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구단 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높은 효율을 뽑아내는 선수를 매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일이다.
이강인의 경우가 그렇다. 현재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맹(PSG) 내에서 받는 급여는 선수단 전체로 따졌을 때 하위권이지만, 그가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웬만한 고주급자 선수 못지 않다. 말 그대로 '저비용 고효율' 선수인 셈이다.
PSG가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강인을 스페인 라리가의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매각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내보내지 않은 이유다. 심지어 PSG의 사령탑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팀에서 중요한 선수이자 구단이 계획한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평가하며 구단 측에 이강인의 잔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지난 9일(한국시간) 열린 올랭피크 마르세유와의 '르 클라시크'에서 엔리케 감독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PSG는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마르세유와의 2025-2026시즌 프랑스 리그1(리그앙)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PSG는 승점 51점(16승3무2패)을 마크하며 리그 선두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12월 플라멩구(브라질)와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인터콘티넨탈컵에서 부상을 당한 뒤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 최근 스트라스부르와의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른 이강인은 이날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컨디션을 고려해 그를 무리하게 선발로 투입하는 대신 교체 명단에 포함시키고, 경기 흐름을 파악하며 이강인 투입 시기를 결정했다.
PSG는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12분과 전반 37분 우스망 뎀벨레의 연속골로 리드를 잡은 PSG는 후반전 들어 마르세유의 센터백 파쿤도 메디나의 자책골과 교체 투입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추가 득점으로 4-0을 만들며 승기를 가져왔다.
엔리케 감독은 스코어가 4점 차로 벌어지자 이강인 투입을 준비했다. 이강인은 후반 23분경 브래들리 바르콜라 대신 교체 출전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미 PSG가 승리한 분위기였지만, 이강인은 투입 6분 만에 쐐기골을 터트리며 마르세유의 자존심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후반 29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상대 수비가 멈칫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니어포스트 쪽을 겨냥한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마르세유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강인의 리그 2호골이자 시즌 3호골, 그리고 2026년 첫 득점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강인은 득점 외에도 20여분 동안 키 패스 2회, 결정적 찬스 생성 2회, 긴 패스 성공률 100%(1/1), 크로스 성공 2회(100%) 등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는 이강인에게 평점 8.4점을 줬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통틀어 이강인보다 높은 평점을 받은 선수는 2골 1도움을 올린 뎀벨레(10점)와 1도움과 함께 경기 내내 상대 측면을 꽁꽁 틀어막은 레프트백 누노 멘데스(9.8점) 외에는 없었다.
이강인은 마르세유전 활약을 통해 자신이 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관심을 받았는지, 그리고 PSG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팀에 남겼는지를 다시금 증명했다.
PSG로서도 이강인과 같은 수준의 가성비를 보여주는 선수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터다.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에 따르면 이강인은 현재 27만 유로(약 4억70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다. 연봉으로 따지면 56억원 정도다.
156만 유로(약 27억1200만원)를 받는 '발롱도르 위너' 뎀벨레를 제외하더라도 이강인은 바르콜라나 데지레 두에 등 50만 유로(약 8억7000만원)를 받는 선수들보다도 실제 수령하는 급여가 적었다. PSG는 이강인에게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높은 효율을 얻고 있는 셈이다.
대신 PSG는 이강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이강인과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유력 매체 '레퀴프'는 스트라스부르전 이후 PSG가 이강인의 활약에 상당히 만족했으며, 구단 내부에서는 이강인과 재계약을 맺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좋은 제안을 통해 이강인을 붙잡고, 향후 이강인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기존보다 높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강인에게도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다. 결국 구단의 재계약 제안은 이강인이 그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선수로서 전성기를 PSG에서 보내는 데 거리낌이 전혀 없는 이강인으로서는 더 좋은 제안 속에서 재계약을 맺으면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