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단 제외 당시 느꼈던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또한 결승전 명단 제외보다 더 아팠던 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었다고 밝혔다.
박주호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 출연한 박지성은 2007-20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단에서 제외됐던 일에 대해 "분위기 자체가 나를 더 다운되게 만들었다. 그때 비가 왔거든"이라면서 당시 심정에 대해 밝혔다.
해당 시즌 박지성은 무릎 부상 후 9개월 만에 돌아와 챔피언스리그 4강 바르셀로나전에서 상대 에이스 리오넬 메시를 꽁꽁 묶는 활약으로 맨유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4강에서의 활약으로 결승전 출전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아예 명단에서 제외하고 오언 하그리브스를 투입했다. 맨유는 승부차기 끝에 첼시를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박지성은 "당연히 결승을 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안 했는데 엔트리에는 들어가겠지라는 생각은 했던 거다"라면서 "퍼거슨 감독님 스타일이 선수 미팅을 해서 그 당일에 발표한다. 그 전날에는 누가 뛸지 모른다. 경기날에 알게 되는데 경기날 선수를 부르면 그 전 경기에서 선수가 뛰었는데 그 선수를 부르면 그 선수는 그날 못 뛰는 거였다. 그걸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일) 오전에 나를 부르셔서 갔다. 경기에 못 뛴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일단 거기서 충격을 받은 거다. 왜냐하면 그때 한국에서 너무 난리였다. 한국은 무조건 내가 뛸 것처럼 얘기했다. 근데 못 뛴다는 얘기를 들으니 '어? 큰일났다' 생각했다"며 정신이 아찔했다고 털어놨다.
박지성은 "엔트리에는 들었나? 그 다음 말을 제대로 못 들었다. 선발은 안 뛴다는 건 확실했다. 그런데 라커룸에 들어갔는데 유니폼이 안 걸려 있었다"며 그제서야 명단 제외를 깨달았다면서 "한국에서 부모님도 다 와 계시고 큰일 났는데 비도 오더라. 또 관중석에 올라가서 경기를 봐야 했다. 전반전은 어떻게 봤는지도 모른다"고 착잡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때보다 더 아픈 기억은 바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었다. 당시 2년 연속 대회 결승에 올라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선발 출전했으나 0-2 패배를 막지 못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가대표 데뷔전 이후로 가장 긴장을 많이 했던 경기였다"는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로 처음 뛰는 거라 오히려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더 긴장했고, 그래서 경기력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두 상황 중 어떤 게 더 힘들었냐는 질문에는 "진 게 더 어려운 거 같다. 그래도 전 시즌은 우승이라도 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뛰었는데 우승 못했으니까. 뛴 건 좋지만 뭐가 없으니까 내 마음이 더 아픈 거다"라며 준우승이 더 아픈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박주호 유튜브 캡쳐 /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