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탁구가 만리장성을 무너트리는 쾌거를 썼다.
혼합복식 간판 조합인 임종훈-신유빈 조가 이 종목 세계 1위인 중국의 린스둥-콰이만 조를 완파하며 2025년 '왕중왕전' 성격인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파이널스 홍콩 2025 결승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가 중국을 처음으로 이긴 경기에서 더욱 뜻 깊은 승부가 됐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임종훈-신유빈 조는 13일 홍콩의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대회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린스둥-콰이만 조를 맞아 게임스코어 3-1(6-11 11-6 11-2 14-12) 대역전승을 거뒀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이날 오후 10시에 열리는 결승에 나서게 됐다.
또 다른 준결승인 왕추친-쑨잉사 조(중국)와 마쓰시마 소라-하리모토 미와 조(일본)의 대결 승자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전력상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조 1위를 차지했고 남여 단식 세계 1위로 구성된 왕추친-쑨잉사 조가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1게임을 6-11로 내줬으나 2게임과 3게임을 11-6, 11-2로 완파하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4게임은 그야말로 한국 탁구사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1~2점 차로 계속 뒤지던 임종훈-신유빈 조는 막판 전세를 뒤집어 10-9로 만들었다. 이후 3차례 듀스를 허용했으나 14-12로 이기고 드라마를 완성했다.
승리 직후 신유빈은 활짝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앞서 임종훈-신유빈 조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3경기를 모두 무실게임(세트) 승리로 장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알렸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지난 10일 첫 경기에서 휴고 칼데라노-브루나 다카하시 조를 24분 만에 게임스코어 3-0(13-11 11-7 11-5)로 완파하고 첫 승을 따냈다. 칼데라노가 남자단식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는 강자였으나 혼합복식에선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이어 11일엔 탁구 강국으로 올라선 일본의 간판 조합 마쓰시마 소라-하리모토 미와 조를 27분 만에 역시 게임스코어 3-0(14-12 12-10 11-5)로 돌려세웠다. 마쓰시마-하리모토 조는 둘 다 10대로 일본이 2028 LA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정상 탈환을 위해 내세우는 콤비지만 임종훈-신유빈의 경험이 우위를 점했다.
이어 12일 2조 3차전에선 이번 대회 유일하게 유럽 선수들로 구성된 알바로 로블레스-마리야 샤오(스페인·세계 7위) 조를 게임스코어 3-0(11-9 11-7 11-9)으로 물리쳤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낸 뒤 여세를 몰아 지난해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혼합복식 조로는 최초로 올림픽 입상(동메달)에 성공했다. 당시 준결승에서 왕추친-쑨잉사 조와 만나 분전했으나 게임스코어 2-4로 진 뒤 웡춘팅-두호이캠 조를 동메달결정전에서 4-0으로 완파하고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도 왕추친-쑨잉사에 막혀 준결승에서 0-3으로 패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종훈과 신유빈은 파리 올림픽 뒤 혼합복식 파트너를 바꾼 적이 있었다. 임종훈은 김나영, 신유빈은 조대성과 혼합복식 조를 구성했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질 않으면서 임종훈-신유빈 조가 한국을 대표하는 혼합복식 조로 재결성됐고 꾸준한 상승세를 타더니 '난공불락' 중국 탁구를 무너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경기 전만 해도 린스둥-콰이만 조가 그래도 우세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으나 '역대급' 뒤집기 드라마를 통해 중국을 눌렀다.
이번 대회에선 전날인 12일꺼지 중국 선수들이 타국 선수들을 맞아 13전 13승 전승을 챙겼으나 임종훈-신유빈 조가 드디어 깨트렸다.
임종훈은 경기 뒤 "흔들리지 않고 계속 나아가자고 한 것이 승리의 이유였다"며 감격을 전했다.
신유빈은 "끝까지 멋진 모습 보여주기 위해 종훈이 오빠랑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