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단일 시즌 10관왕을 향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안세영은 19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 콰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텬연맹(BWF) 슈퍼 500 여자단식 뉴질랜드 대표 셔나 리(세계 145위)를 상대로 단 29분 만에 세트스코어 2-0(21-6, 21-6) 완승을 거두며 16강에 안착했다.
경기 내용 전반을 완전히 장악한 압도적 흐름이었기에, 이는 올해 총 9개의 국제대회 우승을 이미 손에 넣은 세계 최강자의 기세가 또 한 번 증명된 결과였다.

경기 초반부터 안세영은 흔들림 없는 수비와 코트 장악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완벽히 장악했다.
1게임에서 빠르게 점수 차를 벌려나간 그는 긴 랠리 없이 빠르게 해결했고, 실수 없이 코너를 찌르는 공격을 반복했다.
그 결과 21-6이라는 압도적 스코어가 기록됐다.
2게임은 초반에 잠시 4-3까지 따라붙는 접전이 연출됐지만, 이후 안세영은 다시 흐름을 찾았다.
안세영은 곧바로 속도를 올리고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며 상대 체력을 강하게 압박했고, 스코어는 다시 21-6으로 끝났다.
두 게임을 합쳐 고작 12점만 내주며,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선보였다.
이번 1회전은 애초 예상과 다르게 짜인 대진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당초 안세영의 1라운드 상대는 세계 랭킹 59위의 인도 선수 아카르시 카시얍이었다.
하지만 대회 직전 카시얍을 비롯해 일본의 미야자키 도모카(9위),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10위) 등 상위권 선수들이 대거 기권하면서 대진표가 크게 요동쳤다.
그 결과 안세영은 세계 100위 밖 선수인 리와 첫 대결을 치르게 됐다.
세계 1위인 안세영과 맞붙는 것 만으로도 하위 랭커들에게는 경험이기에, 리 역시 강자와 맞붙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겠지만, 실력 차는 뚜렷했다.
안세영은 16강에서 대만의 둥추통(세계 59위)을 만난다.
둥추통은 수비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고려하면 안세영에게 크게 위협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안세영이 보여주는 경기 운영 능력은 흔들림이 없고 초반부터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는 스타일이기에, 8강 진출까지의 흐름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우승 하나의 의미를 넘어선다.
안세영은 쿠알라룸푸르, 런던, 자카르타 등에서 열린 슈퍼 1000급 3개 대회 우승, 슈퍼 750급 5개 대회 우승, 슈퍼 300급 1개 대회 우승을 이미 기록하며 9관왕에 올라 있다.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를 경우 여자 단식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10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배드민턴 단식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한 시즌 10회 우승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으로, 여러 외신들도 이를 두고 역사에 남을 시즌이라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안세영에게 유리한 또 다른 환경도 형성됐다.
중국은 현재 선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맞춰 간판 선수들 대부분이 불참했다. 왕즈이(세계 2위), 한웨(4위), 천위페이(5위)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모두 빠졌고, 안세영의 또 다른 최대 라이벌인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3위) 역시 구마모토 마스터스 참가로 호주오픈에 나서지 않는다.
슈퍼 500급 대회임에도 사실상 톱5에서 안세영만 출전하게 된 셈이다. 이는 대진 난도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물론 위협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경쟁자로는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세계 7위)가 거론된다. 와르다니는 쑹슈오윈(대만)을 2-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으며, 빠른 공격 전환과 파워를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상대 전적에서 이미 안세영에게 5전 전패를 기록 중이며, 객관적 전력 차는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유력한 경쟁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안세영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에는 단순한 기록 경쟁 외에도 중요한 규정적 배경이 있다.
BWF는 톱랭커들에게 월드투어 흥행 유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출전을 의무화하는 '톱 커미티드 플레이어' 규정을 적용한다.
슈퍼 1000·750급 대회는 모두 출전해야 하며, 슈퍼 500급 역시 최소 2개 이상 참가해야 한다.
안세영은 올해 슈퍼 500 대회에서 코리아오픈 1회만 출전했기 때문에, 이번 호주오픈은 반드시 출전해야 하는 대회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규정을 지키는 동시에 기록 달성과 컨디션 유지라는 목적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이미 57주 연속 세계 랭킹 1위, 통산 119주 동안 정상 유지, 시즌 9관왕이라는 기록을 가진 선수에게 남은 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우는 일이다.
남은 일정을 순조롭게 이어간다면, 이번 호주오픈은 단일 시즌 10관왕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완성하는 역사적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 호주 오픈 SNS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