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활짝 웃은 날이었다.
4년간 거의 꿈쩍도 하지 않던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기록을 거의 0.5초 가까이 경신하며 아시아신기록까지 수립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깨트리기 힘들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 수영스타 쑨양의 3대 기록 중 하나를 황선우가 무너트렸다.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연패는 물론 숙원인 2028 LA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에도 다시 청신호를 밝혔다.
황선우는 20일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수영 경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3초92에 터치 패드를 찍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이 종목 한국기록 1분44초40을 0.48초 당긴 새로운 한국기록이다.
아울러 쑨양이 지난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딸 때 일궈냈던 아시아기록 1분44초39로 8년 만에 갈아치웠다.
황선우는 올해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세 번째로 1분43초대에 이름 올린 선수가 됐다.
황선우는 이날 결승 레이스에서 초반부터 좋은 컨디션을 알리며 새 기록 탄생을 예감하게 했다.
황선우의 종전 한국기록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뤄졌다. 당시 황선우는 50m, 100m, 150m 구간을 각각 24초33, 50초69, 1분17초61에 돌았다.
이번 레이스에선 모든 구간 기록이 항저우 때보다 빨랐다. 50m, 100m, 150m 구간을 각각 23초96, 50초27, 1분17초08로 통과했다.
황선우는 3달 전 세계선수권을 통해 입증된 스퍼트 능력을 이번에도 발휘해 아시아신기록을 깨트렸다.
황선우는 전광판을 본 뒤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는 수영장 물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며 기뻐했다.
황선우는 2021년 열렸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을 통해 남자 200m 세계톱랭커로 거듭났으나 이후 기록 단축이 더뎌 스스로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 1분44초62를 찍어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202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수영의 새로운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황선우는 2023년 일본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동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4년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 금메달 획득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기록은 도쿄 올림픽 이후 0.22초 단축에 그쳤고 특히 1분43초대 진입을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예상치 못한 전국체전에서 황선우의 오랜 목표가 달성됐다.
황선우는 이번 아시아신기록 수립으로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3년 뒤 LA 올림픽을 위한 큰 자신감도 쌓게 됐다.
황선우는 지난해 7월 파리 올림픽 준결승에서 1분45초92라는 부진한 기록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일도 겪었는데 당시의 부진을 이번에 깨끗하게 만회했다.
황선우는 이번 1분43초대 진입에 굉장히 기뻐하면서도 2~3번 더 비슷한 기록이 나와야 한다며 마음을 잡았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선우는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눈물을 흘렀다. 황선우는 "내가 원래 눈물이 없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은 고생한 세월이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내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로 행복한 날"이라며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부터 1분44초는 내게 꼭 넘고 싶은 벽이었다. 1분44초를 자주 찍으면서도, 끝내 1분43초대에 진입하지 못해 솔직히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내가 해냈다"고 소리지르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또한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가슴을 누르고 있던 게 모두 내려간 기분"이라며 "싱가포르 대회(세계선수권) 4위라는 성적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에 훈련량이 부족했는데, 그래도 싱가포르 대회에서 괜찮은 성적을 냈다. 싱가포르 대회부터 반등하면서 오늘 1분43초대 기록을 세웠다. 다시 좋아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황선우는 강원도청 팀동료인 남자 자유형 400m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우민과 지난겨울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느라 훈련을 한달 이상 쉬었다. 그래서 싱가포르 세계선수권에서의 기록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메달 획득 무산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회에서의 4위가 지금 아시아신기록 밑바탕이 됐다는 얘길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