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올랭피크 리옹전서 결승골 어시스트로 파리 생제르맹(PSG) 통산 100경기 출전을 자축했던 이강인이 남다른 프랑스어 실력을 공개했다.
PSG 소식을 전하는 파리팀은 11일(한국시간) "이강인이 처음으로 프랑스어를 말했다"며 이강인의 라커룸 연설 영상을 공개했다.
매체는 "리옹과의 경기에서 PSG 소속으로 100번째 출전을 달성한 이강인은 주앙 네베스의 헤더골을 만든 결정적인 코너킥을 성공시키며 루이스 캄포스 단장으로부터 메달을 받았다"며 "이번 시즌 100번째 출전을 달성했던 우스만 뎀벨레와 곤살루 하무스처럼 라커룸은 이 순간을 기념해 이강인이 프랑스어로 연설을 하길 원했다"고 이강인이 프랑스어 연설을 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강인은 다소 어색한 프랑스어로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정말 기쁩니다. 우리는 매 경기 이길 겁니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이강인은 어린 시절 스페인으로 넘어가 스페인어는 유창하지만 프랑스어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어색한 프랑스어를 또박또박 말한 이강인의 연설이 끝나자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모두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매체는 "단순하지만 감동적이고 놀라운 첫 연설은 이강인의 팀 내 융화와 겸손함을 완벽하게 보여준다"며 이강인이 PSG에서 훌륭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인은 10일 리옹과의 리그1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네베스의 헤더골을 도운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PSG의 3-2 극장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가 PSG 유니폼을 입고 뛴 100번째 경기였던 이강인은 대기록 수립을 자축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이강인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고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데려온 루이스 캄포스 단장은 경기 후 100번째 출전 기념 메달을 선물하며 기특하다는 듯 이강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강인의 100경기 출전을 축하한다. 이강인은 코너킥을 매우 잘 차는 선수다. 정말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난 그를 잘 안다. 특별한 선수다. 다른 선수들처럼 계속 발전하려고 한다"고 칭찬했다.
이강인 역시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승리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 PSG를 위해 100번째 경기를 뛰어 기쁘다"며 "우리는 오늘 밤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줬다. 매우 중요한 결과였다"면서 "리그1에서의 모든 경기가 우리에게 중요하다. 잘 준비해서 승리를 얻었다.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PSG에서 뛴 100번째 경기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며 "PSG가 승리를 이어가는 데 게속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라커룸에서는 어색한 프랑스어로 짧은 연설을 하며 동료, 관계자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PSG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실 이강인은 이번 여름 PSG를 떠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이강인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중요 경기에서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고, 구단에 이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PSG는 이강인의 재능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엔리케 감독과 캄포스 단장 모두 이강인이 가진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이강인을 다른 팀에게 내주지 않기 위해 값비싼 이적료를 책정했다.
동시에 이강인이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중단기적인 목표를 세워줬고,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강인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적하려던 마음을 다잡고 PSG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즌 첫 경기였던 UEFA 슈퍼컵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맹활약을 했던 경기는 이강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이강인은 라커룸에서도 선수들과 매우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파리지앵은 "이강인의 자신감은 경기장 밖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여전히 프랑스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밝은 성격으로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2025 아시아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한 이강인은 이제 미소를 되찾았고, 라커룸에서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하며 분위기를 띄운다"고 전했다.
이어 "절친 마르코 아센시오의 이적은 잠깐 그에게 공허함을 남겼지만, 이제 이강인은 팀 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파리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면서 "이강인은 다시 한 번 열정을 되찾았고, 새로운 전성기를 향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며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이 PSG에서 웃음을 되찾음에 따라 다른 팀 이적보다는 현 계약을 연장하는 재계약 가능성이 커졌다. 이강인의 현 계약은 오는 2028년 6월30일까지다. PSG는 지난여름부터 그에 대한 이적 오퍼를 받긴 했지만 5000만 유로(88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 설정을 통해 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구단과만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아울러 그의 연봉을 올리고 계약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했다. 이강인이 몇개월간 벤치에 앉아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장기적으론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사진=SNS,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