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전 세계 프로 축구 선수들이 직접 선정하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월드 베스트 11이 인기 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5 FIFPro 월드 베스트 11 최종 후보 26인이 발표된 가운데 이번에도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이름을 올리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2만 명이 넘는 선수들의 평가로 결정된다는 FIFPro 측의 주장이 무색하게 여전히 명성과 이름값이 실력을 압도하는 투표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FIFPro는 지난 27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2025 월드 베스트 11 최종 후보 26명을 발표했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8월까지의 활약을 바탕으로 선정된 이번 명단에는 알리송, 버질 판 데이크(이상 리버풀), 주드 벨링엄, 킬리안 음바페(이상 레알 마드리드), 잔루이지 돈나룸마(파리 생제르맹/맨체스터 시티), 우스만 뎀벨레(파리 생제르맹), 라민 야말(바르셀로나)등 지난 시즌 유럽 무대를 빛낸 스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공격수 부문이다. 엘링 홀란(맨시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음바페 등 현역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메서 뛰는 메시와 사우디 프로리그 알나스르의 호날두가 나란에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현대 축구를 상징하는 슈퍼 스타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약 15년 동안 축구계를 지배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는 발롱도르 투표에서 두 선수가 한동안 1위 경쟁을 할 정도였다.
2007 발롱도르에서 Top 3 안에 포함된 호날두와 메시는 2008년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을 시작으로 2018 루카 모드리치까지 10년 동안 발롱도르를 나눠가졌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생애 첫 발롱도르를 들어올렸고, 메시는 2008-2009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2009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최대 라이벌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메시와 자연스럽게 맞붙는 그림이 그려졌다.
초반에는 메시의 우위였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에서 앞서간 메시는 2010, 2011, 2012까지 4연속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다. 이는 축구 역사상 최초였다.
그러자 호날두가 거세게 추격했다. 2013, 2014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4대3까지 따라붙었다. 2015 발롱도르를 메시가 가져가면서 다시 5대3으로 차이가 벌어졌지만 호날두는 2016, 2017년 수상을 차지하면서 5대5 동률을 만들었다.
2018년 발롱도르는 크로아티아를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끈 루카 모드리치가 가져기면서 두 선수의 경쟁이 끝났다.
메시와 호날두의 불꽃 튀는 경쟁은 많은 축구팬들을 양성했고, 두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성장한 선수들이 현재 현역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 시점에서 두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보기에는 어렵다. 호날두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 떠났고, 메시는 미국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으며 유럽 축구계를 떠났다. 사실상 커리어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FIFPro 베스트 11 26인 안에 들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물론 두 선수가 최종 후보 26인에 포함된 건 전 세계 선수들 사이에서 그들의 이름값이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FIFPro는 "선수들의 상호 평가로만 결정되는 유일한 글로벌 시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과 언론들은 유럽 무대에서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친 다른 선수들이 '이름값'에 밀려 탈락한 것이 아니냐며 '객관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는 11월 4일 발표될 최종 11인 명단에도 메시와 호날두의 이름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지만, 26인 명단에 들었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가 명단에 오른 반면,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손흥민 등 다른 아시아 선수들은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사진=FIFPro,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