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믹스 해원, 이재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2025년에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힘이 증명됐다. 포기 대신 꾸준함을 택한 이재와 엔믹스가 각자의 무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올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OST ‘골든(Golden)’으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작곡가 겸 가수 이재, 그리고 데뷔 4년 차에 첫 정규앨범 블루 밸런타인(Blue Valentine)으로 국내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엔믹스(NMIXX).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아티스트가, 같은 시기에 모두가 기다린 1위 서사로 대중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 SM 데뷔 무산→빌보드 8주 1위, 이재의 반전 서사
이재는 ‘골든’을 비롯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다수 OST를 작곡, 작사했다. '골든' 작곡, 작사는 물론,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작곡·작사, ‘프리’·‘테이크 다운’·‘왓 잇 사운즈 라이크(What It Sounds Like)’ 등의 편곡,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 작사 등을 맡았다.
특히 ‘골든’에서 루미 파트를 직접 소화하며 높은 음역대를 완벽하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이력 뒤에는 12년간의 무명 연습생 시절이 있었다.
이재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12년 넘게 가수 데뷔를 준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택시 타면서 눈물이 났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구나 싶었다. 너무 오랫동안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걸 이루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이재 출연 장면.
좌절 속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은 그는 “카페 오픈부터 마감까지 노래를 만들었다”며 작곡가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레드벨벳 ‘Psycho(싸이코)’, 에스파 ‘Drama(드라마)’, ‘Armageddon(아마겟돈)’, 트와이스, 카드, 르세라핌 등 다수 아티스트의 곡 작업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25년, 그가 만든 ‘골든’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재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8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데뷔 못한 연습생’에서 ‘세계 1위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22일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이재는 미국 대형 에이전시 WME(William Morris Endeavor)와 계약을 체결하며 전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 ‘믹스팝 뚝심’ 엔믹스, 4년차의 반전 드라마
이재의 ‘골든’을 제치고 새로운 1위를 기록한 주인공은 엔믹스다.
엔믹스는 지난 13일 첫 정규앨범 ‘Blue Valentine’과 동명 타이틀곡을 발매했다. 신곡은 발매 첫날 멜론 일간차트 85위로 진입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22일 자 기준 멜론 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이 장기 집권하던 차트를 엔믹스가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믹스는 20일 오후 멜론 톱100 1위에 오른 이후 21일부터 현재까지 1위를 유지 중이며, 벅스·FLO·써클차트 다운로드 부문에서도 연일 정상에 올랐다.
음악방송에서도 ‘1위 행진’이 이어졌다. 엔믹스는 MBC M ‘쇼! 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데 이어,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까지 지상파 3관왕을 달성했다.

MBC '쇼! 음악중심' 엔믹스 1위 수상소감 장면
데뷔 1336일, 3년 8개월, 4년차에 일궈낸 첫 1위다.
비주얼, 실력, 인성 삼박자를 고루 갖춘 완성형 그룹으로 평가받았지만, 그동안 대중성 부족으로 큰 히트곡이 없다는 아쉬움을 안았던 엔믹스. 하지만 이번 ‘Blue Valentine’은 믹스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과 트렌드를 절묘하게 결합한 결정체로 평가받으며, “한 곡만 터지면 된다”던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현실로 만들었다.
신인 때의 주목도는 낮아지고, 신곡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하락한 데뷔 4년차에 첫 1위를 차지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그동안의 꾸준한 실력, 팀워크, 그리고 각 멤버의 개성과 성실한 이미지가 결국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박진영은 과거 라이브 방송에서 “엔믹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올라올 것)”이라며 이들의 성장을 예견한 바 있다. 그 예언은 현실이 됐다.

엑스포츠뉴스DB, JYP엔터테인먼트
이재는 데뷔 실패의 좌절 속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고, 엔믹스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믹스팝’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골든’과 ‘Blue Valentine’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들의 서사쌓인 1위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안기고 있다. 늦게 피어도, 결국은 피어났다. 이재와 엔믹스가 보여준 이번 1위는 그렇기에 더욱 값지고, 모두가 함께 뜨거운 축하를 보내는 이유다.
사진=각 방송사, 엑스포츠뉴스DB, JYP엔터테인먼트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