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용인FC의 겨울 이적시장 행보는 '신생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2026시즌 K리그2에 참가하는 용인은 12월에만 석현준, 신진호, 최영준, 김민우, 임채민 등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들과 곽윤호, 김한길 등 중고참급 선수들, 그리고 김한서, 김동민, 김현준, 이재준 등 젊은 자원들을 두루 영입하며 K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폭풍 영입'이다.
용인이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연달아 영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축구를 새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용인시의 노력이 최우선이지만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이동국 신임 테크니컬 디렉터의 존재감도 빼 놓을 수 없다. 여전히 축구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이 디렉터의 영향력이 도움 된 셈이다.
용인은 대전하나시티즌, 안산 그리너스, 부천FC 단장을 역임하며 풍부한 경험을 갖춘 김진형 단장과 이동국 테크니컬 디렉터를 중심으로 실무 중심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김 단장의 실무 능력과 이 디렉터의 존재감은 신생팀 용인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김 단장도 "선수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동국 디렉터의 존재감이 컸다"며 "구단에서도 단장과 테크니컬 디렉터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 소속팀에서 자유계약(FA)으로 풀려난 선수들이나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을 위주로 '막무가내식' 영입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용인의 영입에는 뚜렷한 방향성이 있다.
용인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용인이라는 팀의 새로운 팀 문화를 위한 초석을 깔아줄 베테랑들과 팀 전력의 주축이 될 20대 후반~30대 초반 선수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을 만한 팀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20대 초반 선수들을 나눠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김 단장은 "초기에는 팀 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자고 해서 임채민, 신진호 등을 영입하게 됐다"며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의 비율도 정했는데, 다행히 협상이 잘 진행됐던 것 같다. 최윤겸 감독님의 존재와 베테랑급 선수들이 구단의 운영 방침에 공감해준 덕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용인시는 구단에 많은 관심을 쏟으면서도 구단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대신 재정 및 마케팅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도민구단이 노출되기 쉬운 외풍을 최소화하고 현장을 잘 아는 실무진의 권한을 늘려 단기적 및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당면 과제와 장기적인 비전을 명확하게 구분하겠다는 게 용인시와 용인FC의 계획이다.
김 단장은 "소위 말하는 '외풍'은 모두 차단되는 좋은 분위기"라며 "점진적으로 팀을 리빌딩하고 5년 차 정도 됐을 때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은 이미 선수단 구성을 거의 마치고 발표만 남겨둔 상황이다. 일찍이 게임 모델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이적시장 초반부터 발빠르게 움직인 덕이다. 영입 시도 과정에서 구단 내부적으로 정한 연봉 기준 등에 맞지 않아 과감하게 포기한 선수들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탄탄한 선수단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장기적인 비전도 명확하다.
이전부터 풀뿌리 축구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용인은 이를 바탕으로 지역 축구 활성화 및 유소년 축구 저변 확대에 집중해 향후 재능이 뛰어난 지역 출신들을 적극 기용하는 팀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용인이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확고한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상만 좇는 이야기는 아니다. 용인은 피지컬 퍼포먼스 센터를 운영해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팀의 장기적 비전에 도달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갖고 있다.
김 단장은 K리그 최고 명문 구단 포항 스틸러스를 언급했다.
그는 "용인의 장기 과제를 설정할 때 포항 스틸러스의 모델을 보고 있다"며 "포항은 스타 플레이어가 대단히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유스 출신들을 많이 배출하는 팀 중 하나다. (이동국) 디렉터와도 상의하면서 용인도 이런 구단으로 만들어보자고 얘기 중"이라고 했다.
물론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용인이 어떻게 준비했는지는 2026시즌이 시작되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용인이 뚜껑을 열기 전후의 차이가 커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용인은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용인FC / 연합뉴스 / 용인시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