 38홀드, 지난해 35홀드를 달성하며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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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