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15만의 기적'을 쓴 퀴라소 축구 국가대표팀에는 정작 퀴라소 출신 선수가 없었다.
네덜란드 왕국 소속인 퀴라소의 축구대표팀은 북중미카리브 예선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정작 퀴라소 대표팀에 퀴라소에서 태어난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퀴라소는 19일(한국시간) 자메이카 킹스턴에 위치한 인디펜던스 파크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북중미카리브해 최종 예선 조별리그 B조 6차전 최종전에서 자메이카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자메이카전 무승부를 포함해 지난해 1월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예선 10경기에서 무패(7승3무)를 달린 퀴라소는 승점 12점(3승3무)으로 B조 선두를 유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기쁨도 잠시, 스페인 매체 '마르카'에서 퀴라소가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퀴라소 출신 선수 없이 네덜란드 출신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내용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마르카'는 퀴라소와 자메이카의 경기에 앞서 퀴라소 국민들이 모두 네덜란드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권리를 누린다는 점을 짚으면서 "과거의 일로 인해 생긴 독특한 사례는 축구 역사상 전례 없는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퀴라소는 자국에서 태어난 선수 한 명도 없이 2026년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다"고 했다.
'마르카'에 따르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소집한 퀴라소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네덜란드 왕국 소속이지만, 이들 중 출생지가 퀴라소인 선수는 없었다. 실제로 퀴라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은 모두 대부분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흐로닝언 등 네덜란드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었다.
정확한 의미에서의 '귀화'는 아니지만, 사실상 네덜란드에서 퀴라소로 귀화한 셈이다.
물론 이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국가대표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자신의 국적이 아닌 부모나 조부모의 혈통을 따라 국가대표팀을 선택하는 것은 유럽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또한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혈통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켜 전력을 크게 강화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도 해외 출신 선수 수급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마르카' 역시 "사실 해외 선수의 유무를 떠나 퀴라소는 좋은 흐름을 탔다"며 퀴라소를 치켜세웠다.
사진=연합뉴스 / FIFA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