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이 '임대의 전설'을 쓸 수 있을까. 영국 언론이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오프시즌에 손흥민이 유럽 구단으로 임대 이적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이 임대 이적을 결정할 경우 그는 친정팀 토트넘 홋스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도 10년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손흥민을 임대로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손흥민 임대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지난 시즌에는 강등권까지 내몰렸던 토트넘은 현재 토마스 프랑크 신임 감독 체제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위를 달리며 순항 중이다. 선두 아스널과의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만약 손흥민이 임대생 신분으로 토트넘에서 잠시나마 뛰고,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다면 손흥민 역시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17일(한국시간) 과거 LA 갤럭시에서 활약하다 AC밀란으로 임대됐던 데이비드 베컴과 뉴욕 레드불스에서 아스널로 임대 이적했던 티에리 앙리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손흥민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더 선'은 "MLS의 스타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는 '데이비드 베컴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는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손흥민의 계약서에서는 그가 MLS의 오프 시즌에 유럽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손흥민이 MLS의 오프 시즌 동안 유럽 팀에서 임대로 뛸 수 있다고 했다.
추춘제로 진행되는 유럽 리그와 달리 MLS가 춘추제로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월에 개막하는 MLS는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를 포함해도 늦어도 11월에 시즌을 마친다. 과거 앙리가 1월 이적시장을 통해 아스널로 임대 이적해 2개월간 뛸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컴의 케이스는 약간 달랐다. 베컴은 당시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선수들에게 경쟁력을 요구하자 이를 위해 두 차례나 AC밀란으로 단기 임대를 떠났다. 적어도 유럽 내 빅리그에서 뛰고 있어야 카펠로 감독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베컴의 임대 기간은 앙리와 달리 두 번 모두 6개월이었다.
베컴과 앙리의 공통점은 두 선수 모두 계약 조건에 오프 시즌 임대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더 선'은 "다른 유럽 구단들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심을 거절하고 MLS로 이적한 손흥민의 계약에는 과거 데이비드 베컴이 LA 갤럭시로 이적할 때 포함됐던 조항이 있다고 한다. 베컴은 이 조항으로 MLS의 오프 시즌에 AC밀란에서 뛸 수 있었다"며 "티에리 앙리 역시 비슷한 조건을 포함시킨 채 계약을 맺었는데, 뉴욕 레드불스는 2012년 앙리를 아스널로 임대 보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임대를 떠난다면 베컴의 AC밀란 이적보다는 앙리가 아스널로 복귀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앙리가 수년간 아스널을 대표했던 것처럼, 토트넘에서만 10년 동안 뛰었던 손흥민 역시 토트넘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였다. 토트넘에 당장 손흥민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손흥민이 잠시나마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은 앙리가 아스널에 임대 왔을 때 향수를 느끼며 열광했던 아스널 팬들처럼 토트넘 팬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지금 토트넘에서 뛰는 선수단과 친하고,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팀의 주장직을 맡으며 선수단을 이끌었던 손흥민의 합류는 팀 분위기 측면에서 현재 리그 상위권에 위치한 토트넘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나 리그에서는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지난 시즌의 악몽을 지우고 시즌 초반 7경기에서 4승2무1패를 거두며 아스널과 리버풀에 이어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타 구단들의 부진 속에 토트넘이 나름대로 순항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우승 도전 가능성에 대한 희망 섞인 이야기도 나오는 중이다.
손흥민이 두 달이라도 토트넘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출전하고, 혹시라도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르게 된다면 토트넘의 스쿼드에 포함됐던 손흥민도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자리에는 없겠지만, 손흥민의 커리어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추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변수는 내년 여름에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다. 이 대회는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게 유력한 대회이기도 하다.
'더 선'은 "2026년 열리는 월드컵이 손흥민의 오프 시즌 활용에 대해 영항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손흥민은 이 기간에 휴식을 취하고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손흥민이 오프 시즌에 무리하게 유럽으로 날아가 임대 생활을 하지 않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월드컵을 앞두고 몸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컴처럼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핵심 선수인 손흥민은 베컴과 달리 이변이 없는 한 MLS에 남더라도 월드컵 대표팀 차출이 유력하다. 토트넘과의 낭만을 챙기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오프 시즌에 경기를 뛸 필요가 없다.
또한 현 소속팀인 로스앤젤레스FC(LAFC)에서도 손흥민은 주전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월드컵 직전에만 경기를 소화하더라도 경기 감각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선'이 손흥민의 비밀 조항을 공개하면서도 그가 유럽 임대를 떠날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고 있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