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가을의 전설' 로 거듭난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이적한 뒤 리그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며 자신의 진가를 다시 입증한 손흥민이 이젠 '가을 축구'에서 우승컵에 도전한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이 이끄는 LAFC는 지난 19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딕스 스포팅 굿즈 파크에서 열린 2025 MLS 정규리그 34라운드 최종전을 콜로라도 래피즈와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LAFC는 2025시즌 서부 콘퍼런스 3위를 확정지었다.
LAFC는 승점 59점(17승8무9패)을 기록하면서 캘리포니아주 라이벌인 샌디에이고 FC, 캐나다 연고 구단인 밴쿠버 화이트 캡스(이상 승점 63)에 뒤졌다.
승리는 놓쳤지만 손흥민의 위력을 드러났다는 점에서 LAFC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3-4-3 포메이션의 전방 원톱을 맡았다.
토트넘 출신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주장 완장을 차고 골문을 지켰다. 티모시 타파리, 에디 세구라, 라이안 포티어스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라이언 홀링스헤드와 세르히 팔렌시아가 윙백으로 출전했다. 마티외 슈아니에르와 마크 델가도가 중원에 포진했다. 드니 부앙가, 손흥민, 그리고 티모시 틸먼이 스리톱으로 공격 라인에 섰다.
손흥민과 부앙가가 한국 대표팀과 가봉 대표팀 소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LAFC는 큰 힘을 받았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지난 8월24일 FC댈러스전부터 지난 6일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전까지 둘이 출전한 7경기에서 17골을 합작하며 이 부문 MLS 신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이 8골, 부앙가가 9골을 넣었다.
MLS를 사로잡은 두 공격수의 폭발적인 화력을 의식한 듯 콜로라도는 가드는 내리고 원정팀 공세를 차단하는 것에 주력했다.
그러다보니 손흥민은 별다른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전반이 끝나기 전 기어코 골망을 출렁였다. 하프라인에서 부앙가가 드리블 한 뒤 전진 패스를 내줬다. 이를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잡은 뒤 상대 수비를 완벽하게 벗겨내는 페인팅으로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상대 골키퍼 앞에서 손흥민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골잡이 면모를 선보였다. 왼발 대각선 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MLS 데뷔 70여일 만에 9골을 기록했다. 후반 골키퍼 요리스가 치명적인 실수로 동점골을 헌납하고 이후 두 팀이 한 골씩 주고받으면서 승부는 2-2로 끝났으나 손흥민과 LAFC 입장에선 기분 나쁘지 않은 무승부가 됐다.
지난 8월 LAFC와 2+1+1년 계약을 체결한 손흥민은 오자마자 MLS의 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체룬돌로 감독이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처럼 왼쪽 날개가 아닌 전방 원톱으로 세운 것이 골 생산에 큰 효과를 빚는 중이다. 부앙가와 서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가짜 9번' 같은 플레이로 MLS 수비수들을 무너트리는 중이다.
이제 시선은 MLS컵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LAFC는 규정에 따라 서부 콘퍼런스 6위인 오스틴FC와 서부 콘퍼런스 준준결승을 치른다. MLS컵 플레이오프는 각 콘퍼런스 준준결승만 3전2선승제로 열린다. 이후부턴 단판 승부다. 대진 일정도 나와 오는 30일 LAFC 홈에서 1차전을 벌이고 11월3일 오스틴 홈에서 싸운다. 1승1패가 되면 11월9일 LAFC 홈에서 최종 승자를 가린다.
MLS 팬들의 시선은 손흥민이 뛰는 LAFC와 리오넬 메시가 득점왕에 오르면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 인터 마이애미의 최종 결승전 격돌 여부다. 인터 마이애미는 동부 콘퍼런스에 있어 두 팀이 붙으려면 각 콘퍼런스 결승에서 이겨야 한다.
일단 전문가들은 두 팀이 각 콘퍼런스에서 3위에 그쳤음에도 마지막에 격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손흥민과 메시의 존재가 있어서다.
손흥민은 지난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며 무관의 한을 풀고 토트넘과 아름답게 작별했다. 새 팀에선 오자마자 자신의 프로 인생 두 번째 우승 챙길 기회를 얻었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 LAFC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